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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어린이날에 '어른'이 주인된 야구장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6.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어린이날에 전 구장이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이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야구장으로 소풍온 결과이기도 했다. 이에 어린이들은 야구장에서 좋아하는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 날 4개 구장에서는 모두 어린이들로 시구자를 내정했다. 이 중 목동야구장은 히어로즈 리틀 야구단 어린이들을 초청하여 애국가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굳이 그라운드에 내려와서 선수들과 함께 하지 않아도 야구장에 들어와 재미있는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린이들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매진 사례로 구장 내에 못 들어오는 어린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주인공인 어린이날에 선수들은 멋진 경기로 화답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야구를 보는 어른들도 조금 더 성숙한 응원 문화를 선보여야 할 책임이 있었다.

▲ 히어로즈와 KIA의 경기 직후 KIA 야구팬들은 '그냥' 귀가하지 않았다. 일부 팬들의 오물 투척으로 경기 후 행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경기 중단으로 심판들에게 항의?!

그러나 일부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은 어린이들 앞에서 ‘차마 못할 짓’을 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감독들이 선수들을 덕아웃으로 불러들여 경기를 중단시켰으며, 그라운드 밖에서는 일부 야구팬들이 상대 선수들을 향하여 갖은 욕설을 퍼붓는 것을 비롯하여 쓰레기 투척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서울 잠실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세 구장(목동, 대전, 부산)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목동 구장에서는 9회 말 투 아웃 상황에서 히어로즈의 여섯 번째 득점 여부를 놓고 주심이 세이프를 선언하자 조범현 감독이 ‘항의’의 뜻으로 야수들을 덕아웃으로 철수시키는 일이 일어났다. 만약에 철모르는 어린이들이 이 광경을 봤다면 ‘경기가 끝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대전구장에서도 일어났다. 상황은 7회 초 조동찬의 우중간 안타로 만든 무사 1루에서 벌어졌다. 타석에 들어선 현재윤이 헛스윙한 뒤 조동찬이 도루를 시도했고, 한화 포수 신경현이 2루로 송구했다. 일단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4심 합의를 통해 '현재윤이 신경현의 도루 송구를 방해했다'고 결론내리며 조동찬을 1루로 귀루시키고 타자는 아웃으로 처리했다. 이에 선동렬 감독은 격렬하게 항의하며 주자와 타자들을 모두 덕아웃으로 불러들였다. 이 역시 어린이들 눈에는 경기가 중간에 끝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었다.

오심 여부를 떠나 심판 판정에 대한 이의를 ‘경기 중단’으로 항의하는 것은 프로 감독으로서 분명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 상황에서 심판들이 경고를 주고, 더 나아가 몰수 게임 패배를 선언했어도 두 감독은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남의 집 안방에서 음식물 투척?!

그라운드 안에서 두 감독이 경기 중단으로 심판에게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다면 경기장 밖에서는 일부 어른들이 ‘어린이들 보는 앞’에서 성숙하지 못한 관중 문화를 선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목동 구장에서는 KIA 타이거즈의 일부 팬들이 9회 말 히어로즈가 동점을 만들자 일제히 물병과 캔음료를 그라운드 안으로 집어던졌다. 이것만으로는 성치 않았는지 KIA가 역전을 허용하자 이번에는 음식물까지 투척하여 경기 후 ‘수훈 선수상’을 수여하려는 히어로즈 구단을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경기에서 패하자 남의 집 안방을 오물 투성이로 만들어 버렸다. 그것도 어린이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 목동구장 그라운드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 이 장면이 퇴장하는 KIA 선수들과 맞물려 오묘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부산 사직구장도 상황은 약간 달랐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박재홍이 타석에 들어서자 일제히 야유를 퍼붓는 것을 비롯, 조정훈이 몸쪽으로 몸에 맞는 볼을 던지자 일제히 ‘잘했다’며 환호성을 보냈다. 야유하는 것 까지는 막을 수 없다 해도 남의 선수를 해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도 박수를 보낸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행동’이었을 뿐이었다. 자신들의 선수가 다쳤을 때의 기분을 잘 아는 롯데 팬들이 그랬다는 것이 더욱 아쉬웠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일부 야구팬들은 SK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그들에게 쉼 없이 욕설을 퍼부으며 물병을 던졌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귀가하는 어린이 야구팬들이 있었다.

‘어린이’보다 못한 일부 ‘어른들’의 철없는 행동들

어른들은 자신들의 자녀들 앞에서만큼은 떳떳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내가 못나도 자식들만큼은 제대로 교육시키고 싶어 하는’것이 부모들의 마음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이 야구장에서, ‘어린이들 앞에서 못할 짓’을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그대로 본 어린이들은 같이 물병을 잡고 서슴없이 그라운드에 던진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이다.

어린이날에 일부 철없는 어른들이 주인 노릇을 했던 야구장에는 아쉬움만 남는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