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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부상은 선수의 ‘실력’으로 방지할 수 있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8. 5.

다들 아시는 것처럼 김광현이 김현수의 타구에 손등을 맞아 금이 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김광현은 시즌아웃 되고 말았고, 그에 따라 SK의 포스트시즌 진출 전망도 조금은 불투명해지고 말았지요.

김광현의 부상은 참으로 아쉬운 일입니다. 굳이 김광현이 아니더라도 올 시즌은 유독 선수들의 부상이 많은 편이죠. 스프링캠프 때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하고 WBC라는 쉽지 않은 일정을 소화하고, 곧바로 시즌을 맞이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죠. 피로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부상을 당한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겁니다. 또한 그러한 부상들이 단지 ‘운이 없었기 때문’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당하는 부상의 50%이상은 그들의 실력향상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니까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실력’입니다. 그냥 반사신경이나 노력, 훈련 등이 아닌 ‘실력’ 말입니다. 쉽게 말해서, 김광현이 좀 더 뛰어난 선수였다면 그러한 부상을 입지 않았을 거라는 뜻입니다.

메이저리그에는 10년 이상 부상과는 인연이 없는 선수들이 꽤나 여럿 존재하죠. 그들이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새로이 써나가고 있으며, 전설적인 선수가 되어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고 오래도록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단지 ‘운이 좋아서’였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로 아니죠. 그들은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부상을 당하지 않았던 겁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투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로 나뉠 겁니다. 전문가들에게만 물어봐도 적어도 10명 이상의 선수가 거론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만큼 그곳에는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뚜렷한 족적을 남긴 선수가 꽤 있으니까요.

하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상 ‘제5의 내야수’로서 가장 뛰어난 수비를 보여준 투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합니다. 바로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그렉 매덕스죠. 20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통산 355승을 거둔 거인이자, 역대 최다인 18번의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수비의 귀재. 역대 투수들 가운데 그 어떤 이도 그렉 매덕스와 수비력을 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그의 현역시절에 이번에 김현수가 날린 것 같은 강한 타구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통산 740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며, 5000이닝 이상을 소화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때려낸 강한 타구가 그의 얼굴이나 팔꿈치, 어깨 등을 향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죠. 수십, 수백 번은 될 겁니다.

하지만 그는 23년의 선수 생활 동안 큰 부상 한 번 없이 선수생활을 지속했습니다. 보름 이상의 치료 기간이 걸리는 큰 부상은 당한 적이 없지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왜 유독 매덕스만이 그러한 부상을 당하지 않았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유연하고 매끄러운 투구폼을 지니고 있었던 매덕스는 투구 직후 곧바로 몸의 밸런스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강한 타구들을 모조리 잡아내거나 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점은 마찬가지로 뛰어난 수비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레전드’ 송진우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딱 봐도 알 수 있듯이 김광현은 투구폼이 매우 큰 편이죠. 투구 직후의 그는 무방비상태나 다름없습니다. 수비 능력도 상-중-하로 따지만 ‘하’에 가까운 편입니다. 구위를 위해 수비력을 포기한 투수라는 뜻입니다. 이번 그의 부상은 그러한 점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매덕스였다면, 절대 그런 타구에 맞아서 부상을 당하거나 하지 않았을 겁니다. 즉 실력으로 부상을 커버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펜스 수비수’로 인정받는 선수는 LA 에인절스의 토리 헌터입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무려 7개의 홈런 타구를 걷어냈죠. 빠른 판단력과 과감한 대시로 펜스를 넘어가는 타구를 잡아챘다는 뜻입니다. 정말 대단한 수비수입니다.

그 정도의 수비력을 지닌 헌터라면 펜스에 부딪히며 수비해야 하는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었을까요? 반대로 앞으로 달려서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하는 경우는? 그러다가 바로 다른 수비수와 동선이 겹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습니다. 하지만 그 헌터가 펜스 플레이로 인해 2~4달가량을 쉬어야 할 만큼 큰 부상을 당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일류 외야 수비수들은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몇 걸음을 뛰어가면 펜스에 도달하는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다더군요. 어느 위치에서 바로 옆의 외야수나 2루수 혹은 유격수 등과 동선이 겹치게 되는지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원정경기에서라면 모를까, 그런 수비의 귀재들이 홈구장에서 부상을 당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올해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는 외야 수비 도중 큰 부상을 당한 외야수들이 몇 있었죠. 안타까운 사고이긴 하지만, 그 역시도 그들이 좀 더 ‘실력’이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들이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콜 플레이와 더불어 자기 자신의 수비 범위와 현재 위치, 펜스 위치,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더라면 그토록 큰 부상을 당하는 일은 없었겠지요.

뭐, 그 부상의 원인을 굳이 우리 선수들의 ‘실력부족’으로 돌리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구요. 그냥 아쉬운 마음에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모든 선수들이 조금 더 조심하고 실력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와 같은 글을 남깁니다.

모든 스포츠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역할을 십분 발휘할 때 배가 되는 법이지요. 그런 점에서 올 시즌 프로야구는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더 이상의 사고는 없었으면 합니다... 제발...



[사진제공=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