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서 2년 연속으로 만난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가 5 : 2로 SK 와이번스를 꺾고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작년에 1차전에서 리오스가 최소 투구 완봉승으로 두산을 승리로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랜들과 이재우의 깔끔한 계투가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2회초 김재현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랜들은 5와 ⅓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고, 6회 1사 1, 2루에서 등판한 이재우는 3과 ⅔이닝을 던지면서, 3피안타 1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렸다.
국가대표 에이스인 SK의 김광현은 볼넷을 남발하면서도 뛰어난 위기 능력을 발휘하였지만, 최준석을 넘지 못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썼다.
2회말 김재현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해, 0 : 1로 뒤지고 있던 두산은 5회 이종욱이 중전 안타로 3루 주자인 채상병을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6회에는 2사 1, 3루에서 대타로 나선 최준석이 2타점 2루타를 치면서 경기를 역전시켰다. 그 후 1점씩을 더 주고받으면서, 4 : 2로 앞서던 9회에는 홍성흔이 이승호를 상대로 장쾌한 솔로 홈런을 뽑아내면서 승부에 쇄기를 박았다.
(본 칼럼은 2008시즌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맞이하여 [야구라의 뻬이쓰볼]과 [김홍석의 야구스페셜]이 공동 기획한 것으로, 전반부는 선수들의 평점과 더불어 그에 대한 간략한 멘트가, 후반부에는 경기에 관해 서로가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두산 타선 평점
김홍석 - 홍성흔은 2안타를 추가하며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순위에서 양준혁(63개)을 재치고 단독 선두(65개)로 뛰어 올랐다. 4회 초의 기습번트로 그의 반짝반짝 빛나는 야구 센스를 팬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더니, 9회 초의 터진 솔로 홈런은 SK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김현수가 무더기 삼진을 당했다는 점이 아쉽지만, 상대 선발이 국가 대표 좌완 에이스이기에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그렇기에 마찬가지로 좌타자인 이종욱의 활약이 더욱 빛난다.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최준석은 물론, 적절한 시기에 절절한 선수를 대타로 내세워서 경기를 뒤집은 김경문 감독이야말로 1차전의 진정한 수훈감이다. 적지 않은 잔루를 기록하는 등 전체적으로 찬스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경기 중반 이후로는 꼭 필요한 점수만큼은 따냈기에 이길 수 있었다. 타석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상대의 도루를 막지 못한 채상병, 그와 반대로 수비는 뛰어났으나 타석에서 좋지 못했던 고영민의 부진은 다소 아쉽다.
야구라 - 1, 2회에 볼넷으로 출루하고서도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등 9안타 9볼넷에 상대 에러까지 총 19번이나 출루하고서도 5득점에 그친 부분은 분명히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한 이종욱은 5회 1사 3루에서 극단적인 전진 수비를 뚫는 동점타를 날렸고, 3 : 1로 앞선 7회에는 안타로 출루한 후에 김현수의 적시타에 간단하게 추가 득점을 올렸다. 7회말에 SK가 1점을 따라온 것을 생각하면, 이 1점의 의미는 매우 컸다. 김광현의 마츠자카식 똥줄야구를 응징한 최준석의 2타점 2루타는 두산이 승기를 잡는 계기가 되었다. 안타나 타점, 득점 등을 기록하지 못한 오재원의 평점을 높게 준 것은 7회 2사 후에 박재상의 우전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한 수비 때문이다. 이 수비가 없었다면, SK가 역전 흐름을 탈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저 수비 하나로 두산은 이재우로 경기를 마무리 지으면서 불펜을 아낄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 4차전 이후 타격감을 회복한 홍성흔의 9회 솔로 홈런은 SK에게 비수를 박는 결정타였다.
▶ SK 타선 평점
김홍석 - 3회 말 2사 2,3루 상황에서의 박재홍 땅볼, 5회 말 1사 1,3루 상황에서 조동화의 도루 실패와 정근우의 삼진, 6회 말 1사 1,2루 찬스에서 삼진당한 박경완과 외야 플라이로 물러난 이진영까지. 몇 번의 찬스가 있었지만 결국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날려버렸다. 단지 경기감각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선수들의 집중력이 조금 부족했다. 아무리 박경완이 좋은 선수라 하더라도 수비와 투수리드의 부담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포스트시즌에서, 중심타자로서의 좋은 타격까지 기대한다면 그것은 욕심이다. 7번 정도에 배치해서 부담을 덜어주는 편이 낫다. 사실상 박경완과 최정의 부진이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기동력은 두산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해결사다운 모습을 보여준 선수가 없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아쉬운 경기였다.
