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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빅리그의 윤석민’ - 팀 타선에 버림 받은 투수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26.

시즌 종료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자쉬 베켓은 20승에 도달하며 지난 시즌에 볼 수 없었던 20승 투수의 부활을 알렸고, 그 외에도 18승 투수가 6명이나 탄생했다.


126경기를 치르는 한국 프로야구 8개 팀에서 올해 탄생한 10승 투수는 모두 12명,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 30개 팀에서 탄생한 15승 투수는 모두 22명이며 10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현재까지 67명이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투수들 가운데 언론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선수는 세 명, 22년 만에 선발 21승을 거둔 두산의 리오스와 2년차 징크스 없이 여전히 ‘괴물’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한화의 류현진, 그리고 이들과 다른 의미에서 조명을 받은 기아의 윤석민이다.


3.78이라는 전체 10위의 방어율을 기록하고도 무려 18패(7승)를 당하며 최다패 투수의 멍에를 써야만 했던 윤석민, ‘이렇게까지 승운이 없을 수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 리그 전체 평균 방어율이 3점대(3.93)이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독히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메이저리그에도 올 시즌 심각한 불운에 시달리는 선수들이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의 평균 방어율(26일 기준으로 4.47)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수 쌓기와 인연이 없는 투수들, 그들의 면면을 간단히 살펴보자.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1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는 모두 140명, 그 중 가장 높은 득점 지원을 받은 선수는 19경기에 등판해 9승(4패)을 거둔 카일 켄드릭(필라델피아 필리스)이다. 경기당 무려 7.67점의 지원을 받은 그는 12번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이상 3실점 이하)에서 9승을 따냈다.


3위에 해당하는 7.50의 득점 지원을 받은 저스틴 벌렌더(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20번의 퀄리티 스타트만 기록하고도 18승이나 거두었고, 18승의 왕첸밍(뉴욕 양키스)은 6.70점, 20승을 거둔 다승 1위 자쉬 베켓(보스턴 레드삭스)도 6.66점이나 되는 득점지원으로 각각 8,9위에 올라 있다. 베켓의 퀄리티 스타트는 20번, 왕첸밍은 19번이다.


제이크 피비(샌디에이고 파드레스)가 27번이나 되는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해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고, 나머지 18승 투수들은 클리블랜드의 원투 펀치인 푸에스토 카모나와 CC 싸바시아가 각각 25,24회를, 존 랙키(LA 엔젤스)가 23회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20승 투수인 베켓보다도 많은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도 10승에도 미치지 못하고 승보다 패가 많은 투수들이 3명이나 있다.


▷ 맷 케인(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올해 메이저리그 최다패의 주인공은 17패를 당한 다니엘 카브레라(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킵 웰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이들의 방어율은 5.36과 5.80으로 저 정도 패를 당한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 수치다. 3위인 호세 콘트레라스는 5.51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16패를 당했다. 이 콘트레라스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라 있는 선수가 맷 케인이다.
 

자이언츠의 차세대 에이스 맷 케인은 내셔널리그 10위인 3.64의 방어율을 기록하고도 32번의 선발 등판에서 무려 16패(7승)를 당했다. 퀄리티 스타트는 베켓보다도 한 번 많은 21회,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할만도 하다.


케인이 등판한 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의 평균득점은 3.4점, 140명 중 138위에 해당하는 최악의 득점지원이다. 4월 5경기에서 6실점만 허용하고도 1승에 그쳐 불안한 징조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7월까지 13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도 단 3승(12패)에 그쳤다.


그나마 8월에 거둔 4승이 없었더라면 버틸 힘을 잃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9월에도 3번의 퀄리티 스타트르 기록했지만 아직까지 1승도 추가하지 못하고 3패만 남겼다. 작년에는 4.15의 방어율로 13승 12패를 기록했던 케인이기에 아쉬움이 더한다.



▷ 길 메쉬(캔자스시티 로열스)


단 한번도 200이닝을 던진 적이 없고 통산 성적도 55승 44패 방어율 4.65에 불과한 메쉬가 지난 해 FA가 되어 로열스측과 5년간 5500만 달러의 거대 계약을 체결했을 때, 많은 전문가와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메쉬는 로열스의 에이스로 손색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던진 210이닝은 아메리칸 리그 9위에 해당하고 3.69의 방어율도 13위에 올라 있다.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과 완급 조절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원래 가지고 있던 그 강력한 구위를 백분 발휘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쉬의 성적은 9승 13패, 22회나 되는 퀄리티 스타트 회수에 비교하자면 퍽이나 초라한 수치다. 케인에 비하면 다소 양호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결코 좋아할 수 없는 3.90(131위)의 득점 지원 때문이다.


사실 퀄리티 스타트가 승리의 요건이라 할 순 없다. 6이닝 3실점이라면 방어율로는 4.50, 이정도로 승리를 거두기란 쉽지 않다. 조금 더 레벨을 높여서 승리 투수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인 <6이닝이상 2실점 혹은 8이닝이상을 3실점이하로 막은 경기>를 ‘승리 가능 스타트’라고 가정해보자.


그런 ‘승리 가능 스타트’를 살펴보면 20승 베켓은 17회, 18승 투수들은 피비 22회, 카모나와 싸바시아 19회, 벌렌더 16회, 왕첸밍 13회, 랙키는 15회로 실제 승수와 어느 정도 비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메쉬가 이런 기준에서의 뛰어난 경기를 펼친 회수는 19회(케인은 16회), 그 중 승리는 단 9번에 불과하다. 모처럼 몸값을 제대로 하며 커리어 하이를 장식하고자 했던 메쉬로서는 너무나도 아쉬운 결과다. 4.59의 방어율로 15승을 거뒀던 2003년이 그립지는 않을까.



▷ 이안 스넬(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지난 해에 186이닝 동안 169개의 삼진을 잡아낼 정도의 뛰어난 구위를 바탕으로 14승 11패를 거둔 이안 스넬을 주목한 전문가는 상당히 많았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올해 스넬은 풀타임 2년 만에 200이닝을 돌파하며 32경기에서 3.76의 방어율로 탐 고젤라니(14승 9패 3.73)와 함께 팀의 중심 선발 투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런 스넬이 21번의 퀄리티 스타트와 16번의 승리 가능 스타트에서 거둔 승수는 9승, 패는 12번이나 된다. 스넬의 득점지원은 전체 130위인 3.94, 그렇지 않아도 적은 승수인데 구원 투수가 승을 날린 경우도 3번이나 된다.


이들 외에도 3.13의 매우 뛰어난 방어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9승(8패)에 그친 크리스 영(샌디에이고 파드레스), 7승(5패)에 그친 3.65의 제레미 거스리(볼티모어 오리올스) 도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고, 브론슨 아로요(신시네티 레즈)도 4.22라는 평균 이상의 방어율에도 불구하고 9승 14패에 그쳐야 했다.


작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 중 한명인 앤서니 레예스는 1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가장 나쁜 3.10의 득점지원과 6.04의 나쁜 방어율이 합쳐져서 2승 14패라는 최악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난히 승운이 따라주지 않는 선수들이 대부분 젊은 선수라는 것은 단순한 우연에 불과한 것일까. 너무나도 불운한 올해를 지나 새로이 맞이하는 내년 시즌에는 이들의 좋은 성적을 한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