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스는 그 어느 구단보다도 시끄러운 오프시즌을 보냈다. “FA 영입보다는 트레이드로 인한 선수 보강이 최선이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히어로즈의 장원삼을 현금 트레이드로 영입하려던 사건을 포함하여 채태인을 필두로 한 도박사건 등 ‘도덕적 해이’에 대한 문제로 구단 안팎이 시끄러웠기 때문이었다. KBO 총재의 중재로 히어로즈 장원삼은 원소속구단으로 복귀해야 했지만, 삼성은 FA 박진만을 잔류시키는 등 적어도 기존 전력을 추스르는 데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선동렬 감독 부임 이후 삼성은 공언한 대로 외부 FA를 단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았다. 그나마 FA로 영입했던 ‘현대 유니콘스 3인방(심정수, 박종호, 박진만)’ 중에서 팀에 남은 것은 박진만 정도다. 그 정도로 삼성은 상무에서 전역한 선수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력들을 많이 배출했다. 최형우를 포함한 정현욱, 박석민 등은 대부분 선동렬 감독의 작품이었다.
작년 오프시즌과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이렇다 할 전력 보강 없이 2009 시즌을 맞이한 삼성은 또 다른 ‘신예’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분명 FA를 싹쓸이 했을 때의 삼성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마지막 계약기간을 남겨 놓고 있는 선동렬 감독의 승부수, 과연 무엇일까?
▶ 거포는 없다! 다만 패기가 가득할 뿐!
작년 시즌 종료와 더불어서 은퇴를 선언한 심정수의 공백이 자못 커보인다. 비록 삼성 이적 이후 4년간 단 한 번도 3할을 넘긴 적은 없었지만, 심정수가 중심타선에 있고 없고는 그 ‘네임 벨류’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중심타선의 공백을 베테랑 양준혁이 매워주고 있지만, 그 역시 이제는 파워보다는 노련함으로 승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삼성에는 패기로 가득찬 젊은 선수들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작년 20홈런에 가장 근접했던 ‘팀내 홈런왕’ 최형우(19개)를 비롯하여 박석민(홈런 14개), 채태인(홈런 10개)등이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이들 3인방은 아직 젊기 때문에 변화구 대처능력을 조금만 더 보완한다면 충분히 30홈런 이상이 가능한 재목들이다. 선동렬 감독이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즉, 2009 시즌 삼성의 모토는 ‘심정수가 빠진 거포는 없을지언정 패기는 가득하다!’는 것이다.
▶ 마운드
창단 초기부터 삼성은 ‘타력의 팀’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선동렬 감독 취임 이후 마운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많아지며, 한층 깊이 있는 선수 운용이 가능했다. 그 중 윤성환(28)은 작년 삼성 선발 마운드에서 얻은 최대의 수확이다. 선동렬 감독 역시 “윤성환이 개막전 선발 투수다”라고 공언할 만큼 두터운 신뢰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다소 기세를 회복한 배영수를 포함하여 새로 영입한 두 외국인 선수, 루넬비스 에르난데스와 프란시스코 크루세타가 선발 마운드에 합류한다. 이 넷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만 있다면 선동렬 삼성 감독이 공언한 ‘한국시리즈 우승’도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선발 붙박이 : 윤성환, 배영수, 에르난데스, 크루세타
불펜 : 차우찬, 조진호, 정현욱, 권혁, 안지만, 지승민, 김상수, 조현근
클로저 : 오승환
더욱 무서운 것은 선발 마운드보다 탄탄한 중간계투요원에 있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을 통하여 큰 두각을 나타낸 정현욱이 중심을 잡고 안지만과 권혁이 중용될 경우 그야말로 ‘필승 계투진’이 된다. 또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좌완 지승민을 원포인트 릴리프로 활용할 수 있으며, 기량이 향상된 최원제, 김상수, 조현근 등에게도 큰 기대를 걸 수 있다.
▶ 타선
올 시범경기에서 삼성은 박한이를 대체할 수 있는 ‘톱타자감’을 얻은 것에 큰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경북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예’ 김상수(19)다. 김상수는 13번의 시범경기를 통하여 타율 0.348, 1홈런, 8도루를 기록하며 박한이를 이을 ‘차세대 톱타자’로 급부상했다. 물론 이러한 기량이 시즌 내내 지속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 동안 박한이에 대한 톱타자 의존도가 높았던 삼성에게 김상수의 등장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이 외에 올 시즌 30홈런을 노리는 ‘차세대 거포’들이 포진되어 있어 삼성은 작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성했다는 자평을 내리고 있다.
삼성 라이온스 예상 라인업
1. 김상수(2B)
2. 박한이(CF)
3. 양준혁(DH)
4. 박석민(3B)
5. 최형우(LF)
6. 채태인(1B)
7. 박진만(SS)
8. 진갑용(C)
9. 우동균/김창희(RF)
선동렬 감독은 김상수를 전진배치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우동균을 테이블 세터에, 박한이를 중심타선에 기용할 수 있다”면서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양준혁이 슬로우 스타터임을 감안하여 시즌 초반에는 6~7번으로 기용할 수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심정수가 빠져나갔다고는 하지만,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타선을 재편했다는 사실은 분명 큰 수확이다.
▶ 아킬레스건
삼성의 약점은 단 하나다. 그들은 늘 외국인 선수 둘을 모두 투수로 영입했음에도 불구, 최근 몇 년간 성공사례가 거의 없었다. 마틴 바르가스, 팀 하리칼라 외에는 대부분 시즌 중 보따리를 쌌다. 이를 의식한 듯 메이저리그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 만한 루넬비스 에르난데스와 프란시스코 크루세타를 영입한 것은 분명 반길 일이다. 그러나 호세 리마(전 KIA)가 그러했듯이, 이들 역시 한국야구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보따리를 쌀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외국인 농사를 그르칠 경우 삼성의 4강 진출도 장담할 수 없다.
또 하나의 약점은 배영수다. 2007년의 공백을 작년에 어느 정도 매워주었다고는 하지만, 볼 끝의 날카로움에 대해서는 아직 속단할 단계가 아니다. 만약에 그가 2006년과 같은 ‘절대지존’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선동렬 감독은 이를 대체할 젊은 선수를 다시 찾아야 하는 ‘위기의 순간’이 생각 외로 빨리 찾아올 수 있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