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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아이디로 성인용 오락을 즐기는 아이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3. 3.


요즘 들어 한 FPS게임(쉽게 말해 총싸움)에 취미를 들였습니다. 어쩌다가 시작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재밌더군요. 요즘은 일하고 나서 오후에 한 두 시간쯤 게임을 즐기는 것이 삶의 조그마한 낙이 되고 말았습니다^^;

데스크탑은 작업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오락을 하기 위해서는 항상 게임방을 찾는 편입니다. 담배 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 게임을 즐기기에는 더 편리하니까요.

제가 하고 있는 S라는 게임은 폭력성과 잔인함 때문에 ‘청소년 이용불가’의 판정을 받았습니다. 쉽게 말해 성인을 위한 오락이라는 뜻이죠.


전쟁 게임이다 보니 폭력성과 잔인성이 어쩔 수 없이 게임 속에 표현될 수밖에 없습니다. 총알을 맞으면 피가 튀는 것은 물론이고, 머리에 정통으로 맞으면 머리가 날아간 군인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온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까지 나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에 이 게임은 피가 튀지 않는 버전을 출시하면서 ‘15세 이용가’ 등급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디를 만들 때 성인임이 인증되면 원래의 하드(Hard) 버전의 게임을 즐길 수 있고, 15세 이상의 청소년인 경우는 라이트(Light) 버전이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이죠.

게임방을 가면 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꽤나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고등학생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지요. 문제는 그 중에는 항상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끼어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봐도 고등학생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남자 아이들이 게임방에 앉아서 자신들이 해서는 안 될 등급의 오락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의 심한 욕설을 퍼부어 가면서 말이죠. 게다가 그들이 하고 있는 게임의 버전은 라이트버전이 아닌, 성인만 할 수 있는 하드버전이었습니다.


하루는 제가 오락을 하고 있는데, 바로 옆 자리에 앉은 아이가 저보고 “같이 하실래요?”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많게 봐줘도 중학교 1학년으로 보이는 꼬마 녀석이 말이죠. 그래서 물어 봤습니다.

나 : “너 몇 살이냐?”

꼬 : “중 1요”

나 : “이 오락은 고등학생부터 할 수 있는 건데, 그럼 넌 하면 안 되잖아?”

꼬 : “내 친구들도 다 하는데요”

나 : “아이디는 어떻게 만들었어? 넌 못 만들잖아?”

꼬 : “엄마 아이디에요”

나 : “엄마 주민등록번호로 니가 만든 거야?”

꼬 : “아뇨, 엄마한테 말하니까 만들어주던데요”

나 : “네 엄마는 그 아이디로 니가 이런 오락하는 줄 아니?”

꼬 : “당연히 모르죠!”

대충 이런 식입니다. 이 꼬마 녀석뿐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집니다. 모두가 부모의 아이디로 오락을 하고 있더군요. 걔 중에는 부모가 아이디를 만들어준 경우도 있고, 부모 몰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자신이 직접 만든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고등학생도 할 수 없는 성인용의 하드 버전의 오락을 맘껏 즐기고 있었습니다.

S라는 오락은 전쟁 장면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총싸움입니다. 당연히 남성들이 즐겨하고, 15세 이상만 할 수 있다 보니 개개인의 폭력성이 그대로 노출되는 편입니다. 채팅 창에 올라오는 대화는 절반 이상이 욕설입니다. 자신의 캐릭터가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이 채팅 창에 올라오죠. 대부분의 욕설은 금지어로 지정되어 있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욕설 사이사이에 숫자 ‘1’만 찍어줘도 어떤 욕이든 서슴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나마 15세 이상의 생각이 있는 아이들은 키보드로는 욕설을 두드리고 있더라도, 그것을 입으로 내뱉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학생이나 초등학생 같은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다릅니다. 채팅 창으로 욕을 하면서, 그걸 그대로 입으로 내뱉습니다.

게임 상의 상대를 총으로 쏘아 죽이기라도 하면 그 흥분감에 어쩔 줄을 몰라 하며 큰 소리로 욕설을 외쳐대기도 하죠. 그 상대가 자신에게 채팅으로 욕이라도 하는 날에는 아주 난리가 납니다. 요즘 아이들이 욕하는 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이건 정도가 좀 심하다 싶을 정돕니다. 아무리 눈치를 줘도 소용이 없으니, 결국은 저 스스로가 무서운 아저씨가 되어 고함을 지르고 야단을 쳐야만 조용해지더군요. 그래봤자 채팅창에 올라가는 욕설은 멈추지 않지만요.

그나마 이 오락은 ‘폭력성’ 때문에 성인용이 된 경우라 비교적 다행이랄까요? 아이들의 주민번호로 게임 아이디를 만든 아이들이 그걸 이용해서 ‘선정성’과 ‘노출’로 인해 성인용이 된 오락을 하고 있다면 어쩌시겠습니까? 물론 게임방에서는 그러한 아이들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 오락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하고 있겠죠.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에게 여쭙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아이의 요청대로 별로 대수롭지 않을 것이라 여기면서 오락을 위한 계정을 만들어 주신 적이 없습니까? 아니면 아이들이 여러분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그러한 계정을 만들지는 않았을까요?

어쩌면 요즘의 아이들이 점점 폭력적이 되어가고 잘못된 성관념을 가지게 되는 것은 꼭 TV나 연예인, 또는 만화나 영화 등의 영향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무신경한 부모님들에게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당장 유명한 게임 사이트를 찾아가셔서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등록된 아이디가 있는지 한 번 찾아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부모님들의 무관심이 당신들의 아이를 폭력적이고 욕 잘하고, 어른에게 대들고 잘못된 성적 관념을 가진 엉뚱한 청소년으로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른들이 충분히 신경써야할 문제가 아닐까요?


// 김홍석(http://yagoo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