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08년을 잊고 싶을 선수들 - 투수편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2. 24.


어느덧 한해를 마감할 시간이 다가왔다. 야구와 함께 숨 가쁘게 흘러간 2008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2009년을 바라봐야 할 시기다.


언제나 이맘때가 되면 지나온 한 해를 반성하고 희망찬 내년을 꿈꾸기 마련이며, 그것은 야구선수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2008시즌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선수일수록 더더욱 빨리 내년 시즌이 시작돼, 상처 입은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의 선수들 가운데 2008년이 정말 끔찍했던 선수들, 그래서 두 번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두 편에 걸쳐서 이러한 선수들을 만나보려고 한다. 오늘은 우선 ‘투수’편이다.


▶ 트레버 호프만(FA, 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통산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554개)의 주인공이자,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와 더불어 ‘역대 최고의 마무리’라는 타이틀을 다투는 주인공. 올해 41살이었던 호프만은 34번의 세이브 찬스에서 30번이나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3.77(07년 2.98)로 수직상승하면서 6패를 기록,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말도 들어야했다.


시즌 종료 후 FA자격을 획득했으나 샌디에이고에서 선수생활을 마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팀의 연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가 16년 간 몸담았던 구단은 재계약 조건으로 올해 연봉 750만 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400만 달러를 제시해 자존심을 긁더니, 그로부터 얼마 후에는 ‘제시한 조건을 철회한다’는 문자 한 통으로 재계약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이 사건은 또 한 명의 ‘살아 있는 전설’ 호프만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치욕으로 기억될 것이다.


▶ 저스틴 벌렌더(25,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벌렌더라는 투수를 잘 모르는 한국의 야구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비유를 하자면 그는 ‘메이저리그판 오른손 류현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에 ‘괴물투수’가 등장했던 2006년, 메이저리그에서도 벌렌더라는 애송이가 17승 9패 3.63의 성적으로 신인왕을 수상하고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7위에 올랐다. 작년에도 18승 6패 3.66의 수준급 성적(사이영상 5위)을 받아든 벌렌더는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엘리트 선발 투수로 인정받게 됐다.


젊은 에이스의 미래는 밝아보였고, 올해는 더욱 강력해진 타선의 도움까지 얻어, 20승과 더불어 사이영상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하지만 최고 시속 161km에 달하는 불같은 강속구를 자랑하던 벌렌더는 올해 직구 평균 구속이 지난해보다 약 2km/h가량 줄어들면서(줄어서 150km/h다) 난타당하기 시작, 11승 17패 4.84의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픽으로 지명되어 단 1년의 마이너리그 경험만 가지고 있던 그에게 3년 연속 풀타임 소화는 무리였던 것일까. 앞으로도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갈 선수이기에 2008년은 그에게 ‘옥의 티’로 기억 될 가능성이 높다.


▶ 배리 지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더 이상 나빠질 것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계약 당시 기준으로 ‘역대 투수 최고액(7년 1억 2600만)’을 받고 샌프란시스코에 입성한 첫 해였던 지난해, 11승 13패 4.53의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지토의 머릿속에는 분명 그와 같은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고, 팀이나 자신에게 끔찍한 악몽의 전초전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올해를 통해 드러나고 말았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17패(10승)를 당했고 평균자책점은 데뷔 후 처음으로 5점대(5.15)로 치솟았다. 메이저리그 2년차로 고작 40만 5천 달러의 연봉을 받는 신예 팀 린스컴(18승 5패 2.62)이 승승장구하며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는 동안, 평균 연봉 1800만 달러를 받는 지토는 속된 말로 ‘삽질’만을 거듭했다. 데뷔 3년차였던 2002년에 23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커브의 귀재’는 이대로 사라지고 말 것인가. 잘생긴 외모와 걸출한 실력 덕에 많은 인기를 누렸던 그이기에 이러한 부진이 참으로 아쉽다.


