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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08년을 빛낼 72년생 쥐 띠 메이저리거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 1.
 

2008년은 무자(戊子)년 즉 쥐의 해다. 새해를 맞이하는 기념으로 1972년과 1984년에 태어난 ‘쥐띠’ 빅리거들을 한 번 살펴보려 한다.


12간지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메이저리거들에게 출생 연도에 따른 ‘띠’의 구분은 무의미한 것이겠지만, 그러면 어떤가. 이를 핑계 삼아 한국의 메이저리그 팬들이 관심을 가져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나름대로 의미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24년과 36년 전인 84년과 72년에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굵직한 선수들이 제법 많이 태어난 시기였다. 오늘은 먼저 72년생 선수들을 살펴본다.



▷ 최고의 별 치퍼 존스 & 매니 라미레즈

2007년은 치퍼 존스 매니 라미레즈, 둘 모두에게 매우 뜻 깊은 한해였다. 비록 개인성적(20홈런 88타점)은 저조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본 매니 라미레즈는 두말할 것도 없으며, 치퍼 존스 역시 오랜 부진에서 확실히 벗어나며 다시금 리그 정상급 타자로 우뚝 섰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비교되었던 다른 동갑내기 라이벌들이 도태되었지만, 이 둘 만큼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전히 리그의 빛나는 별로 남아있다.


1990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픽으로 애틀란타에 지명된 이후 오로지 한 팀에서만 뛰고 있는 치퍼는 브레이브스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아쉽게도 전성기 시절에는 빈약한 테이블 세터로 인해 많은 타점을 기록하지 못했고(치퍼의 시즌 최다 타점이 111개에 불과할 정도로 브레이브스의 테이블 세터진은 문제가 있었다), 최근 몇 년 간은 부진에 빠져있었던 관계로 통산 성적은 386홈런 1299타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통산 3할이 넘는 타율(.307)과 4할 대의 출루율(.403)을 기록 중인 치퍼가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비록 누적 스탯은 부족해 보일지 모르지만, 치퍼 역시도 지터 이상의 플러스 알파를 인정 받는 선수 중 한명이며, 무엇보다 그는 애틀란타의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기록 달성의 1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팀 역사상 최고의 타자가 될 뻔 했던 라미레즈, 하지만 이제는 레드삭스 유니폼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선수가 되었다. 치퍼가 카리스마 있고 팀원들을 잘 아우르는 전형적인 ‘캡틴’ 스타일이라면, 매니는 자유분방한 바람과도 같은 선수다. 그러면서도 타석에서 보여주는 집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490홈런 1604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매니는 사실상 명예의 전당 행을 확정 지었다. 남은 것은 지난 시즌 부진했던 바람에 실망시켰던 팬들을 다시금 열광하게 만드는 것과 그 결과로 나타나게 될 월드시리즈 연패의 꿈이다. 세이버매트릭스의 대부 빌 제임스는 2008년 매니의 성적을 33홈런 113타점으로 예상하고 있다.


▷ 매니와 치퍼가 전부는 아니다

데뷔 당시부터 매니와 치퍼, 이들과 라이벌 관계에 있으면서도 함께 경쟁했던 라이벌로는 대표적으로 두 명의 이름을 거론할 수 있다. 토론토 시절 팀 동료였다가 올시즌 다시금 뉴욕 메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카를로스 델가도 션 그린, 이들도 72년생이다.