야구라 - 초반 위기를 넘기고 김재현의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올렸을 때에는 SK가 경기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미숙한 주루 플레이와 상대 호수비 등에 막히면서 2득점하는데 그쳤다. 3회 2사 2, 3루에서 박재홍이 유격수 땅볼로 아웃되었고, 동점을 허용한 5회에 잡은 1사 1, 3루에서는 조동화가 견제 플레이에 잡히면서 찬스를 놓쳤다. 1점을 만회한 7회 2사 2루에서 박재상의 안타성 타구가 오재원에게 잡히기도 했지만, SK가 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박경완-이진영-최정이 전혀 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산의 발야구를 일정 수준 억제한 박경완이지만, 동점을 허용한 5회에 나온 패스트 볼은 그답지 않은 플레이였다. 전반적으로 긴 휴식으로 인해 실전 감각과 함께 타격감이 무뎌진 모습을 보인 것이 2점이라는 초라한 득점에 그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 두산 투수진 평점
김홍석 - 부친상을 당하고도 소속 팀의 한국시리즈를 위해 한국에 남았던 랜들은 최고의 피칭으로 팬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재현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을 제외하면, 크게 흠 잡을 것이 없을 정도로 SK의 강타선을 잘 요리했다. 선발승을 따낼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었으며, 투구 수도 87구로 적당해 여차하면 4차전에 등판할 수 있을만한 여지를 남겨 놓은 것도 어떤 면에서 오히려 다행이다. 1점을 내주긴 했지만 이재우는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위력적인 피칭을 했다. 투구수(49구)가 좀 많은 편이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단 2명의 투수로 시합을 끝냈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인 일이다. 덕분에 김경문 감독이 2차전에서 정재훈과 임태훈을 맘껏 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야구라 - 올 시즌에 SK를 상대로 6경기에 등판해서, 평균자책 1.27과 피안타율 0.205를 기록한 천적답게 랜들은 호투를 펼쳤다. 게다가, 부친상을 당한 상황에서 던진 호투이기에, 그 감동은 더욱 더 컸다. 선발 투수인 랜들의 호투도 빛났지만, 6회 1사 1, 2루의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서 3과 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낸 이재우의 역투가 두산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7회에 1실점했지만, 정재훈과 임태훈, 김상현 등을 소모하지 않고 혼자서 경기를 끝낸 점은 칭찬에 칭찬을 거듭해도 부족하지 않다.
▶ SK 투수진 평점
김홍석 - 심판들의 좁은 스트라이크 존을 실전에서 접해 본 SK 투수들은 역시나 볼넷을 남발하고 말았다. 컨트롤이 섬세하지 못한 김광현이 볼넷으로 고생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MVP 라이벌 김현수를 세 번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대량실점은 막았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김성근 감독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많은 투수들을 기용하며 두산의 추가점을 막아보려 했으나, 항상 볼넷이 문제가 되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2차전에서도 어려운 승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안타와 볼넷을 9개씩이나 허용하고도 5점으로 묶은 것은 칭찬받을 만하다.
야구라 - 조금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스트라이크 존의 영향으로 김광현은 1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볼넷을 허용하는 똥줄 야구를 보였다. 하지만, 구위는 상당히 뛰어나서, 외야로 날아간 타구가 6회 김동주의 2루타가 처음이었다. 5와 ⅔이닝 동안 기록한 투구수는 110개였다. 결과론적이지만, 최준석이 대타로 나왔을 때에 투수 교체 타이밍을 한 템포 늦게 가져간 것이 결국 역전 2타점 2루타를 맞은 원인이 되었다. 윤길현-정우람-조웅천-이승호로 이어지는 투수 기용은 나쁠 것은 없지만, 지금과 같이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원포인트 기용은 오히려 화근이 될 소지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SK로서는 이승호가 상당히 좋은 피칭을 보인 점이 패배 속에서 찾은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우완 셋업맨으로서 절대적인 존재인 윤길현의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 일시적인 컨디션 저하가 아니라면, 상당히 힘든 한국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서전을 승리로 장식한 두산
김홍석 - 두산이 승리한 이유로 무엇보다도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건 역시나 랜들의 호투일 것이다. 기록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으로 정말 잘 던졌다. 오랜만에 실전에 나선 SK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잘 요리했다. 투구수 관리도 적절했고, 지금까지 치러진 올 시즌의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호투를 펼친 선발 투수가 아닐지 싶다.
