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자치도’인 제주도는 대체로 야구보다 축구가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는 2002년 월드컵에서 수많은 축구 스타들이 제주 사귀포 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것을 비롯,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제주도에 가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오프시즌에 몸을 풀기 위한 목적으로 따뜻한 제주도를 찾는 것을 비롯, 제주 야구장에서 정규시즌 일부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야구에 대한 제주 도민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
한때 제주도는 프로야구 전지 훈련지로도 각광을 받기도 했다. 겨울에도 영상 10도에 육박하는 따뜻한 기온 때문이었다. 그리고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일부 팀들이 제주도로 전지훈련을 떠나기도 했다.
이러한 제주도에서 ‘고교야구의 아버지’로 불리며, 적지 않은 선수들을 프로무대로 보낸 프로야구 원년멤버가 있다. 제주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성낙수(52)가 바로 그다. 삼성 라이온스 원년 멤버로서 호성적(방어율 2.81, 8승 3패)을 거두었던 성낙수 감독은 은퇴 이후 지금까지 학생야구에 헌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대통령배 대회 참가를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은 제주고등학교 성낙수 감독을 목동구장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현역시절 이야기
Q :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선 ‘프로 원년멤버 성낙수’를 기억하는 야구팬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성낙수 감독(이하 ‘성’으로 표기) : 야구선배로서 후배들과 함께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야구인으로서 최선을 다 하고 있으니, 제주 야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Q : 현역시절, 아마야구 최우수 투수로 맹활약하셨고, 프로 원년 멤버로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현역시절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습니까?
성 : 고등학교 1학년 때 대통령배 전국대회에서 첫 등판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상대 투수가 바로 임호균 선배였거든요. 만만치 않았던 상대였습니다. 당시 마운드에 섰던 순간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설래입니다. 다만 부끄러웠던 기억을 뽑으라면 1975년 대통령배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서 김윤환(당시 광주일고. 추후 청보 핀토스 입단)에게 3연타석 홈런을 맞은 사실입니다(당시 광주일고 6-2 승). 그런데 이런 것도 돌이켜 보니까 추억이더라고요(웃음). 전날 비가 오는 바람에 경기가 하루 순연되었던 것이 결과적으로 저에게는 독이 되었습니다.
경기 끝나고 아파트 옥상에서 별을 봤었는데, 정신이 번쩍 들 정도였습니다(웃음). 하지만 운동하면서 이러한 순간 하나 하나가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Q : 빙그레 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셨습니다. 그런데 아쉬움이 크셨을 것 같습니다.
성 :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습니다. (은퇴 순간이)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고참 선수로서 가정도 있었고... 그만큼 가장 노릇도 해야 했기에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도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등판을 자청하기도 하면서 당시 전반기에만 방어율 10걸 안에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요.
그래서 당시 배성서 감독님께 ‘세 번만 더 등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는데, 감독님께서 들어주지 않으시더군요(웃음). 그런데 제가 감독 자리에 있고 나니까 당시 감독님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야구의 아버지가 되기까지
Q : 이후 ‘제주야구의 아버지’가 되셨습니다. 힘드셨을 텐데요?
성 : 저는 은퇴 이후 줄곧 학생야구 현장에 있었습니다. 영남대학교에서 6년간 코치생활을 했고, 대구 성광중학교에서 13년간 감독직을 수행했는데, 성광중학교 야구부가 해체된 이후 실로 우연찮게 제주고 야구부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야구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제주도에 야구를 한 번 심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2005년부터 감독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야구 선배로서 열심히 하다 보니,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선/후배 야구인들이 많이 도와주면서 50명이 넘는 학생들을 전학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주도에 야구라는 이미지가 참 좋아진 것 같습니다.
Q : 2007년 전국대회에서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김수완을 비롯, 김성현 등 제주도에서 적지 않은 프로 선수들이 나왔습니다.
성 : 제주도가 참으로 축복 받은 땅입니다. 운동할 수 있는 여건도 뛰어나고, 공기도 맑아 선수들이 플레이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제주도가 한때 프로야구 전지훈련지 아니었습니까? 다만 아쉬운 것은 좋은 환경여건에 비해 경쟁팀 선수가 없다는 점, 이로 인해 연습 경기도 잘 못 한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또한 ‘제주도’에서 야구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도 상당히 큽니다.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만 야구해야 되는 줄 안다는 인식이 그렇지요. 결기를 해 봐야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도 알게 되고, 조직력도 높아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제주도의 경우 비행기로 왔다 갔다 해야 하기 때문에 여비만 500만 원 이상 듭니다. 육지에서 야구하는 선수들보다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지요. 또 육지에서 야구하는 학교들은 동창회 지원도 크지 않습니까? 제주도는 그런 점에 있어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다소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내년에는 8강 혹은 4강에 도전해 보고 싶은 욕망이 큽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가능하다고 보고요. 일단 목표는 4강으로 잡고 있습니다.
Q : 야구하면서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성 : 운동하면서 마음 편히, 집중해서 열심히 노력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첫 경기 선발로 등판하는 윤명운 선수의 경우 부상 때문에 몸이 덜 만들어져 있어서 지난 황금사자기때에는 등판시킬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자신의 운명은 자기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윤명운 선수를 선발로 등판시킨 것입니다. 프로 스카우터들도 주목하고 있는 만큼, 본인이 잘 던져서 인정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Q : 마지막으로 야구 후배들과 제자들, 야구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 : 주어진 여건 속에서 저 역시 늦게나마 열심히 배우고 있는 만큼, 후배들과 제자들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자기가 가고자 하는 목표를 스스로 세워 노력하면 절대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렇게 알고 또 그렇게 배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주 야구를 많이 지켜봐 주시고, 아낌없는 성원도 부탁드리겠습니다.
※ 성낙수는 누구?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삼성라이온스 유니폼을 입은 프로야구 원년 멤버다. 경북고교 시절에는 팀의 에이스로서 1975년 대통령배 준우승과 청룡기, 봉황대기 2관왕을 이끌며 대회 최우수 투수상을 받았다.
삼성 라이온스 원년 시절에도 빼어난 성적을 과시(평균 자책 2.81, 8승 3패)한 성낙수는 1986년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 전신)로 이적한 이후 그 해에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평균 자책 3.61, 11승 11패를 기록했다. 이후 영남대학교 코치를 거쳐 대구 성광중학교 감독을 역임한 이후 2005년부터 현재까지 제주고등학교 사령탑으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
//유진(http://mlbspecia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