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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야구보는 또 다른 재미, 기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3. 3.

야구는 기록싸움이다. 안타 한 개가 부족하여 3할 타율을 놓칠 수도 있고, 단 하나의 실투가 자책점으로 이어져 2.99의 방어율이 3.00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선수 고과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과 동시에 야구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3할 타자 하나, 2점대 방어율 투수 하나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제반 사항에 대한 기록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 기록실이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기록에 대한 일반 팬들의 관심이 드물었다. ‘기록원이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대한 관심보다는 좋아하는 팀에 대한 승패가 가장 큰 관심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구도 하나의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 : Sports와 오락을 의미하는 Entertainment가 합쳐진 말로써 즐기는 스포츠를 의미한다)’로 자리잡아 가면서 기록에 대한 관심이 증가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한 타자가 장타로 3루에 진출했을 경우 대부분 ‘3루타’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록원이 ‘2루타’로 판정하여 기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에 누리꾼들은 ‘기록원이 타자와 불편한 관계에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3루타성 타구를 2루타로 판정하겠는가’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기록의 원칙’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이에 KBO는 기록에 대한 야구팬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 위한 일환으로 프로야구 출범 원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기록강습회’를 개최했다. 2박 3일간의 ‘짧고 굵은’ 일정에서 남녀노소,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야구팬들이 찾아왔다. 12세 초등학생에서부터 시작하여 73세 어르신까지, 서울에서부터 부산, 광주 야구팬들까지 다양했지만, 야구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출발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있는 자리였다.

야구 기록은 ‘복기’가 가능하다

B4크기의 작은 야구기록지에는 그날 야구경기에서 일어났던 모든 사항이 기록된다. 그래서 바둑처럼 ‘복기(復棋 :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하여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 봄)’가 가능하다. 즉, 경기가 끝난 후의 기록지 하나만으로도 다음 날 완벽하게 시나리오로 재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할까? 예를 들어 보자.

이는 어떤 한 타자의 실제 플레이를 기록한 양식지다. 이를 시나리오로 복기(復棋)해 보면 다음과 같다.

‘초구 볼, 2구 볼, 3구 스트라이크, 4구 헛스윙(볼카운트 2-2), 5구째를 통타한 타자가 우익수 키를 넘기는 타구를 만들어냈다. 타자는 2루를 지나 3루로 향했지만, 우익수가 2루수에게, 2루수가 3루수에게 송구하여 3루수가 타자 주자를 테그아웃시켜 원 아웃을 만들었다’

즉, 볼카운트, 타격 완료, 수비 위치 숫자 등만 알면 일반인들도 쉽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기록지다. 다만, 일반인들이 실제로 기록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많이 걸리기 마련이다. 한 타구에 대한 판단을 실시간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구 기록원들은 야구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플레이 하나 하나에 집중하고, 잠시 한눈팔았을 경우 기록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자 표기 등 기록 자체에 어려움 많아 아쉬워

볼 카운트 하나 하나, 안타에 대한 판정 하나 하나가 모두 기록원들에게 달려 있다. 그러나 기록원이라 해서 원칙 없이 기록을 하는 것도 아니다. ‘KBO 기록규칙 가이드’에 의거하여 철저하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그 날 경기에서 일어난 결과 하나 하나를 살핀다. 그래서 기록원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것은 자주 하다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일반인들도 연습만 하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O 공식 기록지에는 한자표기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여 일반 야구팬들이 쉽게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이에 대해 KBO 내부적으로도 한글 표기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오고 있지만, 한자표기가 일본과 중국, 대만에서도 일정한 수정 없이 돌려볼 수 있다는 데에 큰 의의를 두어 여전히 한자표기법을 고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록은 영원하다. 지금 기록한 경기 내용을 50년 후에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기록 그 자체에 대한 아쉬운 점이 많기는 하지만, 시즌 내내 기록지를 옆에 끼고 야구를 본다면, 또 다른 야구 보는 재미에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09 WBC부터 중계를 보면서 기록을 해 보는 것은 어떠할까?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