파워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면에서 4명 중 가장 재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델가도는 어느새 통산 431홈런 1374타점의 화려한 스탯을 쌓아 올렸다. 작년에 24홈런에 그치는 바람에 비록 11년 연속 30홈런에는 실패했지만, 조금만 더 분발하면 명예의 전당을 노크할 수 있을 수준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한때는 ‘매니 라미레즈의 유일한(!) 라이벌’ 이라 불리며 역대 타자 최고액(6년 8400만)을 받으며 LA 다저스에 입성했던 그린(328홈런 1070타점)은 지난 몇 년간 급격한 기량의 하락세를 드러내고 있다. 99년 당시만 하더라도 동일한 포지션(우익수)의 외야 거포로서 수비와 주루에서 월등한 그린이 매니에 비해 ‘선수’로서는 더욱 가치 있다고 평가하던 전문가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라이벌’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소속팀이었던 뉴욕 메츠로부터 2008년에 걸려있던 1000만 불의 옵션을 거절당한 채 FA 시장에 나왔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해 아직까지 거취가 불투명하다. 박찬호의 팀 동료로서 국내에서도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었던 션 그린, 2008년 그의 반격을 기대해 본다.


이들 외에도 보스턴 레드삭스의 명포수 제이슨 베리텍, 언제나 20홈런 100타점 정도의 준수한 활약을 펼치는 라울 이바네즈(매리너스), 올시즌부터 템파베이 유니폼을 입게 된 클리프 플로이드, 미첼 레포트에 이름을 올리며 흙탕물에 빠져버린 폴 로두카 등이 모두 72년생 동갑내기 타자들이다.



▷ 부상과 오명으로 얼룩진 투수들

1972년에 태어난 투수들 중 꽤 오랜 시간 동안 동급의 리그 정상급 투수로 인정받았던 선수는 크게 세 명이다. 한 명은 2007시즌 시작에 앞서 은퇴를 선언해 아쉬움을 남겼던 미네소타 트윈스의 브레드 레드키였고, 나머지 두 명은 마이크 햄튼(브레이브스)과 앤디 페티트(양키스)다.


95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페티트는 데뷔 6년만인 2000시즌까지 100승을 달성했다. 많은 이들이 페티트야 말로 역사상 마지막 300승 투수가 될 것이라며 그의 밝은 내일을 낙관했고, 최초 100승보다 1년이 더 걸리긴 했지만, 13년째인 작년에 페티트는 200승 고지에 올랐다. 은퇴를 놓고 고민하기도 했으나, 선수생활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최근 선수들의 은퇴 연령대를 고려했을 때 300승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의 미첼 레포트에 절친한 로저 클레멘스와 함께 이름이 공개되는 바람에 망신살이 뻗쳤다. 재빨리 부상회복을 위해 성장호르몬을 이틀간 사용했다고 밝히며 선처를 바라고 있으나, 그다지 여론이 곱지만은 않다. 이번에 양키스에 잔류하면서 맺은 계약 기간은 단 1년, 이미 선수생활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에 대해 큰 미련이 없는 듯 보이는 터라 2008년은 페티트의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다.


마이크 햄튼은 마운드나 벤치에서 불같은 성질을 자랑하는 싸움닭의 미국 버전이다. 느린 구속에 제구력까지 평균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했었던 특이한 선수이기도 하다. 지난 1999년 22승 4패 2.90의 방어율로 랜디 존슨(17승 9패 2.48)에 이어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며 리그 정상급 투수로 인정받았다.


2000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당시 역대 투수 최고액인 8년간 1억 2100만 달러를 약속 받으며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게 되었지만, 그 때부터 햄튼의 고난은 시작된다. 콜로라도에서의 2년 동안 21승 28패 5점대 후반의 방어율로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2003년에는 애틀란타로 트레이드 되며 부활을 꿈꿨으나, 그때부터는 부상이라는 암초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햄튼은 2005년 8월 이후로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했고, 팀은 그의 엄청난 연봉 때문에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에는 마운드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멕시칸 윈터리그에 참여했으나, 거기서 또 부상을 당해 시즌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과연 올해는 햄튼의 투구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재능 있는 한 투수의 몰락이 참으로 아쉽다.


이 외에도 세인트루이스의 든든한 마무리 투수로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이슨 이스링하우센이 72년생 투수의 대표주자 중 한명이며, 한때 삼성에서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던 살로몬 토레스도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빅리그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