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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귀염둥이', 마이크 페터스의 추억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7.

메이저리그를 즐겨 본 야구팬들이라면 ‘고개를 푹 숙이고 숨을 헐떡헐떡 거리다 별안간 90도로 목을 움직이며, 휙 상대타자를 노려보는 투구폼’의 대명사인 마이크 페터스(45)를 기억할 것이다. ‘귀염둥이 페터스’로 불렸던 페터스는 특이한 투구폼으로 많은 한국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다. 이 중 일부 팬들은 그의 특이한 투구폼이 그의 ‘목 디스크’를 유발할까 걱정하여 그에게 파스를 보내주었다는 일화도 있다.

▲ 마이크 페터스는 '특이한 투구동작'으로 많은 한국팬들을 사로잡았던 '귀염둥이 투수'였다. ⓒ MLB.COM 캡쳐

그래서 페터스도 다저스 시절 동료였던 박찬호를 포함한 한국인들을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이에 박찬호도 그와 함께 한국 식당에서 자주 식사를 했다. 한국의 ‘구수한 음식 맛’에 맛들인 페터스도 이후에는 오히려 박찬호에게 ‘오늘은 코리언 레스토랑에 안 가냐’고 은근히 같이 가기를 원했다는 후문이다.

특이한 투구폼 만큼이나 뛰어난 구원 투수로 활약했던 페터스는 1964년 12월 19일에 켈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989년에 켈리포니아 에인절스(LA 에인절스 전신)에서 데뷔한 이후 2004년 까지 밀워키 브루어스, 오클랜드 어슬래틱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LA 다저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그의 최전성기는 1996년으로 올라간다. 당시까지만 해도 아메리칸리그 소속이었던 밀워키 브루어스에 몸담았던 페터스는 32세이브(리그 5위)를 거두며 마무리 투수로 괜찮은 모습을 선보였다. 그러나 방어율 3.38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전형적인 마무리 투수감은 아니었다. 탈삼진 생산 능력이 다른 마무리 투수들에 비해 떨어졌던 것도 내심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주자를 보내면 왠만해서는 점수를 잘 내어주지 않은, 빼어난 중간계투 요원이었다. 특히, 90마일 중반대의 빠른볼을 포함하여 타자들의 땅볼을 유도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했던 스플리터는 그의 주무기였다. 2000년 시즌에 박찬호가 등판했던 경기에 그가 항상 중간계투 요원으로 뒤이어 등장한 것은 그만큼 그가 빼어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상대 타자들이 그의 스플리터를 건드릴 경우 어김없이 병살로 연결되기도 했다.

밀워키와 다저스에서 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었던’ 페터스는 2001년부터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밋밋하게 들어오는 스플리터는 여지없이 맞아나갔고, 빠른 볼 위력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이에 다저스는 그를 피츠버그로 트레이드 시키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하지만 그는 트레이드 되고 나서도 꾸준히 한국식당을 찾는 등 여전한 ‘한국사랑’을 과시했다고 한다.

이후 애리조나, 미네소타 등을 전전했던 페터스는 커리어 통산 100세이브에 단 한 개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이에 ‘명예로운 은퇴’를 준비했던 그는 단 한 번의 세이브 찬스에서 등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이를 멋지게 성공시키며 팬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2004년을 끝으로 야구 유니폼을 벗었다. 31승 41패 100세이브, 방어율 3.86이 그가 16년간 거두었던 통산 성적이다. 비록 A급 투수다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한 번의 실수가 방어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중간계투 요원의 특징을 감안해 보았을 때 ‘준수한’ 성적임엔 틀림없었다.

페터스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또 있다. 2002년 애리조나 시절 당시 팀 동료였던 마크 그레이스가 마운드에 오른 일이 있었는데(1이닝 1피안타 1득점 허용), 당시 그레이스가 페터스의 투구폼을 그대로 따라하여 큰 웃음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크렉 비지오(휴스턴 에르트로스)는 2004 시즌에 페터스를 상대할 때 그와 똑같이 고개를 90도로 돌리고 오만상을 찌푸린 이후 타격에 임하여 휴스턴 관중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은퇴 이후 페터스는 비벌리 힐스 스포츠 카운실(Beverly Hills Sports Council)에서 에이전트로 일하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07 시즌을 앞두고 박찬호가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를 해고하자 페터스의 소개로 만난 제프 보리스를 새 에이전트로 선임하기도 했다.

‘목 디스크에 걸릴 듯한’ 투구폼을 간직했던 마이크 페터스. 그가 은퇴한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가 생각나는 것은 지금은 그와 같은 ‘특이한’ 투구폼을 구경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의 투구폼은 투구 벨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야구팬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쇼맨쉽’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다. 그와 그의 특이한 투구동작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듯, 그가 하고 있는 일들이 팬들의 사랑을 다시 돌려 줄 수 있는 바탕이 되기를 기원한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