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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07년에 탄생한 MLB의 대기록들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1. 3.

2007년 메이저리그가 역대 최고의 흥행 돌풍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30개 팀 중 절반이 넘는 16개 팀이 마지막 한 달을 앞둔 시점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 티켓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 것이 그 첫 번째 이유라면, 두 번째 이유는 한 시즌에 한두 번 탄생하기도 힘든 대기록들이 무더기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공식 홈페이지의 표현대로 2007시즌은 ‘Mileston(이정표로 남을만한 획기적인 사건)의 미친 듯한 질주’가 이어졌던 기념비적인 시즌이었다.


▷ New record(신기록)

역시나 올 한해 가장 주목받았던 기록은 배리 본즈의 통산 홈런 신기록 달성이었다. 샌디에이고와의 8월 4일 경기에서 행크 아론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는 755호 째를 기록한 본즈는 3일 뒤 샌프란시스코 홈구장에서 대망의 756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후 6개의 홈런을 더 추가하며 기록을 762개로 늘린 본즈는 스테로이드 문제로 숱한 구설수에 시달렸고, 지금도 756호 홈런 볼의 문제 때문에 명예의 전당 행을 보이콧 하겠다는 등 세간을 소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홈런 챔피언에 올랐던 필라델피아의 라이언 하워드는 타석에서 199번이나 삼진을 당해 신시네티의 아담 던이 2004년에 기록한 195개를 넘어섰다. 200개 돌파가 유력했으나 마지막 6경기에서 4개의 삼진만을 당하는 집중력(?)을 보여 간신히 위기를 벗어났다. 144경기 만에 작성된 기록이라 내년 시즌 하워드가 건강하기만 하다면 다시 한 번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지휘봉을 17년째 잡고 있는 불같은 성격의 바비 칵스 감독은 지난 8월 자신의 통산 132번째 퇴장을 당하며 이 부분 최다를 기록했다. 감독으로서 역대 4위에 해당하는 2255승을 거둔 칵스는 세인트루이스의 토니 라루사(2375승-3위), LA 다저스로 자리를 옮긴 조 토레(2067승-8위) 등과 함께 현역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고 있다.


▷ First(최초)

똑같이 2001년에 데뷔한 이치로와 알버트 푸홀스는 올해에도 나란히 역사의 남을 만한 연속 기록을 세웠다. 올시즌 .351의 타율과 111득점 238안타 37도루를 기록한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7년 연속 3할-100득점-200안타-30도루를 달성한 선수로 남게 되었다. 7년 연속 200안타는 역대 3번째였으며, 이와 같은 기록을 데뷔시즌부터 이어온 선수는 물론 이치로가 최초다. 푸홀스는 사상 최초로 7년 연속 3할-30홈런-100득점-100타점에 도전했지만 1득점이 모자라 아쉽게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나머지 3개 부분을 데뷔 시즌부터 7년 연속으로 기록한 선수는 푸홀스 뿐이다.

유난히 호타 준족이 좋은 성적을 남겼던 시즌이기도 했다. 디트로이트의 1번 타자 커티스 그랜더슨은 사상 3번째이자 아메리칸 리그 최초로 2루타와 3루타, 홈런, 도루를 모두 20개 이상 기록하는 업적을 달성했다. 이어서 필라델피아의 톱타자 지미 롤린스도 시즌 최종전에서 같은 기록을 달성한다. 단, 롤린스의 경우는 3루타를 제외한 나머지 3개 부분에서 모두 30개 이상을 기록해 ‘희소성’면에서 월등히 높은 가치를 자랑한다.

한편, 내셔널 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프린스 필더는 최연소(23살) 50홈런 달성자가 되었다. 또한 1990년과 91년 2년 연속으로 아메리칸 리그 홈런왕에 올랐던 아버지 세실 필더에 이어 부자가 50홈런을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워 팬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 ‘Zero(0)’

시즌이 시작된 지 3주도 지나지 않아 다소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에이스 마크 벌 리가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노히트 노런’ 시합을 펼쳤다는 것이었다. 벌리는 노히트 경기보다는 무사사구 완봉승이 어울리는 컨트롤 위주의 피칭을 하는 선수이기에 놀라움이 컸다. 아메리칸 리그에서 5년 만에 나타난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은 4년간 5600만 달러로 연장 계약서에 사인해 앞으로도 화이트삭스의 에이스로 활약할 것을 예고했다.

6월에는 지난해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에 올랐던 ‘파이어볼러’ 저스틴 벌렌더가 밀워키와의 인터리그 경기에서 12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올 시즌 두 번째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이 되었다. 세 번째는 이제 갓 빅리그에 데뷔한 애송이 투수의 손끝에서 나왔다. 보스턴의 기대주 클레이 벅홀츠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바로 그 볼티모어와의 9월 1일 경기는 벅홀츠의 빅리그 통산 2번째 등판이었다.

