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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김홍석 vs 야구라] KS 3차전 리뷰 -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린’ SK의 승리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0. 30.


3:2로 앞서 있는 9회말 1사 만루의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정대현, 그리고 그라운드 위에 보이는 이종욱, 김동주, 고영민, 김현수 등의 반가운 얼굴들. 약 2개월 전 모든 한국의 야구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올림픽 결승전의 장면이다. 당시 정대현은 병살타를 유도하여 금메달을 확정지었고, 저 선수들과 하나 되어 뒹굴며 기쁨을 나눴다.


이와 똑같은 상황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연출되었다. 하지만 영웅이 된 것은 정대현 혼자 뿐, 병살타를 때려낸 김현수를 비롯해 1루 주자 고영민과 2루 주자 이종욱 그리고 대기 타석의 김동주는 아쉬운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특히 1루에서 2루로 뛰다 아웃된 고영민은 결승전에서 박진만의 토스를 받아 침착하게 1루로 공을 뿌렸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마치 2개월 전의 영상을 다시 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한국시리즈 3차전은 끝났다. 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시합을 승리로 만들어낸 SK는 앞으로의 일정에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상대의 두 배가 넘는 11개의 안타를 치고도 패배한 두산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4차전을 게 되었다.


(본 칼럼은 2008시즌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맞이하여 [야구라의 뻬이쓰볼][김홍석의 야구스페셜]이 공동 기획한 것으로, 전반부는 선수들의 평점과 더불어 그에 대한 간략한 멘트가, 후반부에는 경기에 관해 서로가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SK 타선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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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5안타 1볼넷밖에 얻지 못한 팀이 승리했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신기한 일이다. 최정의 2점 홈런이 없었더라면 이기지 못했을 경기였다. 그리고 어쩌면 그 홈런보다도 4회초에 터진 이진영의 2루타와 이재원의 적시타로 얻은 1점이 더욱 팀 승리에 기여했다고도 봐도 무방할 것이다. 3점을 만들어낸 이진영과 이재원 그리고 최정 외의 SK 타자들은 별 다른 활약이 없었다. 박재홍의 타격 컨디션은 아직 살아나지 않았고, 박경완은 3경기 연속으로 타선의 블랙홀이었다. 3타석 연속 삼진을 당하는 등 타석에서 전혀 제 몫을 하지 못한 정근우에게 그나마 1점이라도 준 것은 마지막 더블 플레이를 무난하게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야구라 - 타선에서 제 몫을 한 것은 각각 2안타를 기록한 이재원과 이진영, 그리고 결승 2점 홈런을 친 최정 밖에 없다. 좌투수 킬러인 이재원은 선취점을 올리는 타점과 함께 2안타를 기록하면서,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또한, 결과적으로 좌투수가 선발 등판했음에도 이진영을 2번 타순에 기용한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한 셈이다. 여전히 타선의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리즈 전적에서 2승 1패로 앞서고 있지만, 김성근 감독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평점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정근우의 평점으로 2.0점이나 준 것은 9회에 김현수의 빠른 타구를 더블 플레이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 두산 타선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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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11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얻고도 2점에 그친 이유는 최승환의 홈런을 제외한 모든 안타가 단타였기 때문이다. 연속 안타가 터져 나와도 1루 주자가 3루까지 도달한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무리 연속 안타가 중요하고 진루타가 중요하더라도 장타가 섞이지 않은 두 자리 수 안타는 이와 같이 무의미한 것이다. SK는 4회와 6회에 장타가 포함된 두 개씩의 안타로 1점과 2점을 뽑았지만, 9회 단타 3개를 연속해서 때려낸 두산은 동점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흔히들 안타 두 개가 2루타 하나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인 생산력에서 2루타 하나는 단타 3개 이사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야구 통계는 말해준다. 기동력은 상대 포수 박경완에게 봉쇄당했고, 홈런 외에는 단 하나의 적시타도 때려내지 못했다. 레이번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김현수가 1,2차전에 이어 또 다시 침묵했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이다.


