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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팀을 승리로 이끄는 에이로드가 되길 바라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5. 12.
 

  야구는 기록으로 말하는 스포츠다. 매 게임마다의 기록이 하나하나 모여서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기록만 가지고도 그 선수의 대략적인 플레이 스타일과 성향 등을 어느 정도는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스포츠는 야구 외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야구의 선구자답게 메이져리그에서는 이러한 기록들이 정말 잘 정리되어 있는 기관이나 사이트가 많고, 그런  사이트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베이스볼 리퍼런스 닷컴(www.baseball-reference.com) 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는 지난 백오십년간의 모든 선수들의 스탯이 정리 되어 잇는데, 그 중에는 주목해 볼만한 재미있는 항목도 몇가지 있다.


  선수의 개인적인 스탯이나 수상 경력 등을 수치화하여 '명예의 전당' 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비춰 볼 수 있게 한 ‘Hall of Fame Monitor’라는 항목도 그 중 하나다. 이 특별한 스탯(?)은 시즌 - 통산 기록과 수상경력을 중심으로 MVP는 8점, 50홈런은 10점, 사이영상은 5점, 300삼진은 6점 등 각각의 수치화된 점수를 모두 합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몇 가지를 제외하면 점수가 꽤나 짠 편이기에(2점대 방어율은 겨우 1점, ROY도 1점이다) 웬만한 선수들은 꽤나 오랜 선수 생활을 하더라도 50점도 못 얻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사이트에서는 100포인트 넘으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확률이 꽤나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도 150포인트를 넘은 선수들 중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한 선수는 마크 맥과이어와 피트 로즈 단 둘 뿐이며(19세기 선수 제외), 100~150포인트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선수들도 절반이상이 페이머로 피택되었으니 그 공신력을 짐작할 만하다.


  (역대 1위는 451포인트의 타이 캅, 2위는 442포인트의 스탠 뮤지얼이다. 베이브 베이브 루스와 행크 아론은 각각 422포인트와 418포인트로 3위와 4위에 자리해 있다. 타자들만 따졌을 때 5위인 윌리 메이스는 357포인트로 아론에 비해 61포인트나 뒤떨어지고 있어 상위 4명의 특별함을 짐작 할 수 있다. 이들 4명은 투타 모두 합쳐서도 1~4위. 종합 5위이자 투수 1위는 365포인트의 월터 존슨).


  현역 1위는 당연히 배리 본즈(349포인트-역대 9위)이고, 타자들 중 2위가 바로 277포인트(역대 13위)를 획득 중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다. 지금까지의 설명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포인트는 선수의 경력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같은 수준이라면 당연히 선수 생활을 오래한 선수가 점수가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즈 다음에 위치하는 선수가 그리피나 소사 그리고 매니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 큰 의미가 있다 (3위와는 무려 65포인트 차이)

 

  에이로드와 동갑이거나 어린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한살 차이가 나는 블라드미르 게레로이다. 163점으로 에이로드와는 무려 114점이 차이가 난다. 그 다음이 146포인트의 알버트 푸홀스, 100포인트의 앤드류 존스 순이다.


  작년까지 11년의 풀타임을 소화한 에이로드, 평균적으로 매년 25포인트 이상의 점수를 더해왔다는 계산이 나온다(푸홀스도 비슷한 페이스). 이대로라면 7,8년 후 그는 타이 캅까지 제치고 이 항목의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이것은 에이로드가 '기록' 이라는 측면에서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를 잘 설명해 준다. 이제 두달 후면 32세가 되는 이 선수가 개인 스탯+수상경력 이라는 면에서 벌써 역대 13위에 랭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미 홈런에 관한한 갖가지 ‘최연소’ 기록을 보유한 에이로드, 앞으로도 그 기록경신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경력이 더해지면 통산기록도 여럿 갈아치우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아론이든 본즈든 기록의 주인공이 누가 되건 간에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은 에이로드에 의해 깨질 것으로 예상되고 더 나아가 800홈런을 넘어 왕정치의 기록까지 시원하게 깨주길 바라는 전문가 및 팬들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왕정치의 기록이 세계 기록이라는 일본 측의 주장을 무시하는 척 하면서도 은근히 신경 쓰일 것이 분명하다.)

