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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최희섭, 그는 ‘포스트 이승엽’이 될 수 있을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5. 11.

  봉중근과 송승준에 이어 드디어 최희섭까지 국내로 복귀한다. 99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이후 플로리다 말린스, LA 다져스를 거쳐 올시즌 템파베이 데블레이스에서 메이져리거로서의 복귀를 노렸지만 스프링캠프에서 밀리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미국 진출 후 빠른 속도로 미국 무대에 적응하며 메이져리그로 올라왔지만, 지난 5년간 이렇다 할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 채 결국 국내 무대로 복귀하는 것이다.


  일단 최희섭의 복귀는 무척이나 환영한다. 한국 나이로 29살인 그가 메이져리그에 남아있지 못한다면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과 중흥을 위해서라도 돌아오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것이 프로야구에 대한 더 큰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입단 인터뷰에서 스스로 언급한


“이승엽 선배의 홈런 신기록에 도전하고 싶다.”


  라는 언급에 대해서도 전혀 반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야구 선수로서, 그것도 메이져리그의 물을 몇 년 동안 먹어본, 소위 ‘거포’라 불리는 선수가 그 정도 포부와 꿈이 없다면 그게 오히려 곤란할 것이다. 이 발언을 비꼬고 싶다거나 비난할 마음은 전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메이져리그 팬으로서, 나름대로 꽤 긴 시간동안 관심 있게 그를 지켜본 사람의 한명으로서 그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최희섭이 이승엽의 뒤를 이어 한국 최고의 거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누가 이렇게 물어본다면 필자의 대답은 ‘No' 다. 아니 단순히 힘들다는 수준을 넘어서서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의 ’No' 에 가깝다. 과연 현재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타자인 이대호나 김태균에 비교해서도 최희섭은 그 가능성 면에서 한 수 뒤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이제 막 국내에 복귀한 선수에게 격려는 못해줄망정 왜 찬물을 끼얹느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의 계약 조건이 봉중근 보다도 좋은 조건이라는 것부터가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를 옹호하는 많은 팬들은 최희섭이 불공평한 감독의 대우로 인해 여러 번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가 빅리그에 잔류해서 주전 1루수가 되지 못한 것은 운이 너무 따르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뭐,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조치였고,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 최희섭이 얻은 기회는 우리들이 흔히 신문에서 접했던 일방적인 감정이 실린 기사에서 보도된 것 보다 훨씬 많다. 필자 역시도 아쉬운 마음에 ‘만약 최희섭이 플로리다에서 다져스로 트레이드 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는 하지만, 역시나 결과는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분명 그는 축복받은 신체를 타고 났다. 195센티가 넘는 키에 110킬로그램의 체구는 보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파워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빅리그 전체에서도 비교될 만한 선수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타격 기술이라는 면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앉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많은 타격 코치들이 그의 재능을 썩히기 아쉬워서 많은 변화를 시도했으나, 결국 그에게 알맞는 타격 매커니즘을 찾아내지 못했고, 최희섭 역시도 끈기 있게 변신을 시도하기 보다는 중도에 포기하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변화구에 대한 대처능력, 부드러운 배트 컨트롤, 심지어 배트 스피드까지 최희섭의 타격 매커니즘은 부족한 점이 많고, 여러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투수와의 수 싸움 역시도 그다지 뛰어나다 할 수 없다.

 

  이승엽이 홈런을 많이 치는 이유가 뭘까? 타격 자세가 좋아서? 아니면 선구안이 좋아서? 이것만으로 그 많은 홈런을 친다는 것은 무리다. 가장 중요한 건 배트를 휘두르는 타이밍과, 임팩트 순간 유연한 배트 컨트롤로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이다. 이승엽은 이 두 가지 면에서 굉장히 뛰어난 타격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그가 그다지 크지 않은 체격으로 그렇게 많은 홈런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타이밍을 잘 잡고, 배트 컨트롤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컨택팅 능력이 좋은 이승엽이기에 타고난 힘과 관계없이 이 두 가지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공을 넘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희섭에게는 결정적으로 이것이 부족하다. 그의 스윙은 말 그대로 파워스윙이다. 나름대로 타이밍을 잡기 위해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몸을 약간 움츠리는 듯 하는 동작을 취하지만 결국 어깨가 빨리 열리면서 컨택팅의 실패로 이어진다. 맞기만 하면 멀리 날아가지만 그 가능성 자체가 낮다. 배트 컨트롤이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팀 타격에도 약점을 보인다.