야구라 - 전체적으로 타선이 짜임새를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김현수와 고영민의 부진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고, 하위 타선도 플레이오프와 같은 활발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위 타선의 경우에는 대타 등으로 커버했지만, 2(고영민), 3(김현수)번이 흐름을 끊어 먹었다. 리드오프인 이종욱이 2번이나 안타로 출루하고, 4번타자인 김동주는 3안타를 쳤지만, 직접적인 타점은 단 1점도 나오지 않았다. 결과론적이지만, 고영민과 오재원의 타순을 바꾸기 보다는 김현수와 홍성흔의 타선을 바꾸거나 클린업 트리오를 김동주-홍성흔-김현수로 가져가는 편이 더 좋은 선택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SK 투수진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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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나름대로 호투하고 있던 레이번을 한 템포 빠르게 교체한 김성근 감독의 판단은 독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정우람과 정대현 등이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졌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시합이었다. 물론 투구 내용은 나빴지만 마지막 위기 상황에서 병살타성 타구를 유도해낸 정대현의 배짱만큼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최승환에게 예상치 못한 홈런을 허용한 조웅천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아, 기세를 탈 수도 있었던 두산 상위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한 이승호의 피칭이 가장 돋보였다.


야구라 - 결과는 승리했다. 핵심 불펜을 3경기 연속으로 투입하면서(정대현만 2경기 연속). 4차전에 선발 등판하는 송은범이 두산을 상대로는 좋지 않았기 때문에, 3차전에 전력을 다한 결과라고 해도 이러한 마운드 운영이 옳은지는 의문스럽다. 게다가, 등판한 불펜 투수 중에서 이승호와 정우람을 제외하고는 제몫을 한 선수가 없었다. 만약 9회말에 김현수의 타구가 안타가 되거나 해서 역전을 허용했다면, SK는 벼랑 끝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벤치의 의중은 읽을 수 있지만, 위험 부담감이 너무 큰 마운드 운용이었다. 이것을 좋게 봐서 도박사적인 기질이나 동물적인 감각 등으로 포장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만을 본 평가라고 생각한다.


▶ 두산 투수진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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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누가 이혜천과 이재우에게 패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2실점하긴 했지만, 이혜천은 마운드에서 내려가기 전 5.2이닝을 던지는 동안에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으로 SK 타선을 압도했다. 막 등판해 몸이 덜 풀린 이재우의 초구를 노려서 홈런으로 연결시킨 최정을 칭찬할 수밖에 없다. 굳이 그 타이밍에 바꿔야만 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3인 로테이션으로 꾸려가야만 하는 두산 김경문 감독의 입장에서는 80구 이상을 던진 이혜천(84구)을 교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홈런 이후, 경기가 끝날 때가지 10명의 타자를 연속해서 범타로 처리한 이재우의 환상적인 피칭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 아쉬울 정도다. 두산 입장에서는 타자들이 더 많은 안타를 때려내고, 투수들은 더 좋은 피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에서 패한 ‘정말 안 풀리는 날’이었다.


야구라 -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불펜으로 제몫을 못한 이혜천은 선발로 전환한 후에 200%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5회까지 1실점을 했지만, SK의 타선을 거의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이혜천을 구원 등판한 이재우도 벤치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피칭을 보였다. 단지,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서 던진 초구가 최정에게 통타당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운이 나빴다기보다는 2차전의 리뷰에서 말했던 것처럼 3차전에서 승리를 거두겠다는 김경문 감독의 조급함이 빠른 투수 교체로 이어졌고, 그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두산은 패했지만, 이혜천과 이재우 단 2명으로 경기를 끝냈다는 것은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닐지 싶다. 하지만, 두산의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이재우인데, 4차전에 등판하기에는 어렵다는 점에서 위안 아닌 위안은 아닐지 싶다.


▶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린’ SK의 승리

김홍석 -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는 야구의 오랜 속설과 더불어 2개월 전 올림픽의 추억을 동시에 떠올리게 만드는 시합이었다. 홈런을 허용한 후 이재우가 보여준 뛰어난 피칭을 감안했을 때, 어쩌면 이재우가 최정에게 던진 초구는 SK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찬스였는지도 모른다.


야구라 - 방심하고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갔던 이재우의 실투성 공을 최정이 잘 받아쳤다. 이혜천의 경우는 충분히 6회를 책임질 수 있던 상황이었기에, 이재우의 투입 시기가 조금은 아쉽다. 아무래도 4차전이 상대적으로 불안한 두산이기에 조금 서두른 듯 보인다.


