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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감동의 한-일전, 모든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버리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8. 22.
 

감독 : 김경문
주연 : 김광현 & 이승엽
특별출연 : 호시노
별점 : ★★★★★★★★★★


6 : 2 승리! 대회 첫 경기를 흥미진진한 ‘미드(미국 드라마)’로 시작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중간에 더 재미있고 긴장감 넘치는 ‘일드’를 쓰더니 일본과 다시 한 번 맞붙은 준결승에서는 감동의 드라마를 쓰면서 또 하나의 ‘일드’를 완성시켰다.


고작 4승 3패를 기록하고도 7전 전승을 달린 한국을 준결승 파트너로 선택(?)했던 호시노 재팬의 콧대를 완전히 눌러준 통쾌한 한판이었다.


이승엽의 홈런이 터지던 그 순간,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 중에 함성을 지르지 않았던 이가 있었을까? 대표팀은 이런 저런 일로 국민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까지 모두 씻어 내릴 만한 극적인 역전승으로 더 할 수 없는 기쁨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이제 남은 것은 내일(23일)의 결승전뿐! 금메달이 보이기 시작했다.


▷ ‘100점 만점’ 김광현

8이닝 6피안타 2실점(1자책) 승리투수!! 20살 김광현은 자신의 역할을 200% 해냈다. 일본 타선을 상대로 긴 이닝을 소화하며 2실점을 버텨줬으니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덕분에 한국은 결승전 선발 류현진을 비롯해 많은 투수들을 아껴둘 수 있었다. 23일 있을 결승전에서 전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뜻. 이 모두가 전부 김광현의 공이다.


보통 일반적으로 실전에서 통할만한 변화구가 하나뿐이라면 투수로써 성공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적어도 직구 외에 승부구나 유인구로 활용할 수 있는 구질이 두 개는 더 있어야 한다는 뜻. 하지만 제구 가능한 변화구가 하나뿐이라도 그것이 슬라이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팔꿈치에 무리가 간다는 단점은 있지만, 빠른 직구와 조합된 슬라이더는 그 자체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 바로 오늘의 김광현이 그러한 슬라이더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거의 완벽하게 부응한 김광현. 지난 경기 5.1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실점에 이어 일본전에서의 연이은 쾌투는 구대성의 뒤를 이어 ‘일본 킬러’라는 명성을 물려받기에 손색이 없다. 그가 국가대표로 뛰는 한 앞으로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일본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반대로 일본 선수들과 기자단은 김광현이라는 이름 석 자만 들어도 벌벌 떨지 않을까?


20살 슈퍼 에이스의 전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아~나~ 이승엽!’ ==> ‘와~~ 역시~~ 이승엽!!!!!’

이승엽이 국제무대에서 한국 국민들을 이렇게까지 실망시킨 적이 또 있었을까? 1회 초의 실책에 이어 타석에서도 삼진-병살-삼진으로 침묵해버린 그의 방망이.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답지 않은 부진이었다.


이승엽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타자들 가운데 미지수인 쿠바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리고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다. 다른 팀에서 한국의 전력을 분석할 때도 WBC 홈런왕 출신인 그를 가장 경계했음이 틀림없다. 그러한 그의 부진은 한국으로서 너무나도 뼈아팠다.


하지만 8회 말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4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그를 두고 아쉬움을 토로하던 전 국민이 함성을 지르도록 만들었다. 역전 투런 홈런!! 그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타자 ‘라이언 킹’ 이승엽이었고, 세계무대에서 강호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위용을 떨치던 타자였던 것이다.


가장 맘 고생이 심했던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을 터. 홈런 친 후 불펜에서 동료와 이야기하던 그의 입모양은 ‘아~ 죽을 뻔 했어’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그 심했던 맘고생을 극적인 홈런 한 방으로 날려버린 이승엽. 그 동안 그를 괴롭히던 수많은 네티즌들과 일본 벤치를 단숨에 침묵시킨 시원한 홈런이었다.


아시아의 홈런왕, 그의 표효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쩌면 그는 준결승과 결승을 위해 1라운드를 버린 것이었는지도 모른다.(서승엽??)


▷ 다소 아쉬운 이대호의 타순

오늘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김경문 감독의 이대호 기용이었다. 이대호는 선발 6번 타자로 경기에 출장해 세 번의 타석에서 모두 볼넷을 얻었다. 이번 대회에서 3홈런 10타점을 기록 중인 그를 일본이 집중 견제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대목.


그렇기에 이대호의 타순이 6번이라는 점이 무척 아쉽다. 일본전이라는 특수성에서 그들의 경계 대상 1호인 이승엽을 4번에 두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상의 컨디션이었던 이대호를 5번에 두는 것은 어땠을까? 5번 이대호가 출루하고 6,7번인 김동주와 고영민이 불러들인다는 전략. 이랬다면 좀 더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아직 결승전을 앞둔 마당이라 이겼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기에 냉정하게 바라본 이날 경기 유일의 아쉬운 점이다.


▷ 이제 금메달 따러 가자!!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는 넘어섰다. 미국이던 쿠바던 어차피 다들 한 번은 이긴 상대들이다. 오늘 양팀의 경기는 미국 선발인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우리의 김광현처럼 괴물같은 위력투를 보여주지 않는 한 모든 투수들이 투입되는 총력전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한국은 투수들이 모두 싱싱한 상태. 어떤 팀이 상대가 되더라도 승산은 우리에게 있다. 더군다나 최강의 창인 이승엽도 눈을 떴다. 일본전 승리로 들뜬 분위기를 조금만 가라앉히고 내일의 경기를 준비한다면 금메달은 우리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9일 동안 단 한 번도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던 우리 야구 대표팀. 마지막 승전보와 함께 모둔 국민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어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대한민국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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