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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ports

SBS의 피겨 중계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by 카이져 김홍석 2009. 3. 29.

점수 채점 방식이 바뀐 이후 사상 최초로 200점을 돌파하며 2009년 세계 피겨 선수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김연아.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가 않습니다.

ⓒ홍순국의 순 스포츠


저 역시도 그냥 널리고 널린 김연아의 ‘삼촌 팬’ 가운데 하납니다. 미쉘 콴(저희 세대에서 스포츠 뉴스를 꼭 챙겨 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습니다)을 제외하면 피겨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다가, 김연아라는 슈퍼스타의 등장 때문에 피겨 중계를 꼬박꼬박 챙겨보게 된 것이죠.

오늘도 아침부터 목욕재개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SBS를 틀었습니다. 역시나 김연아의 우승, 그리고 시상식 때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눈물을 흘리는 한 소녀의 모습을 보니 저도 가슴이 찡해지더군요.

전 SBS의 피겨 중계방송을 무척 좋아합니다. 물론 저작권 문제나 기타 등등 문제로 SBS의 중계가 욕을 먹고 있다는 것도, 가끔 실수를 하고 감탄사만 연발한다는 이유로 캐스터와 해설자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고 있다는 것도 얼핏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전 SBS의 중계진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적어도 그 두 명의 해설자는 김연아 선수의 경쟁자들이 연기 도중 넘어진다고 해서 웃지는 않으니까요. 특히 해설하시는 분은 피겨 자체를 무척 아끼고 좋아한다는 느낌을 팍팍 주시더군요. 누구든 좋은 연기를 펼치면 칭찬을, 누구든 넘어지면 아쉬움의 탄식을 내뱉으시는 모습이 전 보기 좋았습니다.

국제무대를 중계하는 우리나라의 중계진은 ‘편파의 극치’를 보여주기로 유명하죠. 그건 해설이 아니라 단순한 ‘편들기’에 불과합니다. 보통의 중계진이었다면, 오늘 아사다 마오가 넘어졌을 때 기쁨을 여지없이 드러냈을 겁니다. 특히 일본인 선수가 실수하거나 넘어지면 그걸 가지고 조롱하고 우리의 행운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투철한 편이니까요.

하지만 SBS의 중계진은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진심으로 아쉬워하더군요. 대신 안도 미키가 좋은 연기를 보여주자 진심으로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김연아 선수 때는 그 이상의 감탄과 아쉬움을 표현하지요. 하지만 적어도 김연아를 위해서 다른 선수를 이유없이 비난하거나, 그 선수들의 실수를 비웃지 않습니다.

전 ‘이하나의 페피민트’를 좋아합니다. 이하나가 진행자라는 점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아직은 진행자로서의 자질이 떨어지는지 몰라도, 그 프로그램을 보면 ‘아, 이하나는 정말로 음악을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이죠. 음악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음악 방송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전 만족합니다.

SBS의 피겨 중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해설자분은 피겨를 좋아하시고, 또한 김연아 뿐만 아니라 세계의 피겨 선수들 모두를 후배로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계신듯 하더군요. 누구든 실수하면 같이 아쉬워해주고, 좋은 연기를 펼치면 박수를 쳐줍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국제대회 중계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지요.

물론 기타 요소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겁니다. 독점중계권을 따낸 이후, SBS가 어떤 방식으로 네티즌들의 가슴에 멍을 들게 했는지를 감안한다면 더더욱요. 하지만 적어도 그들의 중계태도만큼은 만족스럽습니다.

네이버의 야구전문기자로 유명한 박동희 기자의 블로그인 ‘스포츠 춘추’를 들어가면 이런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를 바라보는 내 눈은 색맹이자 문맹이다. 인종과 국적이 보이지 않는다.”

박동희 기자의 다른 어떤 기사보다도 저를 감동시키는 문장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러하니까요. 최선을 다하는 모두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경기장 외적인 요소를 선수들의 땀이 드러나는 경기장 안으로 들고 들어오는 것이 전 너무나 싫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연아 선수의 우승과 세계신기록 작성을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