야구라 - 확실히 플레이오프를 통해서 실전 감각과 함께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한 두산의 랜들과 이재우는 물량 투입으로 맞선 SK보다 우위를 보였다. 부친상에도 마운드에 오른 랜들의 모습을 보면서, '프로 선수의 비애' 비슷한 감정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 감동 역시 적지 않았다. 반면에 두산의 좌타자들은 이종욱이 2안타를 치고, 김현수가 적시타를 때려냈지만, 13타수 3안타에 그쳤다. 게다가, 딱히 잘 맞은 타구도 그렇게 보이지 못한 점은 이승호와 정우람 등 SK의 좌타자 스페셜 리스트에게 고전을 할 가능성도 적지 않게 보였다.
김홍석 - 선발투수가 김광현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김광현이 바뀌자마자, 김현수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9안타에 볼넷 9개를 얻은 것에 비하면 5득점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건 SK 투수진의 특징인 계투 때문이지, 약점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김광현을 무너뜨린 최준석의 킬러 본능이 빛난 경기였다. 또한, 홍성흔의 홈런포가 1차전부터 가동된 것은 다행스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4회초의 기습번트도 그렇고, 이런 식으로 타기 시작한 기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야구라 - 개인적으로는 두산이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이자 의미가 깊은 것은 랜들-이재우의 호투도, 최준석의 대타 성공도, 홍성흔의 홈런도 아닌 7회 2사 2루에서 나온 오재원의 다이빙 캐치라고 생각한다. 그의 그 수비가 없었다면, 1점 차이로 쫓기는 것은 물론이고, 정재훈이나 임태훈 등 불펜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김홍석 - 정말 컸다. 이재우가 1루를 커버한 것도 좋았지만, 그걸 잘 잡고서 침착하게 토스하는 오재원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 한 번의 수비가 살아날 뻔한 SK의 타격감을 다시 잠재웠다고 생각한다.
▶ SK가 1차전에서 완패를 당한 이유
야구라 - SK의 패인은 김광현이 기대 밖으로 초반에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볼넷을 다수 허용하면서 투구수가 많아진 흔히들 말하는 똥줄 야구에 있다고 생각한다.
김홍석 -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이미 프리뷰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지금 적용되고 있는 스트라이크 존을 처음 접하면, 볼넷을 남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히려 힘이 넘칠 정도로 강력한 구위가 뒷받침 되었기에 3점으로 막은 것이지 대량실점으로 이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시합이었다.
야구라 - 엄격한 스트라이크 존이 한국시리즈에서도 초반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의 경우에는 정대현과 조웅천 등 언더핸드스로가 불펜의 핵심인 것을 생각하면, 위기 상황에서 어려운 승부가 될 여지가 크다.
김홍석 - 개인적으로도 아마도 정대현이 등판한다면, 가장 고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노련한 포수인 박경완이 홈 플레이트를 지키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해법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1차전에서 두산이 승리한 환경적인 요인으로, 두산 투수들이 스트라이크존을 파악한 이후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SK의 타선을 상대로 체력적으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이정도로 호투를 펼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 막아줬다.
야구라 - 타자들의 경우에는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거나 해서 빨리 대처할 수도 있겠지만, 투수의 경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부분이 선발진의 양과 질에서 SK가 우위에 있다고 말해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한 두산의 투수진이 더 위력을 발휘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 SK로서는 얼마나 빨리 마운드가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할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1차전을 패한 상황이기에.