  
  메이져리그에는 최희섭과 굉장히 비슷한 선수가 한명 있다. 바로 신시네티 레즈의 강타자 아담 던 이다. 키와 몸무게 등의 체격조건 뿐만 아니라 좌타자라는 점,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파워하나는 극강이라는 점, 기다릴 줄 알지만 선구안은 나빠서 삼진을 엄청나게 많이 당한다는 점까지, 닮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실제로 아담 던은 지난 3년간 2할 5푼이 채 되지 않는 타율로도 레즈의 붙박이 주전으로 매년 160경기 이상을 출장하며 평균 42홈런 98타점 111볼넷 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무려 186개나 되는 삼진을 당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선수는 메이져리그에서 당당히 주전으로 뛰는 데 왜 최희섭 플로리다나 다져스 시절 풀타임을 보장받지 못했을까? 몇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간단한 이유를 들자면, 던에게는 풋볼로 단련된 주루 플레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40홈런을 연속으로 쳤던 지난 3년 동안에도 타점보다 득점(평균 104개)이 더 많았을 정도다. 최희섭의 또 하나의 약점은 바로 이 주루 플레이에 있다. 그의 주루 플레이는 메이져리그에서 가장 나쁜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국내 프로야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물론 최희섭에게는 이러한 약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는 공을 기다릴 줄 안다는 최고의 장점이 될 만한 자질도 있고, 보유하고 있는 파워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 실제로 미국 진출 후 첫 2년간은 싱글 A에서의 175경기와, 더블 A에서의 36경기를 치르면서는 3할이 넘는 고타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희섭이 빨리 메이져에 올라올 수 있었고, 기대주로 평가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300경기에 육박하는 그의 트리플 A에서의 타율은 .253에 불과하고 메이져리그 통산 타율은 신문에서 보도한대로 .240에 불과하다. 특기라 할 수 있는 홈런도 트리플 A에서는 1037타수 동안 53개, 메이져에서는 915타수 동안 40개에 불과(?)하다. 삼진은 각각 261개와 262개. 그의 타격 기술이 상위 단계에서 통하지 않자 많은 교정을 거치면서 혼란만 가중시킨 결과다. 01년 이후 더블 A이하에서 뛴 적이 없었지만, 아마 뛰었다 하더라도 그다지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많은 기회를 얻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158이라는 초라한 타율을 기록하며 개막 로스터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기아가 최희섭의 영입에 쏟은 액수를 생각한다면, 단순히 팀의 클린업을 맡아 줄 만한 수준의 선수로 기대를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소한 이대호와 김태균급, 나아가 포스트 이승엽으로서 관중들을 구장으로 이끄는 그러한 특급 거포로서의 모습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만약 그런 것이라면 그 기대는 당장은 실망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마 최희섭도 어설픈 각오로 국내 복귀를 결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혹 국내에서까지 부진이 이어진다면, 그 여파는 자기 스스로가 극복하기 힘들 정도일 것이 분명하기에 스스로도 각오를 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어지간한 각오로는 그에게 향해있는 모든 이의 눈을 만족시키기 힘들 것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국내 야구에 적응하고, 순응하겠다는 필사의 각오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처럼 자신의 타격 스타일을 고집하는 그러한 자세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복귀 시기 또한 그다지 좋지 않다. 이미 10년 연속 3할 타율을 노리고 있는 장성호가 1루수로 버티고 있는 기아에 입단한 것부터가, 일부 기아 팬들에게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메이져리그 출신 봉중근의 난투극까지 있었다. 비록 그 행동이 메이져리그 플레이어로서 결코 부끄러운 행동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한구 프로야구의 정서에는 걸맞지 않는 돌출행동임이 분명했다.


“저 녀석도 메이져리그 출신답게 건방지다”


  라는 말을 들을만한 분위기가 지금 충분히 무르익어 있다는 말이다. 단 한 순간의 실수나, 일정 기간의 부진이 그의 모든 것을 단정 지어 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한 가지. 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성적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는 것뿐이다. 3연 타석 홈런을 비롯해 4게임 7홈런, 서재응의 승리를 날려버린 끝내기 투런 홈런 등으로 한국인들과 메이져리그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해준 전력이 있는 최희섭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그 특유의 몰아치기가 시작된다면 모든 걱정을 날려버릴 수 있으리라.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 런지... 이미 우리는 이승엽 이후로 가장 뛰어난 이대호와 김태균이라는 타자들을 보고 있다. 그리고 메이져리그 출신인 최희섭의 비교대상은 다른 어떤 타자도 아닌 바로 그 둘이 될 것이다. 최희섭이 인정받고 국내 무대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홈런포만 장착한 것이 아니라 타격왕 수준의 정교함까지 갖춘 이들과 경쟁해서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성적은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그 자신과 메이져리그의 수준이 무시당하지 않게 엄청난 노력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하길 바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