김홍석 - 1차전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이재우는 그렇게 길게 가면서 경기를 마무리하는 역할을 담당해왔었기 때문에 의외라고 전혀 의외의 기용은 아니었다. 결과가 나빴을 뿐, 그것이 김경문 감독의 이재우 기용 스타일인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SK의 계투작전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한 점차 승부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기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야구라 - SK는 1,2차전에 이어서 3차전에도 핵심 불펜 요원들을 그대로 소모했다. 정우람과 윤길현, 이승호는 벌써 3경기 연속 등판이다. 당장의 결과는 좋지만 4차전 선발 송은범도 그다지 오래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아니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투수 운용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계투작전을 펼치고도 역전패할 뻔했고, 만약 정말 지기라도 했다면 4차전 이후가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었다.


김홍석 - 3차전까지 세 투수를 기용하게 되면서 SK가 20일간 쉬면서 얻은 체력적인 부분에서의 장점은 모조리 사라졌다고 본다. 4차전 경기에서도 이들이 등판한다면, 과연 정상 컨디션으로 제대로 된 피칭을 할 수 있을 지는 다소 의문이다. 3차전은 SK가 가까스로 이기긴 했지만, 결과가 좋다고 해서 모든 것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충분히 피로한 상태였던 핵심 불펜 투수들을 모조리 투입해 승리했던 삼성이, 이후 3경기를 내리 패하면서 탈락한 전례가 있지 않은가. SK도 4,5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시리즈를 끝낼 여력은 없어 보인다.


야구라 - 사실 3경기 연속 무리한 불펜 운용을 하고 있는 것은 타선의 침묵 때문일 수도 있다. 3경기 동안 뽑아낸 안타가 20개에 불과하다. 3차전도 이재우의 방심으로 인한 최정의 홈런과 김현수의 병살타로 승리했을 뿐, SK가 자력으로 이겼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김홍석 - 두산은 역시나 김현수의 부진이 주된 패인이다. 더불어 타격감이 좋지 않은 고영민의 2번 기용도 다소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다. 6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대타로 내보낸 유재웅이 삼진으로 물러난 것과 9회 최승환의 희생번트 작전 실패 등, 이번 3차전에서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은 하나같이 아쉬운 결과로 드러나고 말았다.


야구라 - 김현수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두산에게 힘든 시리즈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차라리 타순을 조정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최승환의 경우 어설프게 번트작전을 시행하려고 한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아예 희생번트로 가져가던지, 아니면 강공을 펼치던지 확실하게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 4차전 전망은?

김홍석 - 4차전은 두산이 초반에 승기를 잡으면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김성근 감독이라 해도 4경기 연속으로 불펜을 가동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기 때문. 더군다나 SK 선발 송은범은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3경기에 등판해 6.2이닝 동안 14피안타 9실점(8자책)하며 10.80의 매우 나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랜들에게도 3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부담이 있지만, 1차전의 호투도 있었고 SK 타자들의 컨디션이 아직도 정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선발 싸움은 두산이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야구라 - 3차전을 승리한 SK 입장에서는 굳이 4차전 승패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부담이 덜하다. 승리한다면 좋겠지만, 굳이 거기에 목매달지 않더라도 타선의 컨디션을 끌어 올리면서 두산의 불펜만 소모시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물론, 선발로 등판할 송은범과 롱릴리프로 등판할 가능성이 큰 김원형이 의외의 호투를 펼쳐준다면 시리즈를 쉽게 끝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큰 부담이 없는 경기다.


김홍석 - SK가 3차전에서 신승을 거뒀기에 5차전까지 바라본다면 결국 SK에게 유리한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긴 하다. 하지만 당장 4차전은 두산 쪽으로 기운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두산 입장에서는 4차전에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만 한다. 하나는 시리즈를 2승 2패의 균형으로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김현수의 컨디션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김현수만 살아난다면 지금의 SK는 전혀 두렵지 않다.


야구라 - 반대로 그 김현수만 막아낸다면 SK로선 두산을 겁낼 필요가 없다는 뜻도 된다. 역시 4차전의 포인트는 승패보다는 두산 타선을, 특히 김현수를 막는데 더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경완이 두산의 기동력을 충분히 제어하고 있는 마당이라, 중심타선의 적시타만 지금처럼 잘 막아낸다면 SK가 시리즈 전체를 유리하게 이끌고 갈 것이라고 본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 & 야구라(http://yago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