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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김시진 감독, “내년 시즌 포기하지 않았다. 팬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하고 싶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1. 21.


히어로즈 제주 전훈 스케치 “노력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전설을 만든다”


이틀이나 연기가 된 끝에 결국 히어로즈와 삼성 간의 ‘장원삼 <=> 박성훈+30억’ 트레이드는 승인되지 못했다. 구단과 팬들, 그리고 당사자인 장원삼과 박성훈에게까지 큰 상처만 남긴 이번 트레이드 사태는 여러 가지 논란거리를 남겨두고 있다.


기자는 장원삼 트레이드에 대한 KBO의 이사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8일(화)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 종합 경기장으로 찾아가 한창 마무리 훈련 중인 히어로즈 선수단을 만났었다. 히어로즈의 1군 주요 선수들은 서울 목동에서 훈련을 하고 있고, 제주도에서는 2군과 신인급 선수들이 주로 훈련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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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트레이드가 발표된 지 4일이 지났지만, 아직 KBO에서 정식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던 상황. 어수선한 분위기일 수도 있었겠지만, 히어로즈 선수단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이미 박성훈 선수는 선수단에 합류해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한창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사전연락을 통해, 김시진 감독이 그날 감기몸살에 걸려서 숙소에서 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점심 식사가 시작될 무렵 승용차 한 대가 훈련장으로 들어왔고, 거기에는 김시진 감독이 타고 있었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할 정도로 아픈 몸을 이끌고, 선수들을 돌아보기 위해 직접 경기장을 찾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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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게 취재진을 맞아준 덕분에,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인터뷰를 겸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했고, 거기에는 장원삼과 박성훈 선수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트레이드가 결렬되었기에 그 내용은 밝히지 않기로 한다.


“나는 내년시즌 성적을 포기한다고 말 한 적이 없다. 어떻게 감독이 자기 입으로 성적을 포기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리빌딩에 좀 더 중점을 두긴 하겠지만, 그것이 성적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원래부터 성적이라는 것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선수를 한 명씩 키워내는 데 중점을 두고 시즌을 치르다보면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조금 와전되어 전해진 것 같아 아쉽다.”


기자가 지난 주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김시진, 내년 시즌 성적 포기’라는 내용의 기사에 대해 사실 여부를 물었더니 김시진 감독은 위와 같이 답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감독으로서 성적을 포기한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역시 사실은 조금 달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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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도 바뀌고 했으니까 내년에는 팬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도 조금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올해는 뭔가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팬들에게 주고 싶다. 3년 계약을 했기 때문에 지금 당장보다는 1,2년 뒤의 비전을 보고 있고, 그에 따른 리빌딩 쪽으로 중점을 두고 가야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성적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성적이란 감독의 얼굴이 아닌가. 성적에 집착할 생각은 없지만 선수들하고 잘 어울려서 해나간다면 성적이 따르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웃음) 운동장에서는 최대한 선수들이 열심히 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또한 팬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히어로즈 팬들이 야구장에 왔을 때 후회가 남지 않는 그런 야구를 하고 싶다.”


항간에 나돌고 있는 이장석 대표와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그런 일 없다. 나도 이장석 대표를 신뢰하고 있고, 대표도 나를 믿고 있다.”며 문제없음을 강조했다.


지금 현 시점에서 히어로즈의 앞날을 예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그다지 낙관적인 전망이 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훈련장 외야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 속의 내용만큼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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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즌 기간 동안 흘린 땀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 여러 난관 속에서도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히어로즈 선수단은 과거와 변함없이 지금도 묵묵히 훈련에 몰두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과연 내년 시즌의 히어로즈가 대부분의 예상대로 ‘동네북’ 신세의 만만한 팀일까? 인터뷰 내내 “감독님 병원에 가보셔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어보는 코치와 선수들,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그들만의 끈끈함에서 히어로즈가 지닌 가장 큰 강점을 엿볼 수 있었던 기자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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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주위에 널부러져 있는 부러진 방망이와 흙 묻은 낡은 공에서 훈련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2년 연속 큰 어려움에 봉착하며 아픔을 겪고 있지만, 선수들의 흘리는 땀 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더 필요한 것이 팬들의 진심어린 응원이 아닐까.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