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etc...

2008 올블로그 어워드 후보 사퇴했습니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2. 17.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올블로그에서 2008년 한 해 동안 블로고스피어를 뜨겁게 달궜던 우수 블로그들을 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더군요.


2007년까지는 ‘TOP 100블로그’를 뽑아서 자체적으로 선정했지만, 올해는 직접 블로거들의 추천과 투표를 통해서 뽑는다고 합니다. 평소 자주 찾던 어떤 블로그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듣고 저도 들어가 봤습니다.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준비되고 있더군요. 여러 가지 분야별로 나뉘어서 후보를 추천하고, 투표를 진행하는 것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혹시나 해서 찾아봤더니, MLBspecial도 스포츠 부분의 후보 가운데 하나로 올라가 있더군요. 어느 분이 추천해주셨는지는 몰라도, 이 자리를 빌어서라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솔직히 좀 기뻤습니다^^;)


하지만, 전 방금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글을 남기고 왔습니다. 단순히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오히려 곰곰이 생각해보니 ‘횟감에 곁들여진 무’가 된 듯한 느낌만 들어서 불쾌하기까지 하더군요.


Daum에서 처음 문을 열었던 MLBspecial은 2007년 11월 19일에 지금의 티스토리로 이사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총 방문객 수가 180만 명이 넘었죠. 제 분에 과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습니다. 감사할 뿐이지요.


하지만 그 가운데 올블로그를 통한 트래픽 유입은 8600명 정도가 전부입니다. 다른 블로그의 경우는 어떤지 잘 모르지만, MLBspecial의 경우는 올블로그를 통한 트래픽이 전체의 0.48%밖에 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적어도 올블로그에서 MLBspecial은 관심 밖의 블로그라는 뜻이죠.


사실 MLBspecial만이 아니라 스포츠 블로그 전체가 올블로그에서는 찬밥취급 당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스포츠 관련 소식이 주요 키워드로 등극하는 일도 드물고, 스포츠 전문 블로거들을 위한 어떠한 배려도 없지요.


이번에 전문 분야별 후보를 보면 기술/과학 영역이 74개, 비즈니스 67, 생활 97, 엔터테인먼트 86, 문화예술 89, 그리고 시사 부문에서 52개의 후보가 올라가 있습니다. 그런데 시사 부문의 절반 수준인 27개 블로그만이 스포츠 분야의 후보로 올라가 있다는 점만 봐도 올블로그에서의 스포츠 블로그가 차지하는 위상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적어도 올블로그를 통해서는 스포츠 블로그에 관심을 가질 기회조차 가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죠.


그래놓고 갑자기 시상식을 한답시고, 그 한 부분으로 스포츠 분야를 떡 하니 설정해놓다니요. 이거야 말로 ‘구색 맞추기’가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평소에 먹지도 않는 어떤 음식을 제사상 차리기 위해 필요하니까, 쓰고 버릴 요량으로 상 위에 올려놓는 거랑 마찬가지죠.


왕따 당하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평소에는 외면하고 관심도 없던 담임선생이 청소할 때가 되서 일손이 필요하니까 그제야 이름을 불러주는 듯한 느낌... 하나도 반갑지 않습니다.


<야구라>의 손윤님과 함께 메신저를 통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위와 같은 이유로 둘 다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더불어 2009년 1월 29일에 정식 오픈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천을 받아 후보로 올라가 있던 <야구타임스>도 ‘자격 없음’을 이유로 스스로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이 또한 야구타임스를 추천해주신 분께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상 자체를 부정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제 블로그에도 ‘2008 티스토리 베스트 블로거’라는 엠블럼이 걸려 있으니까요. 뽑힐 수 있다면 영광이고, 또한 보람된 일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그 시상의 주체가 올블로그라면 저는 거부하겠습니다.


이제 스포츠 분야의 후보 블로그는 24개로 줄어들었겠네요. 올블로그에서는 이를 계기로 스포츠 블로그에 대한 관심을 좀 높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것을 위한 작은 저항이니까요.


블로거는 누구나 자신의 블로그에서 주인공이 되길 원할 것입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회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되고 싶습니다. 회를 돋보이게 만든 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무’가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답니다.


//김홍석(http://yagoo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