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 너무 과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2. 12.

올시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동원한 총 관중 수는 무려 7900만 명이 넘는다. 입장권 수익만 19억 3300만 달러에 달한다. 1달러 환율을 920원 정도로 계산하면 원화로는 약 1조 780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다. 30개 팀으로 나누면 팀당 수익은 대략 600억 정도 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도 올시즌 400만 관중을 돌파하며 나름대로 흥행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관중에 비해 입장권 수익은 매우 저조한 편이다. 각종 통신사 카드의 할인과 무료입장을 비롯한 각종 ‘공짜’ 관객이 판을 치기 때문.


공식적인 입장권 가격은 만원 안팎인데 실제 수익은 그 절반도 되지 않는다. 관중 1인당 입장권 수익은 롯데와 LG가 4000원 정도, SK의 경우는 25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즉 한국 프로야구의 입장권 수익은 150억 원 미만으로 팀당 20억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자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이번에 양키스와 10년 동안 3억 500만 달러(보너스 포함)에 계약을 체결했다. 대강 연평균 280억 정도다. 그 외에도 1000만 달러(약 92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올 2007년에만 70명 정도, 갑부의 기준이랄 수 있는 100만불 이상의 고액 연봉자는 400명이 넘는다.


올시즌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들어간 전체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약 294만 달러(총액 25억불 가량)로 연봉 총액만 놓고 보자면 입장권 수익을 훌쩍 넘어선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입장권 수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마어마한 방송 중계권료와 구장 이름을 통한 광고료, 그 외 구장 매점에서의 판매, 캐릭터 사업, 유니폼 판매 등으로 인한 올시즌 메이저리그의 총 매출액은 60억 달러 이상이다. 전체 수익의 3분의 1가량은 모든 팀들이 공유하기 때문에 아무리 입장권 수익이 적은 플로리다 말린스라 해도 흑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수백억대의 연봉을 받기도 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엄청난 금액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팀에 미치는 손해는 거의 없다. 일부 적자를 보는 구단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구단주들은 1년에 수백에서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순수익을 챙긴다. 수익이 있다면 비용이 아무리 많아도 용납할 수 있는 것이 경제의 기본적인 원리, 때문에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충분히 그만한 연봉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그렇지 않다. 올시즌 개막 로스터에 들어간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 2500만원으로, 이미 1억의 벽을 넘어선 지 오래다.(8000만원대라는 보도가 나온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2군 선수들 전원을 포함한 것이다) 그것도 이 수치는 외국인 선수들을 제외한 것이다. 이들을 포함한 평균 연봉은 1억 5천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입장권 수익은 30배의 차이이지만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7배 차이에 불과하다. 그 외의 기타 소득은 비율로 따질 수도 없을 만큼 미미하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경제의 규모에 따른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메이저리그 선수들보다 몇배나 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게다가 마이너리그 조차도 흑자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2군 선수들의 연봉과 운영비는 거의 100%가 추가 비용이다.


문제는 선수들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가 훨씬 심각하다는 것과, 흑자 경영이 가능한 메이저리그 구단과는 달리 한국의 구단은 모두 자체적으로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구단 운영 자체가 흑자 경영이 가능하다면 현대 같은 구단 명문 구단이 운영난에 시달리며 매각 파동에 휘말리는 등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고액 연봉 선수들은 활동 기간이 짧기 때문에 많이 받을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몇 명 때문에 나머지 대다수의 선수들은 더 적은 연봉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메이저리그의 선수 노조처럼 은퇴 이후의 연금 정책 등도 완전치 않은 형편이다. 이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프로야구 판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말은 변명이 될 수 없다.)


자, 그렇다면 이와 같은 비용은 어디에서 충당될까? 구단 운영을 위한 모든 비용은 모 그룹의 홍보비에서 나온다. 그 말은 이 비용들이 제품의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며, 그 결과 소비자 물가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뜻이다. 프로야구를 사랑하고 아끼는 팬들이야 크게 개의치 않을지 몰라도, 야구에 관심 없는 대다수의 여성을 비롯한 나머지 국민들에게 이러한 물가 상승요인은 달갑지 않은 요소일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 태생부터가 자체적으로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의 형태이기 보다는, 모 기업의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지금 FA가 되어 요구하고 있는 거액의 연봉은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프로야구 선수는 광고 모델이 아니라 그 자신 스스로가 상품이 되어야 한다. 팬들이 좋아하고 아껴서 그를 보기 위해 구장을 찾고, 그러한 수익이 선수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 선수가 받는 연봉은 모 기업의 상품 판매로 보상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지닌 가치로 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광고 모델로 인한 수입이 부수입이 될지언정, 그 자체가 선수의 가치로 평가 된다면 과연 그것을 과연 ‘프로’라고 칭할 수 있을까?


가끔은 “에이로드가 250억 받는데 심정수나 김동주가 15억 못 받을 이유가 어디 있나?” 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하지만 에이로드는 그 스스로가 그 만큼의 수익을 창출하는 반면에, 심정수나 김동주는 그렇지 못하다. 그들이 받는 연봉의 절반 이상은 ‘프로 야구선수’로서가 아니라 ‘광고 모델’로서 벌어들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선수로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시장 규모를 감안해 봤을 때 심정수가 받는 연봉은 에이로드의 3배나 다름없다. 즉, 에이로드로 인해 양키스 구단이 갖는 부담보다 심정수로 인해 삼성이 가지는 부담이 3배나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김동주는 그 이상을 원한다고 하고, FA가 되는 선수들은 너도나도 연평균 10억을 외친다. 지난 십년간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선수들의 연봉 인플레 현상 때문에 꽤나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그것은 한두 선수가 팀의 입장권 수익을 모조리 가져가는 한국 프로야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대체 이 문제를 어디에서부터 풀어나가야 할까? ‘태생적인 문제’라는 핑계로 은근슬쩍 넘어갈 시기는 이제 지났다고 본다. 국가의 경제는 점점 그 규모가 커지며 세계화에 발맞춰 나가고 있는데, 그 나라 국민들의 레저인 프로 스포츠는 이와 같이 영세성을 면치 못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팬들의 발걸음을 야구장으로 향하게 할 수 있을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선수 자신의 승리’를 위해 팬들을 외면한 이번 한국 시리즈의 난투극 같은 사태는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야구장에 직접 가서 관람하는 것이 팬들의 의무일 수 없다. 그 팬들을 구장으로 오게 하는 것은 바로 구단과 선수들의 몫인 것이다.


프로야구가 앞으로도 수십 수백 년 동안 한국 제 1의 프로로 스포츠로 남기 위해서 이와 같은 딜레마는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숙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