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큰일’을 벌였다. FA로 풀린 정수근과 이상목을 한꺼번에 영입하여 나머지 7개 구단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바로 그것이었다. 당시 투-타 최대어였던 이들의 활약은 롯데를 한때나마 2004시즌 초반 선두권을 달리게 한 힘이기도 했다. 다만, 이후 벌어진 정수근의 폭행 시비 사건과 이상목의 부상 등은 FA 영입 잔혹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데에 불과했다.
이쯤 되면 롯데 역시 외부 FA영입을 주저할 만했다. 그럼에도 불구, 롯데는 홍성흔이라는, ‘Made in 두산’표 선수를 다시 영입하는 초강수를 띄웠다. 이 역시 2004년 정수근 영입때와 마찬가지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롯데는 정수근의 뒤를 잇는 ‘팀내 분위기 메이커’를 영입하는 이중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롯데는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둔 에이스 손민한마저 섭섭지 않은 대우를 보장함으로써 팀에 잔류시켰다. 로이스터 감독 영입에 이은 이와 같은 전력 보강은 분명 롯데 구단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작년보다 더 나은 성적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만이 가득할 뿐이다.
▶ 타선-마운드 모두 Okay. 시즌만 다가오라!
롯데의 큰 장점은 작년 전력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홍성흔의 영입으로 오히려 작년보다 전력이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평가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SK 다음으로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한 팀이 롯데다’라고 평할 정도다. 손민한, 송승준, 조정훈, 이용훈 등 당장 선발요원으로 돌려쓸 수 있는 투수들이 즐비한데다 조성환, 가르시아, 이대호, 홍성흔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빼어남도 타 구단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홍성흔의 영입은 단순한 선수 한 명 보강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는 전 소속팀 두산에서도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기싸움으로 유명했다. 그러한 무형 자산을 롯데에 그대로 옮겨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이처럼 투-타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롯데는 2년 연속 4강 진출을 확신하는 눈치다. 작년 시즌 동안 한국야구에 적응을 마친 로이스터 감독의 용병술 역시 더욱 날카로워졌음을 감안하면, 롯데는 올시즌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이는 시범경기 성적(11승 1패, 1위)으로도 나타났다.
▶ 마운드
상당히 안정적인 마운드를 운용한다. 에이스 손민한을 필두로 송승준, 장원준 등은 풀타잉으로 선발 등판하여 두 자릿수 승수를 너끈히 채울 수 있는 선수들이다. 또한 시범경기를 통하여 큰 두각을 나타낸 조정훈을 비롯하여 ‘돌아온’ 이용훈과 이정민 역시 적지 않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작년 코르테스에 이어 롯데 마운드 ‘클로저’역할을 맡게 될 에킨스의 존재도 든든하다. 로이스터 감독을 포함한 모든 코칭스태프들이 ‘작년 코르테스보다 낫다’고 입모아 이야기한다. 앞문과 뒷문이 든든하다는 것은 분명 다른 팀과는 구별되는 경쟁우위를 지닌다.
선발 붙박이 : 손민한, 송승준, 장원준, 조정훈
불펜 : 이용훈, 강영식, 김일엽, 김사율, 배장호, 나승현, 이정민, 이정훈, 임경완
클로저 : 에킨스
다만 든든한 앞문과 뒷문에 비해 허리 부분이 약하다는 것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작년 시즌에는 강영식을 비롯한 김일엽, 최향남 등이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이 중 최향남은 올 시즌에 한국무대에서 뛰지 못하며 나머지 두 선수들 역시 작년같은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 타선
홍성흔의 영입 외에도 기존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 꽤나 고무적이다. 김주찬, 이인구, 손아섭 등은 롯데의 현재가 아닌 ‘미래’들이다. 이들이 깨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롯데 전성기를 지속할 수 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테이블 세터와 하위 타선을 젊은 선수들이 맡고, 한 방 있는 베테랑들이 중심타선을 꾸린다면 어느 누구 하나 결코 쉽게 피해갈 수 없게 된다.
롯데 자이언츠 예상 라인업
1. 김주찬(CF)
2. 이인구/손아섭(LF)
3. 조성환(2B)
4. 가르시아(RF)
5. 이대호(1B)
6. 홍성흔(DH)
7. 박기혁(SS)
8. 강민호(C)
9. 정보명(3B)
김무관 타격코치는 롯데 타선의 ‘키 포인트’로 주저없이 테이블 세터를 뽑았다. 김주찬과 이인구가 살아나야 롯데 타선이 살아난다고 이야기했다. 시범경기 현재, 둘은 작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속을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개막전에 맞춰 몸이 만들어질 경우 그야말로 ‘롯데가 원하는 대로’ 타격이 이루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타격감이 절정에 오른 손아섭을 포함하여 부상 회복 여부가 관건인 이승화 역시 이 둘이 부진할 경우 즉각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 아킬레스건
이렇게 투-타에서 빈틈 없는 모습을 보일 것만 같은 롯데에 불안요소가 있다면 마무리 투수다. 작년 시즌 코르테스 역시 롯데 합류 초반에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 갑작스레 난조를 보인 바 있다. 에킨스 역시 그러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또한 마무리 투수를 외국인 선수로 충당했던 팀들이 예전부터 그렇게 큰 재미를 못 본 것도 다소 찜찜한 부분이기도 하다. 1998 시즌에 LG 유니폼을 입었던 엔더슨을 포함하여 단 한 경기도 뛰어보지 못하고 퇴출당한 아이바 등의 사례를 유념해야 한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귀국해야 했던 손민한의 몸상태도 다소 찜찜한 부분이다. 만약에 그가 정말로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경우 구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롯데 코칭스태프는 이 점을 감안하여 개막전 선발 투수를 낙점해야 한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