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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베네수엘라전 필승전략 - ‘동네북’ 실바를 공략하라!

by 카이져 김홍석 2009. 3. 21.


한국은 일요일 오전 10시에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은 우완
윤석민을 선발로 예고했고, 베네수엘라는 메이저리그 7년차 투수 카를로스 실바(시애틀 매리너스)를 내세웠다.

윤석민은 WBC에서 3경기에 나와 9.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1승 2홀드를 기록 중이다. 실바는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1이닝 동안 1실점(방어율 0.82)하며 1승을 거뒀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 놓고 보면 이번 대회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들 간의 맞대결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상대 선발인 카를로스 실바는 메이저리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동네북’이기 때문이다.

실바가 이번 대회에서 상대한 팀은 ‘약체’ 이탈리아(4이닝 1실점)와 ‘물방망이’ 네덜란드(7이닝 1실점)였다. 미국,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등과 같은 조에 속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강팀들과는 한 번도 상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과의 대결에서는 그 도금이 벗겨질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실바가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투수라 해도, 통산 피안타율이 3할이 넘을 정도로 ‘전혀 무섭지 않은 투수’이기 때문이다.

위의 표는 실바가 풀타임 선발투수가 된 2004년 이후의 성적이다. 이 표의 수치만 잘 살펴봐도 실바라는 투수가 어떤 유형인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9이닝 기준으로 가장 많은 안타를 허용하고 반대로 가장 적은 볼넷을 허용하는 투수다.

이닝에 비해 안타와 홈런을 많이 허용하지만, 컨트롤이 좋아 볼넷은 많지 않다. 탈삼진 개수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위력적인 구위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선수다. 하지만 컨트롤 하나 만큼은 그렉 매덕스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수준이다.(05시즌의 188이닝 9볼넷은 모든 메이저리그 관계자를 경악하게 만든 일대 사건이었다)

상대 타자들이 실바의 컨트롤에 농락당하는 날에는 긴 이닝을 끌고 가며 실점을 최소화하곤 한다. 방어율도 피안타율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바로 볼넷이 적기 때문. 반대로 상대 타자들이 한 번 타이밍을 맞추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장타가 뻥뻥 터진다. 지난해가 바로 그러했다. 그야말로 동네북 신세였던 것.

실바는 전혀 무서운 투수가 아니다. 공도 느린 편이고 위력적인 변화구를 구사하는 선수도 아니다. 구위만 놓고 본다면 저 정도의 투수는 널리고 널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반대로 그를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끔 한 컨트롤은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베네수엘라 전에서는 초구부터 실바의 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과감함이 요구된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그건 실바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다. 괜히 신중을 기하다가는 실바의 절묘한 컨트롤에 고생할 위험이 있다. 과감하고도 자신감 있는 스윙. 그것이 카를로스 실바라는 투수를 상대하는 방법이다.

메이저리그 팬들로부터 ‘대인배’라는 별명을 얻은 시애틀의 전임 단장 빌 바바시는 2007시즌이 끝난 후 실바에게 4년간 48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연봉을 선물했다. 몰락할 것이 불 보듯 뻔했던 투수에게 ‘대박’을 안겨줬던 어리석은 단장은 팬들의 살해 협박에 시달리다가 시즌 중에 해고당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보여준 한국 타선의 힘이라면 이 정도의 투수는 보기 좋게 KO시킬 수 있다. 사실 문제는 실바가 아니다. 그 뒤에 나올 지도 모르는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의 존재다.

에르난데스(22)는 18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서 ‘King'이라는 별명을 얻은 선수로, 기가 막힐 정도의 위력적인 구위를 겸비한 차세대 메이저리그 특급 에이스로 주목받는 신예다. 많은 동갑내기 유망주들이 이제야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있건만, 그는 벌써 올해로 풀타임 선발 4년차를 맞이한다.

실바가 초반에 무너진다면 궁지에 몰린 베네수엘라는 에르난데스를 내세울 것이 틀림없다. 실바의 실없는 공을 보다가 에르난데스의 공을 접하게 되면 공략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타자들은 적어도 3이닝 내에 실바를 상대로 대량 득점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에르난데스가 마운드에 올라온다면 점수를 뽑을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준결승전 이후 하루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8회부터 출격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무리 윤석민의 컨디션이 좋다고 하더라도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인 미겔 카브레라와 매글리오 오도네즈, 카를로스 기옌, 바비 어브레유, 호세 로페즈 등이 포진한 베네수엘라 타선을 3점 이내로 묶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의 승리를 위해서는 실바를 무너뜨리고 그가 마운드에 올라 있는 동안 대량득점을 하는 수밖에 없다. 베네수엘라가 결승을 대비해 에르난데스가 아닌 실바를 선발로 내세운 것은 한국에게 매우 희망적인 소식인 것이다.

‘동네북’ 실바를 무너뜨리는 것, 바로 이것이 한국이 베네수엘라를 넘기 위해 요구되는 단 하나의 과제이자, 유일한 방법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