 

  조만간(아마도 5월 안으로) 에이로드는 득점과 타점에서 1400개를 넘길 것이 확실하고, 올해가 끝날 때쯤이면 홈런 개수도 500개를 훌쩍 넘어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있어 700홈런과 2000득점 2000타점은 이제 거의 보증수표와도 같다. 5~6년 전부터 그러한 예상이 줄을 이었지만 캐리어가 짧아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지난 3년 중 2년의 성적은 '설마...' 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올시즌 에이로드의 모습은 이러한 불안을 씻어 버리며 예상을 확신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쉽게 말해 몇 년 후의 에이로드는 기록에 있어서는 베이브 루스, 행크 아론, 배리 본즈 이 최강의 3인방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야구는 분명 기록으로 말하긴 하지만, 그 기록이 경기를 이기게 만들지는 않는다. 좋은 기록을 가진 선수가 팀을 승리로 이끌 확률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필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에이로드가 가장 좋은 출발을 보인 올 4월, 양키스는 7연패의 치욕을 당하며 지구 최하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물론 그의 잘못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팀 타선을 혼자서 거의 떠받치다시피 한 것이 사실이고, 팀 성적의 부진은 선발진의 줄 부상으로 인한 투수진의 붕괴 때문이었다. 9회의 끝내기 만루 홈런이나 역전 3점 홈런을 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작년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한 그의 모습은 쉽사리 잊혀 지지 않으며,


“에이로드가 잘 치면 오히려 팀은 진다”


  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만 했다. 사실 지난 3년 동안 양키스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뛴 것도, 가장 많은 홈런, 타점, 득점을 기록한 것도, 심지어 가장 많은 도루를 성공시킨 선수도 바로 에이로드였다. 또한 작년 아메리칸리그 결승타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몇 차례 부진은 그를 찬스에 약하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힘이 부족한 타자로 인식되게끔 만들고 말았다.


  이미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남부러울 것이 없는 에이로드라면 이제는 이러한 오명을 씻고, 팀의 승리를 위해, 그리고 더 나아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어느새 출장 수도 1800경기에 근접하고 있다. 에이로드보다 많은 경기를 뛰었으면서 월드시리즈 경험이 없는 현역 선수는 6명에 불과하다. 에이로드의 명성과 스탯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다소 부끄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시즌 초 투수진의 붕괴로 전반적인 난조를 보였던 양키스는, 무시나와 왕치엔밍이 복귀하면서 5월의 10경기에서 7승 3패로 호조를 보이고 있긴 하다. 또한 로져 클레멘스까지 화려하게(??) 양키스로의 복귀를 선언했고, 양키스의 타격은 아메리칸리그 최강 수준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포스트 시즌 진출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지난 몇 년간 시즌 중반이 되면 갑자기 약한 모습을 보이며 양키에게 밀렸던 보스턴이지만, 올해는 그러한 허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지금처럼 같은 지구 팀들과의 경기에서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3승 11패)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도 중부지구의 팀들에게 밀릴 가능성이 크다.


  에이로드는 이제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만 한다. 힘든 길이 될 보스턴과의 디비즌 타이틀 경쟁이나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멋 훗날 혹시라도 그를 반쪽짜리 선수로 평가하는 기자나 전문가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양키스를 포스트 시즌에 올려놓으며 월드 시리즈 우승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된 것이다.


  시즌 뒤 FA가 되건 말건, 올시즌 후 양키스에 남아있건 말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2000년도 포스트 시즌에서 홀로 거함 양키스를 침몰 직전까지 몰고 갔던 당시의 에이로드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그와 같은 모습을 지금 보여줄 수만 있다면, 전 미국을 설레게 했던 천재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다시 팬들과 언론은 그의 편이 되어 줄 것이다.  
 

  끝내기 만루 홈런을 친 에이로드의 모습은 더 없이 밝아 보였다. 양키스 이적 이후 왠지 모르게 에이로드는 외로운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기에, 동료들과 팬들의 엄청난 환호 속에서 멋지게 화답하는 에이로드의 모습은 마치 7년 전으로 돌아간 듯 한 느낌을 주었다. 초반 20여 경기에서 그의 모습은 베이브 루스의 재림을 연상케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14호 홈런을 친 이후 경기에서 에이로드는 다시금 약간의 침묵으로 빠져 들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팀은 연패를 당했고, 최하위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보스턴과의 승차는 이미 쉽게 생각할 수준이 아닌 상황. 이제 다시 한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찬스에 강하고, 팀과 팬이 원할때 한방을 날려주는, 메이져리그 최고 명문 구단인 뉴욕 양키스의 4번타자 다운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90년대 최고 스타였던 마크 맥과이어는 약물과 함께 잊혀질 위기에 처했고, 역대 최고의 타자로 평가 받을만한 본즈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그런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는 현재, 경우는 다르지만 21세기 최고의 선수로 길이 남을 또 한 명의 선수가 그러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평가받게 되길 바라진 않는다.


  2007년을 자신의 몬스터 시즌으로 장식하며,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끄는 에이로드의 모습을 기대한다. 자신이 왜 ‘천재’ 라 불리는지를 반드시 증명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