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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정수근 복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9. 6. 4.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해 무기한 실격 선수로 공시된 정수근에 대한 징계 해제를 정식으로 KOB에 요청했다. 10개월 넘는 시간 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던 정수근의 복귀가 점점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수근은 지난해 7월 16일 새벽 만취 상태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전날까지 정수근은 타율 .294(21위), 출루율 .398(15위) 도루 24개(3위)를 기록하는 등 롯데의 선봉장이자 주장이었다.

[사진제공=inning.co.kr]

사실 작년에는 정수근의 빈자리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주장으로서의 역할은 조성환이 그 이상으로 잘해줬으며, 정수근의 이탈 이후 김주찬의 방망이가 급격하게 살아나며 1번 타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줬기 때문.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현재 롯데는 6연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내려갔다. 가르시아와 강민호의 동반 부진은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있으며, 에이스 손민한은 아직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이대호와 홍성흔이 중심타자로의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과거 정수근이 주축이 되어 보여주었던 끈질기고 단단한 야구는 실종된 상태다.

10개월이라는 시간과 최하위로 떨어진 팀의 성적. 결국 롯데는 정수근의 복귀를 추진하기로 마음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각은 양극으로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 롯데팬과 기타 야구팬으로 나뉘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롯데팬 가운데서도 소수이긴 하지만 반대하는 의견이 존재하며, 나머지 7개 구단의 야구팬들 가운데도 이제는 정수근을 복귀시켜야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현재 양쪽의 의견은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어디까지나 팬들을 위한 스포츠이며, 팬들의 의사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KBO와 롯데 프런트는 이들의 동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 잠시 사건 당시로 돌아가 보자.

폭행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직후, 롯데 구단은 곧바로 정수근에 대한 임의탈퇴를 결정하고 곧바로 발표를 해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KBO측에 정식으로 결정된 사항이 아니었다. 게다가 임의 탈퇴는 선수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롯데는 정수근으로 인한 불똥이 그룹으로 튈 것을 결정한 나머지 미리 발을 빼기 위한 ‘헐리웃 액션’을 취한 것이다. 당연히 KBO는 이를 기각했고, 대신 ‘무기한 실격 선수’ 처분을 내렸다. 바로 그날 정수근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음을 감안한다면, 이 징계 또한 당시 여론과 성난 팬들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KBO의 극단적인 조치였음을 알 수 있다.

폭행을 가한 사실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구속 영장이 기각된 이유를 한 번 쯤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사건이 있던 전날 경기에서 정수근은 무사 만루의 찬스에서 병살타를 쳤었고, 이것이 음주와 다툼의 원인이 되었다. 실제로 정수근의 폭행 사건은 법적으로는 벌금형으로 마무리 되었다.

‘무기한 실격 선수’라는 다소 애매한 처분이 지금의 문제를 낳고 있다. 그가 영구 제명을 당하지 않은 이상, 언젠가는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 시기가 언제가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결국 그 결정권은 롯데 구단과 KBO에서 가지고 있는 것이다. 롯데가 징계 해제를 원한 이상,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결국 롯데는 여론이 잠잠해질 때를 기다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팀 사정도 이에 한몫 했을 것이다. 작년처럼 롯데가 승승장구하고 있었다면 과연 롯데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수근의 복귀를 타진했을 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실제로 지금 당장의 여론은 사건이 일어났던 작년 당시와는 조금 다르다. 정수근의 복귀를 바라고 원하는, 또는 찬성하는 팬들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10개월이라는 시간은 일부 팬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롯데와 KBO의 작전은 성공했다. 당장 엄청난 중징계를 내려 여론을 무마시킨 후, 시간이 지나 팬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 사그라진 시점에서 복귀를 추진하는 방식. 이와 비슷한 장면은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서는 꽤나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던가.

‘무기한’이라는 처분은 언뜻 보면 영구제명 다음으로 높은 수위의 처벌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1년 자격 정지’보다 낮은 수위의 처벌이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당장 적용시키기에 아주 좋은 처벌이라는 뜻이다.

롯데와 KBO가 정수근에 대한 올바른 처벌을 내리고 싶었다면, 적어도 법적인 처벌이 마무리 되는 시간까지는 기다렸다가 그에 대한 확실한 처벌을 내렸어야 했다. 그것이 50경기 출장 정지든, 아니면 6개월이든, 1년이든 그 시작과 끝이 명확한 처벌을 내렸어야 했다는 뜻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당장의 분노한 팬들을 의식한 그들의 징계는 10개월이 지난 지금 또 다시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수근의 복귀를 반대하는 팬들은 ‘원칙이 없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래서야 자녀를 야구장에 데리고 갈 수 있겠냐’는 의견도 있다. 때와 장소, 그리고 상황에 따라 이용해먹기 딱 좋은 ‘무기한 실격’이라는 징계 속에 담긴 참 뜻을 팬들은 이제 알아버렸다. 10개월 전에 비하면 그 강도가 덜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내용 면에 있어서는 더욱 큰 실망감이 드러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정수근의 복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그가 사회적인 차원에서 큰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것이 야구 자체와 관련된 죄(승부 조작, 금지약물)가 아닌 이상 그의 생업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사회적인 잘못의 징계(벌금형)를 받은 정수근에게 남은 것은 ‘야구선서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린 죄’밖에 없다. 그것이 ‘영구제명’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가혹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러한 식의 복귀 추진이 팬들의 분노를 살 수박에 없다는 데에도 동감한다. 지금 같아서는 정수근이 복귀한다 한들 그는 계속해서 죄인일 수밖에 없다. 시작과 끝이 명확한 징계였다면, 훌훌 털고 일어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징계가 풀린다 하더라도 그의 ‘죄’가 완전히 씻겼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그 끝을 알 수 없는 애매한 징계가 가져온 결과다.

죄를 저질러 감옥에 간 죄인이라 하더라도, 처벌을 받고 출소할 때가 되면 다시 깨끗해진 몸으로 가족과 지인들의 축하와 위로를 받으며 사회에 발을 내딛는다. 그것은 이미 그가 입소할 때 그의 복역기간이 정해져 있고, 그것을 다 채운 이상 과거의 죄는 더 이상 그를 속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수근은 10개월이라는 시간을 창살 없는 감옥 속에 갇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죄 값이 완전히 청산되지 못했다. 1차적인 잘못은 정수근 본인이 저질렀지만, KBO의 명확하지 않은 징계 수위가 지금에 와서 그러한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여전히 분노해 있는 일부 팬들과 복귀한 후에도 계속해서 죄인의 마음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정수근. 지난 10개월 동안 속죄를 위한 시간을 보낸 결과가 겨우 이것이라면, 팬과 정수근 모두에게 아쉬운 결과가 아니겠는가. KBO의 좀 더 명확하고도 지혜로운 행정을 기대한다.

// 카이져 김홍석(http://yagoo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