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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28명의 WBC 최종 엔트리는 어떻게 구성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2. 29.

지난 26일 내년 3월에 열리는 제2회 WBC 대표팀 2차 후보선수 명단이 발표됐다.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모두 32명. 이달 초 발표되었던 1차 후보선수 45명에 비해 13명이 줄어든 숫자다.


대표팀은 새해 1월 16일까지 WBC 운영위원회 측에 예비 엔트리 45명의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인 2월 22일까지 최종 엔트리 28명의 명단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즉 2차 후보선수로 선정된 선수들 중에서도 4명은 탈락한다는 뜻이다.


예비 엔트리로 제출할 선수들의 명단도 1차 후보선수 발표 때와는 조금 달라졌다. 1차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던 백차승과 나주환이 빠졌고, 대신 황두성과 한기주가 포함되었다. 이 45인에 포함되었으나 2차 명단에 빠진 13명은 예비 엔트리 제출 후부터 최종 엔트리 제출 전까지 부상 선수가 생기거나 하면 대체될 수 있기에 나름대로의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이번 2차 후보선수 명단에 어떤 이들이 이름을 올렸는지 살펴보자.


▶ 투수(15명)
우완 : 이재우, 손민한, 정현욱, 오승환, 윤석민, 황두성, 박찬호 (송승준, 서재응, 한기주 탈락)

좌완 : 김광현, 이승호, 류현진, 장원삼, 봉중근 (마일영, 이혜천 탈락)

언더 : 정대현, 임창용, 김병현

▶ 포수(2명) : 박경완, 강민호 (진갑용, 조인성 탈락)

▶ 내야수(9명) : 정근우, 최정, 김동주, 고영민, 이대호, 박기혁, 박진만, 김태균, 이승엽 (손시헌, 조성환, 이범호 탈락)

▶ 외야수(6명) : 김현수, 이종욱, 이용규, 이택근, 이진영, 추신수 (박재홍, 김주찬, 이병규 탈락)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큰 이견의 여지가 없이 상당히 잘 추려낸 명단이라고 생각한다. 유일한 아쉬움이 있다면 올림픽 때 잘 던진 송승준이 탈락하고 대체 선수로 올라간 황두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정도?(대만에게 강하다는 이유로 뽑혔다)


그 한 가지만 제외하면 손민한과 오승환, 이진영 등으로 대표되는 1회 대회 4강의 주역들, 김광현, 윤석민, 류현진, 이대호, 이용규 등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들, 그리고 김태균, 이재우, 정현욱 등 프로 리그에서 훌륭한 성적을 낸 선수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위의 명단 가운데 포수 2명과 외야수 6명은 최종 28인 로스터에 모두 포함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올림픽 때 진갑용이 부상으로 고생한 기억이 있기에, 포수가 단 두 명뿐이라는 것이 다소 불안하지만 최악의 경우 이택근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면 된다. 부상의 부담을 안고 있는 진갑용보다는 장단점이 확실한 박경완-강민호 콤비가 낫다.


6명의 외야수들도 모두들 자신만의 강점을 지니고 있는 좋은 선수들로 꾸려졌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5명에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더 해진 저 라인은 단연 현재 ‘한국 야구 최고의 외야 6인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단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측에서도 추신수의 WBC 출전을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내야수와 투수 가운데 2명씩의 선수가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그 중 두 명은 박찬호와 이승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인식 감독은 경험 면에서나 실력 면에서나 두 선수를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그 동안 수고한 두 선수를 이제 그만 놓아주라는 팬들의 의견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이승엽과 박찬호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은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김병현과 박기혁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병현은 아직까지 완전한 몸 상태를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고, 메이저리그 복귀(또는 일본진출)를 위해서라도 2~3월은 그 자신에게 투자해야 할 중요한 시기다. WBC의 활약을 계기로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리기보다는 그 시간에 착실한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확률이 높을 것이다.


내야의 경우 이승엽이 빠진다면 그 자리를 대신할 거포 3인방인 김태균, 이대호, 김동주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지명타자 제도가 시행되는 대회에서 이들은 추신수와 더불어 3~6번까지의 중심타선을 책임져야만 한다. 그렇다면 정근우가 유격수로도 출장할 수 있는 마당에 수비는 박진만에, 타격은 정근우에 비해 부족한 박기혁을 굳이 포함시킬 이유는 없지 않을까.


한기주에게 설욕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조금 아쉽게 느껴지지만, 이재우와 정현욱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충분히 세계무대에서도 통할만한 구위를 과시했다. 특히 최대 14경기를 치르게 될 지도 모르는 한 달 간의 장기 레이스에서 2~3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셋업맨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다.


어떤 선수로 대표 팀을 꾸리건 잡음은 생기기 마련이다.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뽑히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그 외에도 관점이나 생각의 차이로 인해 다른 의견이 대두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의 WBC 2차 후보선수 명단에는 최대한 공정하고도 강한 대표팀을 꾸리기 위한 김인식 감독의 고민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저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고도 남을만한 최고의 선수들이 틀림없다.


일각에서는 ‘일본은 준비가 착착 되고 있는데, 한국은 도박사건 등으로 인해 준비가 너무 더딘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일본은 ‘올림픽에서의 한국을 배우자’는 내용을 담은 방송 프로그램까지 제작할 정도로 한국의 준비성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얼마 전 MLB.com에 ‘미국에서는 아무도 WBC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내용의 칼럼이 올라왔다.


우리나라 대표팀이기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일 뿐, 현재의 준비과정이 심각할 정도로 더딘 것은 아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대표팀의 윤곽이라도 드러났지, 주로 메이저리거들로 구성되는 북중미의 나라들은 대표급 선수들이 계속해서 ‘불참’ 선언을 하는 바람에 난리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준비도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해나간다면 늦지 않을 것이다. 최고의 실력과 컨디션을 자랑하는 28명의 대표팀이 구성되어 김인식 감독의 지휘 하에 3년 전의 영광을 재현해내길 믿어본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