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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KIA의 1위는 계속될 수 있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9. 8. 4.


KIA 타이거즈가 장장 7년, 정확하게는 2516일 만에 정규시즌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문제는 이 순위를 지킬 수 있느냐하는 것이죠. 그만큼 현재 상위권 다툼은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니까요.

매일 1위가 이렇게 바뀌는 것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두 팀의 각축이 아니라 3팀이라니...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네요.

순위는 또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습니다. 3경기 차이로 4위인 롯데도 1위에 대한 희망을 여전히 가지고 있을 만하죠. 아무래도 KIA가 지금의 1위 자리를 놓치는 일 없이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결국 올 시즌 정규시즌의 최종 1위는 KIA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석민-구톰슨-로페즈-양현종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이 너무나도 탄탄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무리의 부재가 문제긴 하지만, KIA에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역대 최고의 셋업맨’이라 불러도 좋을 유동훈이 버티고 있죠.(서재응의 마무리 전환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인 생각입니다만...)

타격에서도 최희섭만 살아나준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상현의 타점본능은 너무나도 대단하고 나지완의 한 방도 파괴력이 있죠. 김원섭과 이종범이 시즌 내내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고, 2007년 타격왕이었던 이현곤도 최근의 방망이 놀림이 심상치 않습니다. 결국 키는 최희섭과 이용규가 쥐고 있다고 봐도 될 듯싶네요.

KIA 팬들로부터 엄청나게 욕을 먹어왔던 조범현 감독은 이번에 1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성적으로 자신의 모든 안티팬들을 강제로 침묵시켰습니다. ‘안티는 이렇게 제압한다’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죠.

어쩌면 올 시즌의 KIA는 ‘타이거즈 팬’들로부터 가장 과소평가를 받았던 팀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변에서 볼 때는 꽤나 강팀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타이거즈를 응원해왔던 팬들은 KIA와 조범현 감독을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이곤 했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도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 올 시즌 4강 진출이 가장 확실한 팀으로 SK, 롯데, KIA를 찍었었는데요. KIA 팬분들이 찾아오셔서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네까짓 게 무슨 전문가냐?”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덕분에 쬐끔 통쾌하다는...ㅋ)

이제는 타이거즈 팬분들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기에 ‘호랑이 마당’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포털에서는 조범현 감독의 능력을 인정하는 분위기의 글들이 많아졌더군요. 위태한 듯하면서도 1위까지 치고 올라간 팀에 대한 신뢰와 응원 분위기도 대단했습니다.

물론 지금의 KIA의 성공에는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모두 대박이 나는 ‘행운’이 따라준 덕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쉽게 예상치 못했던 한기주의 부진과 이용규의 부상으로 인한 장기간 이탈은 마이너스 요인이었죠. 두 가지 요소를 함께 고려하면 결국 제로섬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의 KIA는 강합니다. 확실한 에이스의 부재 속에 언제 갑자기 연패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은 두산, 박경완에 이어 김광현까지 잃어버린 SK와 비교하면 확실히 그렇게 보이네요. 바로 아래에 위치한 롯데가 놀라운 상승세를 타며 무섭게 추격해왔음에도, 흔들리기는커녕 더 좋은 성적을 보여주면서 1위까지 치고 올라간 데서 그들의 강함이 제대로 드러났습니다.

막강한 선발 로테이션은 포스트시즌이 되면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1997년 이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KIA가 12년 만의 대권탈환에 성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윤석민이 지금부터 KIA에게 정말 큰 힘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전환과 부상 등으로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 같거든요. 작년부터 계속해서 무리해왔던 그가 충분히 쉴 수 있었으니까요.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카이져 김홍석(YagooTimes.com)

P.S. 참고로 <아브라카다브라>에 등장하는 브라운아이드걸스를 통제하는 ‘카이져’는 제가 아님을 밝혀 드립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