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국가대표팀의 2라운드 첫 상대가 멕시코로 결정됐다. 멕시코는 카림 가르시아(34)를 비롯하여 데이비드 코르테스(36)등 롯데 자이언츠 출신 선수들이 있는, 매우 친숙한 국가다.
국가대표팀은 2000년 이후 국제무대에서 멕시코와 세 번 만나 세 번 모두 승리한 ‘기분좋은 경험’이 있다. 또한 멕시칸리그(Liga mexicana de beisbol)는 국내 프로구단 스카우터들이 좋은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고자 할 때 자주 찾는 무대이기도 하다. 반대로 한국무대를 떠난 외국인 선수들이 섭섭지 않은 대우를 받으며 남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곳이기도 하다. 매니 마르티네즈(前 LG 트윈스), 제이 데이비스(前 한화 이글스), 킷 펠로우(前 롯데 자이언츠) 등이 현재 멕시칸리그에서 뛰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한때나마 국내무대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을 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멕시칸리그를 즐길 수 있는 재미라 할 수 있다.
맥시칸 리그는 어떤 리그?
WBC에 참가한 멕시코 선수들 대부분이 메이저리그 출신이기는 하나 데이비드 코르테스와 같이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숫자도 9명에 달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나 동양 프로리그를 제외하면 국내 야구팬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받아들여 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멕시칸리그’다.
그렇다면 멕시칸리그는 어떤 리그이며, 몇 개의 프로팀이 존재하며, 이 리그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
▲ 멕시칸 리그는 자국의 독자적인 리그이기도 하며, 미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의 한 줄기이기도 하다 (C) MiLB 멕시칸리그 공식 홈페이지멕시칸리그는 형식상 자국에서 행하는 독립리그가 아니다. 엄밀히, 미국 마이너리그 사무국과 협약을 맺은 미 프로야구 산하의 리그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과 ‘실체’를 살펴보면 메이저리그 산하 마이너리그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멕시칸 리그는 다른 마이너리그와는 달리 메이저리그 팀들과 선수 수급 계약을 맺고 있지 않은, 다소 특이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팀 숫자는 북부 8팀, 남부 8팀을 합쳐 모두 16개 팀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규시즌은 비교적 짧은 편이다. 3월에서 7월, 불과 넉 달 동안의 리그전을 치르기 때문이다. 다만, 각 리그 상위 4팀을 가린 이후 8월부터 포스트시즌이 시작된다는 점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플레이오프, 챔피언쉽 시리즈로 각 리그의 우승팀이 결정되면, 이후 우리나라의 ‘한국시리즈’와 똑같은 성격을 지니는 ‘파이널 시리즈(최종전)’를 통해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이렇게 멕시칸리그가 종료되면 선수단은 가을에 휴식기를 갖는다. 그리고 겨울에 ‘윈터리그(winter league, 겨울리그)’를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는 또 다른 8팀이 리그를 펼치게 된다. 즉, 멕시칸리그의 16개 팀이 그대로 윈터리그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윈터리그만을 위한 새로운 8개 팀이 오픈하게 되는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카림 가르시아가 참가한 윈터리그도 바로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멕시코에서만 겨울리그를 펼치는 것은 아니다.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등 카리브해 주변 국가들 역시 독자적인 리그를 운영한다. 특이할 만한 사항은 위의 중남미 국가들의 겨울리그 우승팀들이 다시 한 곳에 모여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카리브해 시리즈’까지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리그를 종료한 일부 빅리그 선수들이 조국의 한 팀과 계약을 맺고 합류하여 큰 흥밋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 맥시칸 리그는 총 16개 팀으로 구성되어 운영된다. 작년 한 해 동안 타격에서 큰 활약을 펼친 킷 펠로우(前 롯데 자이언츠)의 얼굴이 메인 홈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C) MiLB 멕시칸리그 공식 홈페이지‘타고투저’ 극심. 숫자만 보고 선수 스카우트했다가는 낭패
다소 복잡하기도 하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계약에 의해 리그가 운영된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데이비드 코르테스의 경우 2008 시즌에 멕시칸리그에서 활약하다가(3월~7월) 리그가 끝나자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을 맺고 국내무대로 뛰어들었다(8월~10월). 그리고 국내리그가 끝나자 윈터리그에 참가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멕시코 프로팀과 계약을 맺었다. 즉, 한 해에 계약서를 세 번 쓴 것이다.
이에 따라 멕시칸리그는 메이저리그 진출이나 복귀를 포기한 중남미계 베테랑 선수들이 주를 이루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이 지향하는 장타 위주의 게임과 지형 특성상 일부 경기장이 공기 저항을 덜 받는 고지대에 있어 타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리하여 극심한 '타고투저'가 나타나는 리그이기도 하다.
흔히 메이저리그에서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일어나는 구장으로 콜로라도 로키스의 쿠어스 필드, 텍사스 레인저스의 레인저스 볼파크 등을 꼽을 수 있다. 공기 저항이 거의 없이 이 두 구장에서 가공되는 홈런숫자는 상상 그 이상이다. 그런데 멕시칸 리그는 이보다 더 하다고 보면 된다. 해발 2,000m에 이르는 구장 숫자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멕시칸 리그에 집중하는 많은 스카우터들이 ‘좋은 선수’를 찾아내기 쉽지 않은 것이다. 쓸 만한 타자들을 구하는데 더 없이 좋은 리그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타자들이 타율보다는 큰 것 한방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정규리그의 성적만으로는 그 타자의 능력을 구분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국내 스카우터들이 정규시즌보다 포스트 시즌을 더욱 주목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선수들의 자세부터 바뀌고, 투수력이 비교적 강한 팀들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 잘하는 선수를 스카우트 해 오는 경우가 많다. 작년부터 롯데 자이언츠에 합류한 카림 가르시아가 바로 이 시기에 눈에 띈 케이스다.
반대로 멕시칸리그에서 기록한 타율, 홈런, 타점 등 고유의 숫자만을 믿고 스카우트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꽤 있다. LG 트윈스에서 두 번이나 모셔왔다가 두 번 다 쫓아낸 브랜트 쿡슨, 2008 시즌 멕시칸리그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한 前 롯데 자이언츠 킷 펠로우, 삼성 라이온스 유니폼을 입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멘디 로페즈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만큼 멕시칸 리그에서 좋은 선수를 찾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그리고 제 2의 가르시아를 찾기 위한 ‘흙속의 진주 찾기’는 지금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멕시코만큼 싸고 좋은 선수가 있는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내 프로야구 스카우터들이 그나마 웃으면서 만날 수 있는 선수들이 한때나마 한국무대에서 1년 이상 활약했던 선수들이 아닐까.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