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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황혼을 향해 달려가는 노장 7인방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5. 9.

  야구에서는 보통 30살이 넘으면 베터랑이라는 호칭이 뒤따르고, 35살이 넘으면 보통 노장이라고 칭한다. 40살이 넘으면 그 선수는 이미 전설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러한 전설이 너무나도 많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40대 선수만 20명에 이르는 실정이다. 그들 중에서도 가장 고령인 7명의 선수를 한번 살펴보자.


훌리오 프랑코 (58년 8월 23일생)

  한국 프로야구도 거쳐갔었기에 너무나도 익숙한 프랑코, 48살의 나이임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플레이’ 하고 있다. 올시즌도 두 번의 스타팅 출장을 비롯해 14경기에 나왔고, 방망이가 녹슬지 않았음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이라는 점, 그것도 50년대 태생이라는 것은 그의 실제 나이는 2~3살 이상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다소 위험한(??) 추측을 가능케 한다.


  58살의 나이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던 사첼 페이지를 비롯해서, 50이 넘어서 경기에 나온 선수들이 간혹 있었지만 그들은 대부분 한 두 경기만을 거의 팬서비스에 가까운 형태로 나왔을 뿐이다. 프랑코처럼 정말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서 자기 몫을 해준 선수는 거의 없었다. 즉 프랑코야 말로 사실상 메이져리그 역대 최고령 ‘플레이어’ 라고 할 수 있다. 올시즌 중으로 49살 생일을 맞게 되는 프랑코. 과연 그의 은퇴는 언제일런지...



로져 클레멘스 (62년 8월 4일생)

  1년으로 환산하면 2800만불이라는 역대 최고액수를 받으며 또다시 화려한 컴백을 선언하신 로켓옹. 99.9%라던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그는 또다시 메이져에 복귀했다. 이제는 가족에 대한 핑계도 필요없는지 휴스턴이 아닌 양키스로의 복귀다. 로켓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때 입고 갈 가능성이 높은 핀스프라이트를 다시 한번 입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미국 전역이 난리다.


  불혹을 기점으로 하여 오히려 한층 더 강해진 모습을 보여준 클레멘스이기에 45살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성적을 걱정하는 팬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지난 3년간 가장 도미넌트했던 투수가 바로 로켓이다. 돈이 아쉬운것도 아닐테고, 더 큰 명예가 필요한 것도 아닐텐데 왜 또 돌아왔을까? 혹시 이대로 은퇴해버리면 매덕스가 자신보다 많은 승수를 쌓고 앞으로 달려나갈까봐 두려웠던걸까? 여러 가지 말들이 많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월터 존슨 이후 가장 위대한 투수를 뽑으라면 그건 바로 로켓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제이미 모이어 (62년 11월 18일생)

  80년대 후반 괜찮은 수준의 유망주로 떠오르며 빅리그에 데뷔했던 모이어지만, 이후 90년대는 악몽과도 같았다. 부상... 부상... 또 부상... 거기에 성적 부진까지 이어지며 제이미 모이어라는 투수는 이대로 사라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35살이던 97년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하더니 이후 10년동안 8번이나 200이닝을 소화해 내며 재작년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200승까지 달성하게 된다. 날아가던 파리가 앉아서 쉬어 갈것 같은 그 직구 구속을 가지고 말이다...


  40세 이후(2003년 이후) 올린 승수만 해도 무려 55승, 이것은 로켓과 같은 수치다. 게다가 올해는 현재까지 2할대 초반의 피안타율로 2점대 방어율을 기록 중이다. 동갑인 로켓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미미한 시작을 보였던 모이어, 하지만 97년 이후 그의 성적표는 로켓과 비교해도 그다지 꿀리지 않는다. 사이영상을 받기는 커녕 3위 안에도 든 적이 없고, 명예의 전당에 갈 가능성도 그다지 커보이지는 않지만, 팬들의 기억속에는 아주 오래도록 기억될 그런 선수가 바로 모이어일 것이다.



랜디 존슨 (63년 9월 10일생)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가 있다면 그게 바로 랜디 존슨이 아닐까? 그가 받은 5번의 사이영상은 모두 34세 이후에 수상한 것이다. 파이어 볼을 던지는 컨트롤 나쁜 파워피쳐로서 92년 210이닝에서 144개의 볼넷을 기록했던 랜디가 라이언의 말 한마디로 변신하더니 95년에는 214이닝에서 65개의 볼넷만을 허용했고, 이것은 그를 단순한 엘리트 투수에서 시대를 지배하는 특급 투수의 반열로 올려놓았다.


  작년 양키스에서 그답지 않은 부진을 겪은데 이어, 올해 애리조나로 돌아왔음에도 나쁜 출발을 보이며 2패만 기록하고 있는 랜디. 직구 구속도 문제지만 공의 무브먼트 자체가 예전 같지가 않기에 화려한 부활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힘들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상식을 무시하며 깨버리는 것이 특기였던 랜디이기에 마지막 화려한 불꽃을 기대해 본다. 이제 20승 남은 300승의 희망과 더불어...



데이빗 웰스 (63년 5월 23일생)

  토론토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뒤 10번이나 팀을 옮기며 지금 몸담고 있는 샌디에고까지 8개팀을 거쳐왔다. 작년에도 시즌의 3분의 1가량 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올해는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그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다. 게으르고 나태하며, 노력하지 않는 걸로 유명한 ‘부머’ 데이빗 웰스... 그러한 선수가 아직까지 현역으로 뛰는 것을 고집할 줄은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98년 양키스 소속으로 이루어냈던 퍼펙트 게임으로 인해 영원히 팬들의 기억 속에서 회자될 웰스. 어쩌면 우리가 그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배리 본즈 (64년 7월 24일생)

  “본즈의 스윙은 약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약물이 아니고서는 그 나이에 그러한 파워를 가질 수는 없다”

  라는 양쪽 주장의 첨예한 대립을 낳고 있는 본즈. 어차피 모든 문제는 그가 선수로서 황혼기에 역대 최고 수준의 기량을 뽐내고 있기에 비롯되는 것일 뿐이다. 이제 아론의 기록에 단 10개만은 남겨 놓은 이 선수에게... 과연 무슨 평가를 내릴 수 있을지... 모든 것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감히 아무런 말도 함부로 할 수 없으리라...



로베르토 헤르난데스 (64년 11월 11일)

  비록 세이브 타이틀 한번 따낸 적 없었지만 27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메이져리그에 데뷔해서 90년대를 주름잡은 최고의 클로져 중 한명이었던 헤르난데스. 그가 마무리로서 2002년까지 기록하였던 318세이브는 당시 현역 선수중에는 존 프랑코와 호프만에 이어 3위의 기록이었고, 역대로 봐도 9위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현재는 리베라와 와그너가 그의 자리를 추월해 버리며 11위로 밀려나긴 했지만 말이다.


  86년도 1라운드 드래프티로서 최고의 기대주였지만 이후 무려 5년이라는 세월을 마이너에서 소비한 헤르난데스, 그런 그의 기록이기에 더더욱 가치가 있어 보인다. 최근 5년간 매년 팀이 바뀌는 동안에도 이제는 셋업맨으로 바뀌어버린 자신의 보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노장. 그다지 네임벨류도 없고, 스타성도 없는 선수이지만 자신의 임무를 다하며 1000경기 출장을 향해 달려가는 이 선수의 모습이야 말로 노장으로서의 좋은 본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