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야구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곳이다. 프로 초창기에는 제주도가 한때 전지 훈련지로 이름났지만, 해외로 눈을 돌린 90년대 이후에는 그렇지 못했다. 이러한 제주도에 유일한 '고교 야구부'가 있다. 바로 제주고등학교 야구부다. 야구 불모지임에도 불구, 제주고는 전국 대회에 '단골 손님'으로 자주 등장한다. 이번 대통령배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제주고는 1회전에서 시원하게 졌다. 전국 최강 광주일고를 만난 탓도 있다. 3학년 윤명운을 선발로 투입시켜 반전을 노렸지만, 부상 후유증 때문인지 1이닝 8실점(4자책)으로 조기 강판됐다. 특히, 볼넷을 네 개나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야수 실책까지 겹쳤다. 그럼에도 불구, 제주고 선수들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7회말에 한 점을 뽑아내며, ‘노히트 패배’를 당하지 않겠다는 투지만큼은 돋보였다. 특히, 1회 초 투 아웃부터 윤명운을 구원 등판하여 마운드에 오른 2학년 강기웅은 광주일고의 강타선을 맞이하여 단 3안타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또한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3학년 엄일준은 세 차례나 호수비를 선보이며 ‘지더라도 결코 무기력하게 지지 않겠다’는 투지를 선보였다.
오늘의 1패가 내일의 2승을 약속할 수 있었기에 제주야구의 미래는 밝고 아름다웠다.
▲ 제주고 엄일준(3학년) 선수는 '지더라도 무기력하게 지지 말자'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중견수 겸 3번 타자로 선발 출장하여 좋은 수비를 선보인 엄일준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하나 하나 최선을 다 하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남 잘 되자고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 되고, 우리가 잘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하여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근성만큼은 살아있음을 당당히 밝혔다. 또한 “최대한 열심히 하여 팀 성적을 올려 좋은 진로를 찾고 싶다”고 하여 벌써부터 청룡기/봉황대기 전국대회를 염두에 두기도 했다.
제주고교 야구선수들은 마지막으로 “후회 없이, 웃으면서 야구하고 싶다”고 입모아 이야기했다. 이렇게 기죽지 않는 선수들이 있기에 제주고교 야구부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밝다. 성낙수 감독 또한 “좀 더 열심히 하여 다음 대회, 더 나아가서는 내년 대회에서 호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강팀 광주일고와의 일전에서 선전한 선수들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하는 제주고등학교 야구부에 선전을 기원한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