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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야구(野球)’와 ‘Baseball’의 차이는?

by 카이져 김홍석 2009. 8. 11.


일본은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서 Baseball을 배우고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형태는 같았을지 몰라도 그 방식과 정신까지도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었죠. 그들은 그들만의 베이스볼을 ‘야큐(=べ―スボ―ル)’라고 명명하고 자기들만의 색깔이 담긴 베이스볼을 발전시켜갔습니다.

한국 역시도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Baseball이 전파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야구가 한국에 정착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일본의 영향이 컸죠. 사실상 한국의 ‘야구’는 일본의 ‘야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화 단계에서 일본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대거 합류하게 되면서 그 영향력은 더욱 커졌습니다.

하지만 ‘야구’ 역시도 ‘야큐’와는 조금 다른 색깔을 가지고 발전해왔습니다. 두 단계를 거쳐서인지 미국의 ‘Baseball’과도 조금은 그 색깔이 다르죠. 그래도 같은 동양야구라는 점에서 야구는 야큐와 좀 더 닮아 있습니다. 같은 동양권이라는 문화적인 요소도 영향을 미쳤지요.

지금부터 간략하게 그 동안 생각해왔던 야구(혹은 야큐)와 베이스볼의 차이를 쭉 나열해볼까 합니다. 재미로 한 번 보시고, 독자분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댓글로 달아주시면 좋겠네요.

구단의 존재 이유가 모 그룹의 홍보를 위해서라면 그것은 야구, 구단 자체가 수익을 내기 위한 하나의 사업이라면 그건 베이스볼. 같은 맥락에서 애당초 적자를 각오하고 운영을 한다면 그것은 야구, 흑자가 안 나면 언제든지 구단을 팔아치울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건 베이스볼.

트레이드의 논의와 결정을 감독이 하면 야구, 단장이 하면 베이스볼. 마찬가지로 팀의 주전 멤버를 감독이 결정하는 것은 야구, 주전 멤버 구성의 기본적인 권한이 단장에게 있다면 그건 베이스볼.

▶ 팀 내 스타플레이어가 감독과의 마찰을 빚었을 때, 어른이자 사령탑인 감독에게 대든다는 이유로 선수가 트레이드 된다면 그것은 야구, 팀을 단합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봉을 적게 받는 감독이 해고되면 그건 베이스볼.

▶ 팀으로서도 꽤나 중요한 경기인데 선발투수가 노히트노런이나 완봉승을 목전에 두고 있는 1-0의 아슬아슬한 리드 상황, 팀의 승리가 중요하다며 마무리 투수로 교체하면 그것은 야구, 팀의 승리가 날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투수의 기록을 세우도록 도와준다면 그건 베이스볼.

▶ 4회까지 10-0으로 이기고 있는 와중에 선발 투수가 5회 들어 갑자기 난타당하며 5실점 한다면, 승리를 위해 선발투수를 교체하면 그것은 야구, 동점이 되기 전까지는 승리투수 요건을 유지하고 있는 선발투수를 계속 던지게 한다면 그건 베이스볼.

▶ 작년까지 팀의 4번을 치던 특급 타자가 시즌 초 2할대 초반의 빈타에 허덕일 때, 정신 차리라고 2군으로 내려 보내면 그것은 야구, 죽이 되건 밥이 되건 그 타자를 무조건 클린업 트리오에 포함시켜 놓는다면 그건 베이스볼.

아무리 자신이 선발 투수를 하고 싶어도 감독이 하란대로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그것은 야구, 박찬호나 김병현처럼 끊임없이 선수들이 스스로의 의견을 피력하고 실력이 뒤따라 줄 때는 그것을 관철시킬 수 있으면 그건 베이스볼.

▶ 무사 1,2루의 찬스 상황에서 2번 타자의 타석이 되었을 때, 희생번트가 최우선적인 작전이라면 그것은 야구, 강공으로 밀어붙인다면 그건 베이스볼. 만약 강공을 선택했다가 실패했을 때, 감독이 욕먹는 문화라면 그것은 야구, 감독에 대한 질책이 없다면 그건 베이스볼.

▶ 단타만 4개를 쳐서 4타수 4안타를 기록한 선수 A와 4타수 1안타를 기록했지만 그 1안타가 솔로 홈런인 선수 B가 있을 때, A의 공격 기여도가 높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야구, B라고 생각하면 베이스볼.(실제로 연속되지 않은 안타 4개로 얻을 수 있는 득점은 솔로 홈런의 3분의 1 수준인 0.3점 정도에 불과하다)

▶ 홈팀 4번 타자의 번트 작전이 성공했을 때,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이 작전 성공에 기뻐하고 박수를 쳐주면 그것은 야구, 결과에 관계없이 4번 타자의 번트 시도 자체가 팬들을 모독한 행위라 생각하여 홈 팬들의 야유가 경기장을 뒤엎는다면 그건 베이스볼.

팀 성적에 목을 매달고 어떻게든 순위를 끌어 올리려고 노력한다면 그것은 야구, 흑자를 내기 위해서 모든 고액 연봉자를 정리하고 팀 순위를 과감하게 포기하기도 한다면 그건 베이스볼.

▶ 시즌 MVP를 선정할 때,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이 반영된다면 그것은 야구,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정규시즌 성적만으로 이미 수상자가 결정되어 있다면 그건 베이스볼.

좌석별로 가격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야구장에서는 빈부의 격차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은 야구, 좌석의 위치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관객의 경제 수준을 그대로 나타낸다면 그건 베이스볼.

선수단 전원이 한 마음이 되어 펼치는 팀플레이가 최고의 미덕이라고 여기면 그것은 야구, 선수 개개인의 최선을 다한 플레이가 결국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믿으면 그건 베이스볼.

// 카이져 김홍석

PS. 이 외에 또 어떤게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