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295승을 거두고 있는 랜디 존슨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게 됐다.
기본 연봉 800만 달러에 각종 개인 성적과 수상에 따른 보너스 옵션 500만 달러가 추가된 1년 계약이다. 1963년 9월생으로 현재 만 45세인 이 전설적인 좌완이 그토록 염원하던 300승의 꿈은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이룰 것으로 보인다.
1988년부터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른 존슨은 통산 295승 160패 평균자책점 3.26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4039.1이닝을 소화하면서 무려 4789개의 탈삼진을 잡아내, 이 부분 역대 2위(1위는 놀란 라이언 5714개)에 올라 있다.
2007년 부상과 부진으로 은퇴의 기로를 맞이하기도 했으나, 올해 다시금 멋지게 부활하면서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184이닝투구 11승 10패 173탈삼진 평균자책점 3.91의 수준급 성적을 기록, “역시 존슨!”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과거처럼 밥 먹듯이 완투를 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6이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준급 투수임을 스스로의 능력으로 증명해낸 것이다.
지금의 존슨은 전성기 시절 같은 불같은 강속구를 던질 수 없다.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예리함도 예전만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대 중반의 존슨이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빅리그에서 20년 넘게 경험을 쌓으며 키워온 노련함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망의 300승까지 남은 승수는 단 5승.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시즌 전반기 중에 300번째 승리를 거둔 존슨이 환하게 웃으며 팬들의 축하를 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역사상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300승을 달성한 선수는 1890년 밀키 웰치(통산 307승 210패 2.71)와 1912년의 크리스 메튜슨(373승 188패 2.13)에 이은 3번째,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로는 존슨이 최초다.
개인 통산 5회의 사이영상을 수상한 존슨이 합류하게 되면서 자이언츠는 팀 린스컴(08년 수상), 배리 지토(02년)와 더불어 3명의 사이영상 수상자를 보유하게 되었다. 한 팀이 3명의 사이영상 수상자를 동시에 보유한 것은 그렉 매덕스와 탐 글래빈, 존 스몰츠가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지난 2002년의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 맷 케인이라는 또 한 명의 엘리트급 투수가 버티고 있는 자이언츠는 지토만 되살아난다면 빈약한 타선에도 불구하고 투수력만으로도 5할 승률 이상을 노릴 수 있는 팀이 되었다. 배리 본즈로 대표되던 팀이 이제는 팀 린스컴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컬러의 팀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90년대와 2000년대를 아우르는 최고의 우완투수가 그렉 매덕스라면 최고의 좌완투수는 단연 랜디 존슨이다. 올해 받았던 연봉(1600만)의 절반만 보장된 금액을 받고도 선수생활을 1년 더 연장하기를 바란 것은 그만큼 300승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존슨은 이미 300승 여부와는 관계없이 은퇴 후 ‘명예의 전당’행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선수다. 5번의 사이영상과 월드시리즈 MVP, 그리고 역대 17번째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자 100번의 완투와 37번의 완봉승(매덕스 109완투 35완봉)을 거둔 존슨에게 중요한 것은 득표율이지 입성 여부가 아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투수’를 논할 때도 그를 10위권 밖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그의 재기에 물음표를 그리고 300승 달성 여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많은 전문가들이 있었다. “글래빈이 역사상 마지막 300승 투수가 될 것이다”라는 말도 그들로부터 나왔다.
당시 존슨은 “반드시 300승을 하고 싶다. 하지만 내년에 내 공이 통하지 않으면 은퇴하겠다”라는 뜻을 강하게 나타내더니 재활 훈련에 열중, 마침내 자신의 구위가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통할만한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데뷔 시절부터 시작해 많은 역경을 이겨낸 투수의 끈질긴 도전정신과 강한 승부욕은 40대 중반이 되어서도 여전했다.
대망의 300승까지는 아직 5승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현 단계에서 무조건 낙관적인 예측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랜디 존슨이라는 투수가 그 동안 보여줬던 여러 가지 모습을 떠올린다면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내년 5월 말이나 6월 초쯤, 우리는 또 다른 역사적인 순간의 탄생을 지켜보는 행운을 누리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2009시즌의 개막이 기다려진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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