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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WBC에서 선전한 중국 야구의 저변 확대를 기원한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3. 11.

3경기 4득점 20실점, 1승 2패.

이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 참가한 중국의 성적표다. 단판 리그제로 시행되었던 1회 대회에서 3연패를 한 것에 비하면 훌륭한 성적이다. 특히, 승리를 자신하던 대만에 4-1로 이긴 것은 중국야구의 큰 성과라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중국 야구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그들이 세계적인 야구 선진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작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부터 중국야구는 ‘무기력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엇이 이들을 변화하게 하였을까?

13억 인구라는 큰 저변 무시 못해

역시 가장 큰 이유는 13억 이라는 인구 시장을 미국, 일본과 같은 야구 선진국들이 개척한 데에 있다. 특히, 중국야구의 시장 개척을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한 피터 오말리 전 LA다저스 구단주는 "많은 인구가 존재하는 중국은 그 자체만으로도 야구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었다. 그만큼 중국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산 것이다.

실제로 말 뿐만이 아니라, 오말리는 중국에 다저스타디움을 짓기도 했다. 오말리 전 구단주를 필두로 미국의 다른 구단들도 중국을 눈여겨 보시 시작했으며, 일본 역시 중국 야구시장 개척에 뛰어들었다. 물론 중국야구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13억 인구 시장에서 야구 잘 하는 선수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중국의 시골 한 구석에서 놀란 라이언 같은 어깨 힘을 가지고 있는 자원이 농사를 짓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실제로 라이언은 텍사스에서 건초 더미를 정리하는 농삿꾼이었으며, 사이 영 또한 프로무대 데뷔 전에는 농장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러한 야구 선진국의 노력에 우리나라 역시 일조했다. 물론 직접 투자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선수 지도’를 담당했다. 이 중 한동화 감독이 베이징 타이거스를, 추성건 코치(現 서울고)가 광동 레오파스를 지도하면서 선수들과 직접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야구 선진국들의 투자가 성과로 나타나

이러한 야구 선진국들의 투자는 성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의 각 구단들은 중국 시장에서 뛰어난 선수들을 데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싼 값에 이들을 적극 활용했다. 이에 미국에서 야구를 배우게 된 이들은 더블 A나 트리플 A로 승격되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자국으로 돌아와 본토에서 배운 미국야구를 다른 선수들에게 전파하기도 했다.

바로 이 점이 중국야구의 활성화로 이어졌던 것이다. 여기에 미국에서 태어나 야구를 시작하여 트리플 A까지 승격된 ‘중국계’ 레이몬드 창(26,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메이저리그로 승격될 경우 야구 저변이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럼에도, 중국은 야구 경기를 하는 전체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추성건 서울고등학교 코치는 “중국 인구가 10억이 넘지만, 야구를 하는 인원은 150만이 채 되지 않는다. 전체 인구에 비해 야구선수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중국 대륙에 야구를 뿌리내리는 첫 번째 작업은 성공했지만, 이것이 전국구로 저변확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야구 선진국들, 특히 아시아가 중국야구를 이끌어야

결국, 중국야구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한, 미, 일 야구 선진국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같은 아시아에 있는 국가들의 큰 관심이 요구된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직접투자가 어려운 실정이지만, 코칭스태프나 감독들을 파견하여 프로 및 아마구단을 지도할 수 있다. 선수에 대한 투자, 이것도 훌륭한 투자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성실함에 있어서 한국 코칭스태프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WBC를 보는 야구팬들은 세계에서 야구를 제대로 하는 국가가 아직 16개국에 불과함을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WBC가 ‘야구 월드컵’으로써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2개국의 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32개국 참가에 앞서 중국야구시장 저변 확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13억 인구시장은 누구라도 포기할 수 없는 ‘큰 저변’이기 때문이다.

중국야구의 저변 확대가 이루어져야 인도, 중남미, 유럽으로 야구 열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 그만큼 중국야구시장은 우리나라에도 큰 시장이며, 중국야구의 성장은 곧 아시아 야구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번 WBC에서도 중국은 우리나라에 ‘시원하게 패배하며’ 귀국했지만, 언젠가는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올림픽이나 WBC에서 만나기를 기원한다. 또한 중국야구의 저변 확대로 우리나라에도 중국무대에서 활약한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고,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중국에도 적극 진출하는 모습이 비춰졌으면 한다. 이런 것이 바로 야구가 세계화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