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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희망' 추신수의 2008년과 2009년

by 카이져 김홍석 2008. 9. 26.


박찬호와 김병현 외에 이토록 현지의 전문가들로부터 주목받았던 선수가 또 있었을까? 부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메이저리그행 비행기를 탔던
추신수가 미국 진출 7년 만에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의 팬만이 아니다. 이미 클리블랜드 현지 팬들에게 ‘추신수’라는 이름은 강한 인상으로 그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 역시 26살 늦깎이 메이저리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추신수는 새로이 자리를 잡은 포수 켈리 쇼팩과 더불어 포스트시즌에 일찌감치 탈락한 인디언스가 올 시즌에 얻은 최고의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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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수는 당당한 후반기 리그 Top-10 타자다

지금은 KIA에 있는 최희섭도 ‘파워 하나만큼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들었을 정도로 단기간 임팩트는 상당했다. 특히 지난 2005년 6월 4경기 동안 8홈런을 뽑아냈을 때는 모든 팬들과 관계자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그를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남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점에 있어서 후반기 내내 ‘특급’ 수준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추신수는 내년 시즌이 더욱 기대된다. 현재 추신수의 활약은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본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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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기준으로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들 가운데 타율 4위, 출루율 2위, 장타율 3위에 올라있다. OPS도 멜빈 모라(1.076)와 마크 테세이라(1.065)에 이은 3위. 플래툰으로 활약한 덕분에 비교 대상이 될 만한 다른 타자들에 비해서 50타석이나 적음에도 불구하고 2루타 5위, 홈런 19위, 타점 11위, 득점 7위에 올라 있다. 2루타 이상의 장타 개수도 6위권.(한국시간 25일 기준)


세이버매트릭스의 항목 가운데는 RC(Run Created)라는 것이 있다. 이해하기 편하게 설명하자면 그 선수로 인해 얻어지는 점수가 어느 정도인지를 산출하는 항목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좀 더 세분화시켜 RC/27(27아웃당 RC)로 나타내면 해당 선수로만 타선을 꾸렸을 때 몇 점을 뽑을 수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추신수는 이 RC/27라는 항목에서 9.73으로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추신수와 똑같은 성적의 선수로 타선을 꾸리면 경기당 그 정도의 득점을 뽑을 수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7.02점으로 21위, 이치로는 5.98점으로 34위다.


양과 질을 모두 종합적으로 평가해 봐도 올 시즌 후반기만 놓고 본다면 추신수는 아메리칸 리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반기의 활약이기에 이것을 그대로 내년 시즌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시즌 전체 성적으로도 부족함이 전혀 없는 추신수이기에 더욱 큰 기대를 할 수 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기 때문에 추신수는 정식 타격 순위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그 기준을 350타석 이상 출장한 선수로 하여 범위를 넓힌다면 추신수의 RC/27은 7.85로 밀튼 브래들리(9.15)와 알렉스 로드리게스(7.86)에 이은 리그 3위다. 타율(10위)과 출루율(6위), 장타율(6위), OPS(5위)도 모두 리그 10위권에 들어간다.


90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의 성적이라면 어느 정도의 검증은 거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부상과 그 여파로 발동이 늦게 걸리는 바람에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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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트레인의 2009년 목표는?

내년 시즌 추신수의 목표는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까? 굳이 이번 후반기에서의 활약을 내년 시즌 내내 이어갈 필요는 없다. 그 정도로 특별한 시기는 선수 생활 동안 몇 차례 찾아온다면 그걸로 족하다. 꼭 그렇게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아도 추신수가 지금껏 자신이 기록한 통산 성적, 딱 그만큼만 해준다면 모두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신수의 성적을 나타낸 위의 표를 살펴보면 그는 이제 딱 풀타임 메이저리거거 한 시즌을 부상 없이 소화했을 때 기록할만한 157경기 출장과 500타수를 돌파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한 경기를 소화해서 기록한 .290의 타율과 90개가 넘는 득-타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여기에는 자신이 ‘광분모드’로 내달린 올 시즌 후반기의 성적을 비롯해 부진을 겪었던 올해 전반기, 그리고 다소 미숙했던 신인 시절의 기록이 모두 담겨 있다. 때문에 올해 후반기의 성적을 그대로 풀타임으로 환산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 가능성이 높다. 가장 좋았을 때와 가장 나빴을 때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평균 성적, 충분히 이루어낼 수 있는 목표이며 그것만으로도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는 수준급 외야수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목표 외에 추신수가 내년에 이루어야 할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마도 5개월쯤 후, 내년 시즌이 시작하기 직전에 다시 한 번 다루게 되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드러나 있는 몇 가지 과제들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플래툰을 극복하라