디트로이트의 2루수 플라시도 플란코도 놀라운 ‘0’의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7월 1일 경기 이후로 단 하나의 에러도 기록하지 않은 플란코는 올해 8월 중순 무실책 경기 기록을 144경기로 연장하며 2루수 부문 연속경기 무실책 신기록을 세웠다. 결국 정규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단 하나의 실책도 범하지 않은 플란코는 기록을 181경기로 연장시키며 사실상 골드 글러브 수상을 확정지었다.


▷ ‘10년’ & ‘20년’

시즌 시작과 동시에 홈런포를 몰아치기 시작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전반기에만 30홈런을 기록하며 10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했다. 이후 100타점과 100득점 고지도 가볍게 넘어선 에이로드는 사상 최초로 10년 연속 30홈런-100타점-100득점을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의 감동을 맛보며 월드시리즈까지 올라갔던 콜로라도의 토드 헬튼은 10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제구력의 마술사’ 또는 ‘피칭의 마스터’라고 불리는 센디에이고의 그렉 매덕스는 사이영의 19년 연속을 넘어, 사상 최초로 20년 연속 두 자리 승수 달성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이룩했다. 이는 배리 본즈의 통산 홈런 신기록 달성만큼이나 가치 있는 마일스톤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언급하고 있는 모든 기록들 중에서도 다시 탄생하기 가장 어려워 보이는 것이 바로 매덕스의 기록일 것이다.


▷ ‘200’ & ‘250’ & ‘300’

한때 매덕스와 함께 ‘애틀란타 3인방’이라 불렸던 탐 글래빈과 존 스몰츠도 역사에 남을만한 이정표를 세웠다. 글래빈은 역대 23번째 300승의 주인공이 되었고, 200승을 채운 스몰츠는 200승-150세이브를 동시에 달성한 첫 번째 선수로 기록되었다.

뉴욕 양키스의 두 베테랑 투수 마이크 무시나와 앤디 페티트도 각각 250승과 200승을 넘어섰다. 내년이면 40살이 되는 무시나의 경우는 올해 급격한 하락세를 드러내 300승 달성에 물음표를 그리게끔 만들었고, 207승으로 시즌을 마감한 페티트도 35살의 나이 때문에 300승의 24번째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284승을 기록하고 있는 랜디 존슨은 앞으로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조차도 의문인 상황. 섣부른 판단일지는 몰라도 글래빈 이후로 300승 투수가 탄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려면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 ‘500’ & ‘600’

지난해 통산 세이브 신기록을 달성하며 역대 최고의 마무리로 자리매김한 샌디에이고의 트레버 호프만은 6월 초 전인미답의 50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2살 어린 마리아노 리베라가 80여개 차이로 뒤따라오고 있지만 이 격차는 쉽게 좁힐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다만, 호프만은 콜로라도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무너져 최악의 분위기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시즌 종료와 동시에 팔꿈치 관절경 수술을 받아 앞으로를 쉽게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구두닦이 소년이었던 새미 소사는 1년의 공백을 뛰어넘고 복귀해 마침내 600홈런을 쏘아 올렸다. 베이브 루스-행크 아론-윌리 메이스-본즈에 이은 사상 5번째 대기록이다. 세기의 홈런 레이스, 약물 파동과 부정 배트 소동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야구인생을 이어온 소사가 내년에도 빅리그에 잔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며, 593홈런을 기록 중인 켄 그리피 주니어는 내년에 6번째 달성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오클랜드에서 화려한 재기에 성공한 후 올 시즌 토론토에 새 둥지를 튼 프랭크 토마스는 역대 21번째 500홈런의 주인공이 되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32세(9일)의 나이로 500홈런을 돌파해 역대 최연소 500홈런 달성자가 되어, 장차 본즈의 기록을 깨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주포 짐 토미도 23번째로 500홈런 고지를 점령했다. 토미 역시 37세에 불과(?)해 600홈런 달성이 유력한 선수 중 한명이다.


▷ ‘3000’

아메리칸 리그에서 프랭크 토마스가 500홈런을 달성한 그날, 내셔널 리그에서는 크렉 비지오가 27번째로 3000안타를 달성한 선수로 그 이름을 남겼다. 15년을 함께 했던 제프 벡웰의 축하 등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된 이날, 비지오는 수많은 팬들의 축하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비지오는 휴스턴에서의 마지막 홈경기에서 수많은 팬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기도 했다. 비지오의 명예의 전당행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

부상으로 시즌 전체를 날릴 뻔 했다가 시즌 막판에 가까스로 팀에 합류한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9월 3일에 있었던 복귀 경기에서 작년에 아쉽게 달성하지 못했던 3000번째 탈삼진을 잡아냈다. 작년에 달성한 200승에 이어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페드로가 내년 시즌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 나타날 수 있다면, 올해처럼 아쉬운 포스트 시즌 탈락은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한편, 2935안타를 기록 중인 배리 본즈는 3000안타 달성을 위해 내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3000탈삼진에 25개만을 남겨두고 있는 존 스몰츠는 내년 시즌 초반에 기록 달성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