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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조인성에 대한 LG 투수들의 불신, 드디어 폭발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8. 7.

결국 문제가 터지고 말았네요. 6일 경기에서 심수창과 조인성이 마운드 위에서 말다툼을 하는 좋지 못한 모습이 TV를 통해 생중계 되고 말았습니다. 현재 LG의 분위기를 잘 말해주는 단면이 아닐까 싶네요.

5월 20일 당시 LG는 20승 19패 1무로 4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두 달 보름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LG는 21승 36패 2무를 기록하며 7위로 내려앉았죠.

저 5월 20일은 올 시즌 LG에 있어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바로 팀의 주전 포수나 다름없었던 ‘수비형 포수’ 김정민이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은 날이거든요. 그 이후 LG의 포수 마스크는 대부분 조인성이 쓰기 시작했고, 공교롭게도 그 때부터 LG는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포수의 투수리드’라는 것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며,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실제로 포수들 역시 그렇게 이야기하는 편이죠. 투수리드는 각 타자들의 데이터에 따라 어떤 공식대로 풀어나가듯이 실행하는 것일 뿐, 특별히 포수가 투수의 투구패턴을 결정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투수리드’라는 것 자체에 관심도 두지 않는 편이죠죠.

하지만 ‘포수 수비’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투수리드가 뛰어나다’라고 알려진 포수들은 대부분 수비력이 좋은 포수들이죠. 투수가 그 포수의 캐칭과 블로킹에 믿음을 가지게 되면, 자연스레 서로간의 호흡이 좋아지고, 그러다보면 신뢰가 생겨나게 됩니다. ‘투수리드가 좋다’라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 개념이 아닐까 싶네요.

어쨌든 그런 면에서 포수로서 현재 조인성의 수비능력은 절망적인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된 심수창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LG 투수들이 조인성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해보게 됩니다. 선배이기 때문에 함부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도 그럴 것이 김정민이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와 조인성이 마스크를 썼을 때와 투수들의성적이 너무나도 달라지거든요. 봉중근 같은 경우는 아예 작년부터 김정민을 전담 포수로 하여 호흡을 맞춰오기도 했었죠.

조금 일찍 시즌 아웃되는 바람에 표본이 적긴 하지만 김정민(153이닝)과 호흡을 맞추었을 때 LG 투수들의 평균 방어율은 4.12였습니다. 김태군(47이닝)이 안방마님일 때도 4.02로 매우 좋죠. 하지만 조인성(676.1이닝)이 포수일 때는 그 방어율이 5.80으로 엄청나게 치솟아 버립니다.

이것저것 감안하면 이에 대한 반박을 할 수 있는 데이터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저 정도의 방어율 차이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수준이죠.

이 문제에 대해 길게 왈가왈부하긴 좀 뭣한 입장이긴 하지만, 실제로 김정민이 부상을 당한 직후 몇몇 기자분들과 올 시즌 LG의 4강 탈락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현재의 LG에서 김정민이라는 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고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지요.

사실 그 정도는 굳이 기자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LG라는 팀에 정통한 야구 매니아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야구 관련 커뮤니티나 블로그에서 수차례 언급되기도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문제가 불거지고 보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네요. 개인적으로 LG의 가장 큰 문제는 투-타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박명환(5억원)과 조인성(4억원)의 부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연봉을 받는 고참급 선수라면 리더십을 발휘해 선수단을 이끌어 가야 하는데, 현재의 LG는 그렇지 못하지요. 리더십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실력’이 뒷받침 될 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지금의 LG에서는 누가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LG 팬분들의 실망과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분들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한국에도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포수들이 좀 더 많이 탄생하길 기대해 봅니다. 주전 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올 시즌같이 포수의 부상으로 고생하는 팀들은 늘어날 테니까요.

[사진제공=LG 트윈스]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