▶ 탐 글래빈(FA, 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옛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인 그렉 매덕스도 그렇지만 글래빈도 20년 연속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규정이닝을 채운 ‘철인’이었다. 또한 올 시즌을 앞두고 그가 다시금 애틀란타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하더라도, 스몰츠와 더불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찾아온 현실은 냉정하기만 했다. 시즌 내내 아킬레스건과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하더니 고작 13경기에 등판해 2승 4패 평균자책점 5.54의 초라한 성적에 그친 것이다. 글래빈의 평균자책점이 5점대까지 올라간 것은 신인 시절이던 1987년(50.1이닝 5.54) 이후 처음 있는 일.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 내년 시즌에 복귀가 가능하다지만, 오히려 이러한 소식이 애틀란타에게는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에 43살이 되는 글래빈은 친구 매덕스의 은퇴를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 애런 하랑(신시네티 레즈)
사람들은 2005년부터 3년간 무려 667.2이닝을 던진 하랑이 고무팔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 역시도 인간이었고, 그 한계는 올해의 부진한 성적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지난해(3.73)보다 1점 이상 상승한 4.78의 평균자책점도 그렇지만 하랑이 30경기에 등판해 당한 17번의 패배(6승)는 벌렌더, 지토와 더불어 2008 메이저리그 최다패 기록이다.


2년 연속 16승에 200이닝-200탈삼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믿을 만한 에이스 투수인 하랑이 이대로 쉽게 주저앉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투수 학대의 대명사’격이 되어버린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부임한 첫 해에 하랑의 부진이 시작되었다는 점은 왠지 모르게 의미심장하다. 정작 지난해까지 그를 혹사로 내몰았던 감독은 베이커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혹사당한 투수’와 ‘혹사시키는 감독’의 만남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불안하지 않은가.


▶ 브래드 페니(FA, 전 LA 다저스)
1년 전의 페니는 다저스의 에이스이자 희망(07년 NL 사이영상 3위)이었다. 올해의 시작도 나쁘지 않았다. 첫 7경기에서 5승 2패 3.19의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메츠와의 경기에서 4.2이닝 10실점한 것을 기점으로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 이후의 12경기에서는 1승 7패 8.77의 형편없는 피칭을 하고 말았다. 급기야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2달 이상을 결장,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결국 다저스가 선택한 것은 내년에 걸려있던 875만 달러의 옵션을 이행하는 것 대신 200만 달러의 바이아웃(buyout) 금액를 지불하고 FA로 풀어주는 것이었다. 가장 가까이서 페니를 지켜본 다저스가 당장의 페니에게는 675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아깝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좋은 투수인지라 몇몇 팀이 그의 몸 상태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당장 내년의 재기 여부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 페드로 마르티네즈(FA, 전 뉴욕 메츠)
아마도 올해는 페드로 마르티네즈라는 한 위대한 투수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절망’이라는 것을 느껴본 한 해가 아닐까 싶다. 부상으로 던지지 못하는 일은 있었어도, 일단 마운드에 올라서기만 하면 그의 공이 얻어맞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20경기나 선발 등판했지만 고작 109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고, 19개의 홈런을 허용하는 등 .294의 피안타율과 평균자책점 5.61이라는 생애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다.


현역 선발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통산 평균자책점이 2점대(2.91)인 페드로 마르티네즈. 남들이 무시하고 걱정하던 작은 체구(180cm)에도 불구하고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던 그의 30대는 부상과 부진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4년간의 메츠 생활 이후 그에게 남겨진 것은 ‘먹튀’라는 오명 뿐. FA가 되어 새로운 팀을 찾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에 관한 사소한 소식까지 빼놓지 않고 전하는 <rotoworld.com>에서 페드로의 소식이 마지막으로 업데이트 된 것은 벌써 보름 전의 일이다.(한 마디로 팀들의 관심 밖에 있다는 뜻)

// 김홍석(http://mlbspecial.net/)

[MLBspecial의 첫 이벤트!!] MLB 전문 트레블 북(Travel Book) 출간 기념 이벤트에 참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