좌타자인 추신수는 현재 상대 선발 투수로 좌완이 등판하는 날이면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다. 보통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급 기량을 갖춘 베테랑’들을 제외하면, 경험이 부족한 좌타자는 플래툰으로 기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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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팬들로서는 에릭 웨지 감독의 그러한 기용이 야속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딱히 동양인이라고 해서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의 ‘상식’적인 기용인 것이다. 물론 이것을 추신수가 계속해서 애해하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자신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


현재 좌투수가 등판했을 때 추신수를 대신하여 출장하는 선수는 벤 프란시스코다. 하지만 그의 좌투수 상대 성적(.275/.355/.440)은 추신수(.282/.346/.465)와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추신수가 좀 더 낫다고 봐도 될 정도다.


오프시즌이 되어 이 부분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진 후, 내년 시즌에도 올해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다면 추신수는 플래툰의 굴레를 벗어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되어 매일매일 한국의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확고부동한 포지션을 확정지어라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플래툰 기용을 벗어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추신수는 올해 우익수와 좌익수를 계속해서 번갈아가며 출장하고 있다. 외야라는 포지션이 원래 유동성이 큰데다, 추신수를 제외한 다른 코너 외야수들의 수비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잦은 포지션 변경은 본인에게 그다지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깨가 강한 추신수에게 가장 어울리는 포지션은 우익수.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사이즈모어와 강견 우익수 추신수가 이루는 외야 라인은 수비의 측면에서도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내년에는 추신수를 비롯해 벤 프란시스코와 프랭클린 구티에레즈가 버티고 있는 좌우 코너 외야수 자리에 마이너리그 전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외야 유망주 맷 라포타도 더해질 전망이다. 물론 가장 앞서 있는 것은 추신수다. 하지만 단순한 경쟁에서의 승리가 아닌, 플래툰을 벗어난 확고부동한 선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추신수=우익수’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팀 입장에서도 가장 최적의 시나리오는 추신수가 올해 같은 활약을 이어가고 라포타가 무난히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리그 최고의 1번 타자인 사이즈모어와 더불어 라포타(좌)-사이즈모어(중)-추신수(우)로 이어지는 평균 나이 25세의 미래지향적 외야라인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추신수로서는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자리를 잡아 ‘팀의 미래 계획’에 포함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길이다.


셋째, 도루 능력을 살려라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추신수에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빠른 발을 십분 활용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도루 시도를 최대한 자제했다. 감독으로부터 그린 라이트(자신의 판단으로 뛸 수 있다는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통산 16번의 시도(9개 성공)는 적은 감이 있다.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708경기를 뛰는 동안 166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던 선수다. 대략 140경기 정도를 기준으로 잡는다면 33개 정도는 해줬다는 뜻이다. 도루 성공률도 72.5%정도로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랬던 선수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20개 정도의 도루는 해줘야 한다.


트레비스 하프너와 빅터 마르티네즈가 모두 라인업에 복귀하게 된다면 내년의 추신수는 사이즈모어의 뒤를 이어 2번 타순에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추신수가 자신의 도루 능력까지 뽐내면서 20홈런-20도루를 기록할 수 있다면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2번 타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 희망의 2009년을 기대하며...

추신수는 아직까지 이루어 놓은 것들이 많지 않다. 초등학교 시절 자신과 함께 야구를 시작했다가, 학교가 갈라지면서 라이벌이 되었던 친구 이대호가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해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메이저리그라는 힘든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공했을 때의 그 성취감과 그에 대한 보상은 어마어마한 수준이 될 것이 틀림없다.


추신수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가 하나같이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이유는 그가 전체의 타석의 10분의 1이상을 볼넷으로 걸어 나갈만한 선구안까지도 갖추었다는 점이다. 빈말이 아니라 추신수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 부상이라는 위기 속에서 꺾일 뻔도 했으나, 가까스로 찾아온 기회를 확실히 움켜쥐며 날아오를 채비를 마쳤다. 이제는 훨훨 날아오르기만 하면 된다.


2009년에는 매일매일 한국 팬들을 즐겁게 해줄 ‘실력 있는 풀타임 메이저리거’의 탄생을 기대 해봐도 좋을 것이다.


[사진출처 : 홍순국의 MLBphotographer.com]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