▶ 야신과 국민 감독의 용병술
김홍석 - 양 팀의 감독이 보인 용병술은 전체적으로 무난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고 있는 시합에서 6명의 투수를 기용한 김성근 감독의 방식에는 조금 고개가 갸웃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결국 두산 타자들의 타이밍을 흩뜨러 놓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SK가 5실점에 그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야구라 - 김광현이 생각보다 일찍 마운드를 내려온 결과가 6명의 불펜 투수를 투입하는 물량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윤길현을 원포인트로 등판시킨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같이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적응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포인트 릴리프는 오히려 독이 될 공산이 크다. 또한, 사람들은 불펜 투수의 투구수만 보고 몇 개 안 던졌다고 말하고 있지만, 불펜 투구까지 생각하면 장기전으로 갈 경우에는 체력적인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김홍석 - 김경문 감독의 대타 작전은 한국시리즈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대수가 플레이오프 막판부터 계속해서 부진했었고, 정말 필요한 시점에 단 한 번의 기용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한국시리즈' 모드로 전환한 번트 작전도 신선했다.
야구라 - 부진한 이대수의 타석에서 김광현에게 강한 최준석을 대타로 기용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다. 게다가, 이대수 대신에 유격수로 들어갈 김재호도 김광현이나 SK에게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복합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대타로 기용하기 때문에, 시즌 중에 김경문 감독이 0.302라는 높은 대타 타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홍석 - 5회에 1사 3루에서 이종욱의 타석에서 전진 수비를 펼친 것은 김성근 감독이 플레이오프 1, 2차전만 분석한 결과는 아닌가 싶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후반에 이종욱은 계속해서 매 경기마다 큰 타구를 때려냈는데, 그 부분을 너무 간과한 듯 보였다. 물론 김광현의 구위에 대한 믿음이 있었겠지만, 베테랑인 박경완이 실책을 범한 상황이라 어린 투수가 동요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야구라 - 이게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김성근 감독의 빛과 어둠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사실 4회에 이종욱의 타석에서 1점도 주지 않겠다고 펼친 전진 수비는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는 측면에서는 최소한 절반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단지, 타구의 코스가 안타를 만들었을 뿐이다. 경기 초반에 1점을 지키기 위해서 전진 수비를 펼쳐서 성공하면 역시 '야신'이라는 말을 듣겠지만, 실패했을 경우에는 추가 실점하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아마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의 구위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종욱에 대한 공략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작전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1차전에서 이종욱은 4타수 2안타를 기록했지만, 4번 다 내야 땅볼이었다.
▶ 2차전에 대한 전망
김홍석 - 두산이 1차전을 이긴 두산으로서는 승리 이상으로 정재훈과 임태훈을 아낀 상황에서 1차전을 끝낸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본다. 이걸로 2차전에서는 선발 투수가 조기 강판 되더라도 승부를 포기하지 않고, 불펜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야구라 - 두산이 상대 에이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기에, 1승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발진이 상대적으로 약세인 두산으로서는 이 승리로 4차전까지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SK의 입장에서는 시리즈 중반이 아닌 1차전이기에, 오히려 부담이 적은 부분도 있다. 선발진이 강한 SK로서는 실망할 필요는 없다.
김홍석 - 정재훈과 임태훈은 2~3이닝씩을 책임질 수 있는 불펜 요원이다. 게다가, 엔트리에 투수를 12명이나 포함시켰기에, 마운드 운영에는 여유가 좀 있는 편이다. 채병용도 김광현처럼 스트라이크 존 때문에 고생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차피 선발 싸움으로 승패가 갈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불펜을 동원해서라도 승부를 한다면, 두산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는 상황이다. 우완 투수라면, 오재원과 김현수가 오늘처럼 고전할 리도 없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야구라 - 작년에 SK는 2연패 후에 4연승을 거두면서 한국시리즈를 제패했지만, 이번에도 그것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일단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에 1승 1패로 잠실에 갈 필요가 있다. 채병용도 김광현처럼 스트라이크 존으로 인해 고전할 여지는 충분히 있지만, 박경완이 1차전을 경험했기에 변화된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력을 가지게 되었기에, 승패를 가를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타선이 얼마나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하다. 1차전을 겪었기에, 2차전은 충분히 해볼 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 & 야구라(http://yago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