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가 마침내 이번 오프시즌 최대어로 손꼽힌 마크 테세이라까지 붙잡는 데 성공했다. 조건은 8년간 1억 8000만 달러, 경쟁자들에 비해 1000만 달러가량을 더 투자하여 30홈런 100타점이 보장되는 스위치타자를 그들의 라인업에 추가한 것이다.
얼마 전 투수 최대어인 C.C. 싸바시아(7년 1억 6100만)와 넘버 2였던 A.J. 버넷(5년 8250만)을 한꺼번에 붙잡았던 양키스는 이로써 FA 시장에 나온 선수들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선수들 중 3명을 싹쓸이 하는 거침없는 투자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들의 ‘겨울 쇼핑’은 끝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아직도 여유 자금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양키스가 겨울 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물 쓰듯이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오해일 뿐 사실과는 다르다.
양키스의 선수단 전체 연봉 총액(페이롤)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테세이라까지 붙잡았음에도 현재 상황에서 예상되는 2009년의 페이롤은 올해보다 적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처구니가 없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진실’이다.
2008년 양키스가 선수단 전체 연봉으로 지급한 금액은 모두 2억 2220만 달러에 달했다. 사치세 부과 기준인 1억 550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기에 초과액의 40%에 달하는 2690만 달러를 사치세로 낼 정도였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예상되는 양키스의 내년 시즌 페이롤은 얼마나 될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내년에 빅리그 역사상 최초로 3000만 달러가 넘는 33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되어 있다.
그 뒤를 이어 C.C. 싸바시아(2300만), 마크 테세이라(2250만), 데릭 지터(2000만)가 따르고 있으며, A.J. 버넷(1650만), 마리아노 리베라(1500만), 호르헤 포사다(1310만), 자니 데이먼(1300만), 마쓰이 히데키(1300만), 로빈슨 카노(600만), 닉 스위셔(530만), 왕첸밍(500만) 등 팀의 주력 선수들의 내년 시즌 연봉이 모두 확정된 상황이다.
주전 선수 가운데 외야수 하비어 네이디만이 연봉 협상을 남겨놓고 있지만 그 금액은 아마도 400~500만 달러 사이일 것으로 예상되며, 마이너리그에 머물러 있는 이가와 게이가 400만, 멜키 카브레라와 다마소 마테를 비롯한 조바 챔벌린, 필 휴즈, 이안 케네디 등의 젊은 신예와 벤치 선수들이 받는 연봉이 모두 합쳐서 1200만 달러 정도 된다.
네이디의 연봉을 500만 달러라고 가정을 하더라도 여기까지의 연봉 총액은 2억 600만 달러 정도, 올해에 비해 1600만 달러 정도가 줄어든 수준이다. 달리 말하자면 여전히 FA 시장에 남아 있는 수준급 선수들 가운데 한 두 명 정도는 영입할 여력이 양키스에게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는 그 동안 고비용저효율 선수들을 다수 데리고 있었던 양키스가 얼마나 불합리한 선수단 구조를 지니고 있었는지를 잘 말해준다. 그리고 그동안 이어져왔던 그 모든 악순환이 이번 겨울을 통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양키스는 올해 정규시즌에만 425만 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07년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양키스는 입장료 수입만 1억 8800만 달러를 벌어들였었고, 올해도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TV 중계권료와 구장 내의 매점 판매와 임대 수익이 수억 달러에 달한다.
2억 달러가 넘는 돈을 선수단 연봉으로 지불하고도 수천만 달러의 순이익을 남길 수 있는 수익 구조가 양키스에게는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 양키스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악의 제국의 부활’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투자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올해의 양키스는 예전 같이 무리하고 억지스러운, 즉 말도 안 되는 엄청난 금액을 안겨줘서 선수들을 싹쓸이한 것도 아니었다. 경쟁 상대인 구단들보다 조금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고, 그 결과 대어를 낚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올 겨울의 투자는 싸바시아의 계약이 끝나는 2015년까지 양키스가 여전히 강한 팀으로 남을 수 있을만한 기틀을 마련했다. 에이로드-테세이라-싸바시아가 함께하는 한 양키스는 언제나 무시할 수 없는 팀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구단 가치를 자랑하는 팀에 어울리는 ‘양키스식 리빌딩’이 아닐까.
마침 내년에는 완공을 눈앞에 둔 ‘뉴 양키스타디움’이 정식으로 오픈한다. 과거 ‘양키스타디움’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던 1923년 양키스는 구단 역사상 첫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과연 새로운 구장과 함께하는 2009년에도 그러한 역사가 반복될 수 있을까.
오랜 잠에서 깨어난 ‘제국의 역습’이 되던, 아니면 ‘몰락하는 악의 제국’이라는 시나리오의 또 다른 반복이 되던, 2009년의 메이저리그는 뉴욕 양키스가 있기에 흥미로울 것이 틀림없다.
우선은 그들의 다음번 타겟부터 주목해보자.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