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쯤이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하지만 올해야말로 정말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순위경쟁이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난 2년간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SK가 3위로 내려앉은 것만 봐도 그렇다. 도저히 내려오지 않을것만 같았던 SK의 위치도 이제는 리그 세번째 순위다. 식상한 표현인 것이 사실이지만 올해만큼은 정말 그 어느때보다도 치열한 순위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감히 말하겠다.
일반적으로 페넌트레이스는 타자,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크다. 아무래도 5일에 한번 나오는 선발투수보다는 매일 출전할 수 있는 타자쪽이 100경기 이상 치루는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역시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투수의 비중이 막대하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다.
올 시즌 몇몇 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팀들이 선발투수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그리고 선발투수가 체워주지 못한 이닝수는 자연스레 불펜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로인해 각팀들의 불펜진은 벌써부터 과부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펜진이 체력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불펜에게만 모든 짐을 떠안길 수는 없는 상황에 이른것이다. 결국엔 선발이 책임져 줘야 할 때다.
에이스 잃은, 에이스조차 없는
잘아시다피시 SK는 지난 주 두산과의 주말 잠실 3연전에서 에이스 김광현을 잃었다. 물론 그를 대체해 불펜자원 중 한명이 선발로 전환하겠지만 가뜩이나 허약한 불펜진을 고려한다면 이마저도 쉽게 볼 수없는 문제다. 그저 윗돌을 빼 아랫돌을 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또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이전 벌때 마운드의 핵심요원들 이었던 윤길현,정우람의 부활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SK가 에이스를 잃었다면 두산은 애초부터 에이스가 없었던 팀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미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랜들을 부상으로 돌려보냈고,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었던 김선우는 에이스라 하기엔 민망한 성적표를 보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입단 2년차의 '신인' 홍상삼이 제몫을 해주고 있을 뿐이다. 올시즌 두산의 다승 1위가 불펜요원인 임태훈이라는 것만봐도 현재 두산의 상황이 짐작 가능할 것이다.
결국 이런 허약한 선발진 덕분에 불펜진은 초반부터 쉴세없이 불펜과 마운드를 오갔고 이것은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초반 막강한 구위를 앞세워 타자를 압도하던 임태훈은 확실히 이전보다 구위가 떨어진 모습이고 팀 사정상 선발과 불펜을 넘나들며 활약했던 이재우 역시 방어율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상에서 복귀한 정재훈, 김선우 등의 활약에 따라 올시즌 두산의 성패가 판가름 날 것이다.
강력한 선발진, 뒷심으로 작용
시즌 초반, 롯데의 부진이 지속될 때에도 로이스터 감독은 결코 불펜진에게 무리한 이닝수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 결과 불펜의 과부하는 없었고 롯데는 비축해둔 힘으로 서서히 상위권으로 치고올라왔다.
송승준,조정훈,장원준(현재 부상중),손민한까지 안정적인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다. 거기다 불펜을 무리시키지 않은 덕에 불펜자원들의 체력적인 문제는 걱절할 필요가 없다. 당장 그들의 순위는 4위지만 언제든 최상위권으로 진입이 가능한 저력이 지니고 있는 셈이다.
롯데가 안정적인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다면 기아는 강력한 선발진을 보유한 팀일 것이다. 구톰슨,로페즈로 이어지는 막강한 원투펀치에 이어 양현종까지 초반 보여줬던 모습을 되찾고 있기에 선발진 만큼은 그 어느팀보다도 강력하다. 거기다 올시즌 보여지는 성적은 미미하지만 실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윤석민 까지 로테이션에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강력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기아는 순위를 1위까지 끌어올렸다. 만약 기아가 에이스 한명에게 의존하는 팀이었다면 이정도까지 올라올 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아는 뛰어난 세명의 선발투수를 보유하고 있고, 이것은 시즌 막판 KS 직행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될 기아에겐 크나큰 자산이다.
여기에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한 곽정철과 '난공불락' 유동훈이 버티고 있는 불펜진 역시 흠잡을 곳이 없다. 마운드 만큼은 올시즌 가장 막강한 팀이 바로 기아라 보여진다.
어느팀이 KS 직행 티켓을 따낼지는 아직 뚜렷하게 윤곽이 드러나진 않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분명 '선발이 강한 팀'이 마지막에 웃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저 가능성에 불과하다. 아주 높은.
[사진제공=SK와이번스,롯데자이언츠,기아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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