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에이스 봉중근은 ‘휴식‘보단 ’팀‘을 택했다. 아직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상 누가 봐도 올 시즌 LG의 4강행은 이미 멀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봉중근은 팀을 위해 좋지 않은 몸을 이끌고 마운드에 오르는 길을 택했다.
부상정도도 우려했던 것 보단 경미한 수준이고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감히 뭐라고 말할 상황은 못 되겠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미 안쓰러움을 넘어선지 오래다.
정상급의 실력, 하지만 성적은?
지난 시즌, 그리고 WBC에서 그의 투구를 지켜본 바 있는 팬이라면 그의 실력에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 그의 성적은 명성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12일 현재, 3점 중반의 평균자책점에 패는 벌써 10패나 기록 중에 있다. 비단 올 시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진=LG트윈스]
08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186⅓)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에서 리그 3위를 기록했지만 승수는 고작 11승에 불과했다.(리그 9위에 해당) 최하위권 에서 허덕이던 팀 덕분에 그가 얻은 것이라고는 리그 최다이닝을 소화했다는 것 하나 뿐이었다. 그 어떤 타이틀도 가을야구도 없었다. 그리고 올해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를 바 없다.
그가 꼭 던져야 할 이유가 있을까?
현재 리그 7위를 기록 중인 LG와 4위 삼성과의 승차는 무려 9게임 반 차다. 사실상 시즌을 접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만한 한 상황이다. 물론 조금의 가능성도 남아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98년 OB가 최하위에서 마지막 한달 동안 무섭게 치고 올라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사례나 07시즌 당시 콜로라도가 마지막 14경기에서 13승 1패를 기록하며 기적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사례등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말그대로 기적일 뿐이다. 사전적으로 ‘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이란 뜻인데, 일반적으로 쉬이 볼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하지만 그는 팀을 위해 던지겠단다. 이게 과연 팀을 위한 것일까? 팀 입장에서는 그가 다음시즌을 위해서라도 올 시즌 남은기간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다음시즌 팀의 순위경쟁에 힘을 보태는 것이 더 이득일 것이다. 굳이 가능성 없는 게임에 스스로를 희생해야 할 이유는 없다.
개인적으로 봐도 딱히 그가 던져야 할 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그는 최다이닝을 목표로 던진다는 말을 줄곧 해왔었다. 물론 그가 로테이션을 걸렀음에도 아직까지 최다이닝 공동 1위에 랭크되어 있긴 하지만 당장 몸상태가 좋지 않은 그가 이전과 같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이다. 결국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굳이 의의를 두자면 마지막 남은 에이스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10승’을 달성하는 것 정도 일텐데, 앞으로 몇 번이고 10승을 기록할 수 있을만한 기량을 갖춘 그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바라보는 팬들은 괴롭다
WBC 당시 일찌감치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바람에 현재 봉중근은 휴식이 필요한 상태라 한다. 일반적인 상황으로 봤을 때 봉중근은 이제 시즌을 끝마쳐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깨가 빠지는 한이 있어도 마운드에 서겠다.’는 그의 말에 팬들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냈다. 더 이상의 의미 없는 순위 싸움에 그가 희생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가 공을 던져야 할 날은 많이 남아있다. 마찬가지로 그의 팀에게 역시 플레이오프에 도전할 날은 분명 올 것이다. 그리고 그 날을 위해 ‘에이스‘의 팔에 휴식을 주는 것 또한 팀을 위하는 길이다.
// 버닝곰(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