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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Game Score’로 본 2008년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는?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1. 26.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한국에도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통계 자료가 소개되었다. 이제는 대중화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나 타자들의 OPS(출루율+장타율) 같은 경우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 가운데서도 ‘세이버매트릭스’라는 다소 특별한 야구 통계가 ‘빌 제임스’라는 이름과 더불어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이버매트릭스를 실전에 도입시킨 오클랜드의 ‘머니볼’ 빌리 빈 단장과 제임스를 구단 고문으로 초빙하기도 한 테오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의 성공신화는 그러한 야구 통계의 위력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부터 소개할 ‘Game Score(이하 GS)’라는 통계 역시 세이버매트릭스 항목 가운데 하나로서 빌 제임스가 선발 투수를 올바르게 평가하기 위해 고안해낸 것이다.


선발 투수의 성적을 가장 쉽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다승과 탈삼진, 그리고 투구 이닝과 평균자책점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선발 투수들의 랭킹을 정하기에는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각각의 스탯에 대한 가중치 판단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GS는 바로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 지표는 운(즉, 팀의 타격지원)에 의해 달라질 수도 있는 ‘다승’이라는 지표를 제외한 채 순수하게 “선발 투수가 얼마나 경기를 지배했는가?”에 대한 답을 하나의 수치로 표현해준다. 계산법은 다음과 같다.


• GS는 기본점수 50점에서 시작한다
• 아웃 카운트 하나당 +1점(즉 1이닝 3점, 9회를 완투하면 27점)
• 5회부터는 이닝이 끝날 때마다 +2점씩 추가
• 탈삼진 하나 당 +1점
• 안타 하나 당 -2점, 볼넷 하나 당 -1점
• 자책점 허용은 -4점, 비자책점일 경우는 -2점


정규이닝 경기에서 기록될 수 있는 최고점은 114점으로, 상상 속에서나 있을법한 9이닝 27탈삼진 퍼펙트 경기가 바로 이에 해당된다(1952년 론 네샤이라는 투수가 마이너리그에서 기록한 바 있다). 삼진 많이 잡고 피안타율이 낮은 파워피처에게 유리한 지표가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평균자책점과 투구 이닝, Whip(이닝당 출루허용) 등을 모두 포괄한 지표로서 그 가치가 충분하다.


점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선발투수가 위력적인 피칭으로 시합을 제압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올해 펼쳐진 모든 경기 가운데 선발 투수의 GS가 가장 높았던 경기들을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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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가장 높은 GS는 롯데 자이언츠의 송승준이 12탈삼진 완봉승을 거둔 4월 6일 LG전과 KIA 타이거즈의 이범석이 9탈삼진 완봉승을 거둔 7월 4일 삼성전에서 기록된 90점이다. 그 뒤를 히어로즈의 장원삼, 한화의 류현진, 롯데의 조정훈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82점으로 7위에 오른 윤석민은 1실점을 하고도 많은 탈삼진과 적은 피안타로 인해 높은 점수를 획득했고, 같은 순위의 마일영의 경우는 저만큼 좋은 피칭을 하고도 양 팀이 모두 득점 없이 연장으로 돌입하는 바람에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단일 경기에서의 최고 피칭’이라는 영광은 송승준과 이범석이 차지했다. 그렇다면 시즌 내내 높은 수준의 피칭을 선보이며 높은 GS를 기록한 선수는 누구일까?


아래는 2008시즌에 20경기 이상 등판한 21명의 선발 투수들의 평균 GS 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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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MVP의 영광은 SK의 김광현이 차지했지만, 경기당 평균 GS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낸 선수는 KIA의 윤석민이다. 탈삼진 개수는 적지만, 경기당 투구이닝(6.65)에서 김광현(6.0)을 다소 크게 앞섰고, 더욱 적은 볼넷(윤 42개, 김 63개)을 허용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선발 투수들이 승리를 챙긴 경기에서 기록하게 되는 GS가 보통 60~62정도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유일하게 60포인트를 넘긴 윤석민의 투구내용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물론 저 경기당 평균 GS만 보고 윤석민이 김광현보다 좋은 투수라고 평가한다던가, 2승이 적은 이유를 단지 운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둘의 승수 차이는 선발 등판 회수(윤석민 23번, 김광현 27번)에 기인하는 것으로, 건강하게 더 많은 경기에 등판한 김광현이 팀 공헌도 측면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3위부터는 봉중근, 장원삼, 류현진, 손민한 등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각 팀의 에이스급 투수들이 비교적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 선발 투수가 제몫을 하지 못하면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이 명단의 최하위에 올랐다고 해서 ‘가장 수준 낮은 피칭을 한 선발 투수’라고 할 수는 없다. 20번 이상 등판했다는 것 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 하지만 패전 투수들의 평균 GS가 41~43사이에 형성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상목과 유원상, 정민철 등의 피칭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패배를 자초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경기당 평균 GS를 기록한 선수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팀 린스컴(62.06)이며, C.C. 싸바시아(61.58)와 로이 할라데이(60.48), 요한 산타나(60.12) 등이 60점 이상을 얻으며 최고 수준의 선발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일본에서 금지약물 사용이 드러나면서 물의를 빚었던 다니엘 리오스가 22승을 거뒀던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기록한 평균 GS는 61.24였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