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홈런왕에 빛나는 한화 김태균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금 가도 타율 2할8푼에 20홈런은 쳐낼 수 있을 것 같아요”(스포츠칸)
라는 발언이 그것이다. 국내 언론 기사의 특성상 <김태균 “지금 일본 가도 타율 2할8푼에 20홈런 자신있다”>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나오긴 했지만, 어느 쪽이던 김태균의 자신감이 드러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프로에 데뷔한 그는 다가올 2009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김태균 스스로가 자신의 기량을 진단하고 일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당찬 포부를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제목에서 기인한 것인지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응원의 메시지보다는 악플이나 비방이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 또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소속 선수가 아니면 응원하기 보다는 저주하기 마다하지 않는 일부 야구팬들의 나쁜 버릇이 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대체 그의 발언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김태균은 2001년 데뷔 당시부터 88경기 만에 20개의 대포를 쏘아 올리며 이승엽의 뒤를 이을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았던 선수다. 8시즌 동안 5시즌이나 3할을 쳤고, 20홈런 이상이 5시즌, 30홈런 이상도 2시즌이나 기록했다. 심정수가 은퇴한 마당에 국내 선수들 가운데 그와 견줄만한 거포는 김동주와 이대호 정도밖에 없다.
(30홈런을 고작 두 번 기록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2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30홈런을 3번 이상 기록한 선수는 이승엽, 우즈, 마해영, 양준혁, 박재홍, 그리고 심정수까지 모두 6명이 전부다. 홈런 많기로 유명했던 장종훈이나 김기태, 박경완도 30홈런 시즌은 2번뿐이었다.)
8년 통산 .308의 타율과 169홈런 639타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가르시아를 재치고 홈런왕에 올랐다. 지난 8년간의 통산 성적으로 보나 당장 지난해의 성적으로 보나 이승엽이 없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는 분명 김태균이다.
그러한 선수가 일본에 진출해서 2할8푼에 20홈런도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한국 야구의 자존심 상할만한 곤란한 일이 아닐까? 김태균이 일본 무대나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달리 내밀 수 있는 카드도 없는 현실이 아니던가?
그런 상황에 ‘입태균’이니 ‘2군행’이니 하는 댓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나온다. 특히 ‘겸손하지 못하다’는 일부의 주장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그럼 김태균이 “일본은 너무나도 수준이 높아서, 고작 한국에서 1등 먹고 있는 나 따위는 수준 높은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 1년 정도는 2군에서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기라도 했어야 한단 말인가?
자신의 기량에 대한 지나친 겸손은 스스로의 발전을 가로막을 뿐이다. 프로라면 자신의 기량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그것을 현실로 나타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쥐뿔도 없으면서 자신이 최고라고 떠벌리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를 너무나도 좋아하고, 때로는 ‘나는 할 수 있어’라는 자기 최면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려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왜 그렇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
프로가 자신의 기량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말실수’가 아니다. 입에 발린 겸손보다는 자신이 최고라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그것을 표출하는 모습이 차라리 프로답다.
2010년에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홈런포를 가동하며 이승엽과 더불어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이는 김태균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