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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1승보다 값진 임태훈의 호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9. 5.

3위 두산이 ·1위 기아를 5대 3으로 제압하며 이날 경기가 없었던 2위 SK와의 승차를 한경기 좁혀 놨다. 1위 기아를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상황이지만 두산에게는 그보다 더욱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경기였다.

‘불펜에이스’였던 사나이

이(선발)가 없던 두산은 잇몸(불펜)으로 전반기를 버텨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던 선수가 바로 임태훈이었다.


전반기 임태훈은 불펜투수로써 전반기에 이미 10승을 기록하며 위력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평균자책점 역시 2.37로 수준급이었다. 선발진이 탄탄하지 못한 두산이 전반기 2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임태훈을 비롯한 불펜진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전반기에 너무나 많은 이닝을 소화한 나머지(43경기 68.1이닝) 후반기에는 전반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4일 경기 이전까지 임태훈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5.87로 전반기에 보여줬던 위력적인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의 강력한 패스트볼 앞에 연신 헛방망이질을 해대던 타자들이 후반기에는 오히려 그에게 역습을 해오기 시작했다.

되살아난 구위

전반기 몇몇 심판들이 그의 패스트볼을 올 시즌 최고의 구위라 칭찬했던 바 있다. 실제로 그의 구위는 타자를 압도할 만한 수준이었다. 150대를 넘나드는 빠른 공 앞에서 타자들은 직구임을 알고도 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그의 구위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빠른 공의 구속은 145를 체 넘지 못하였고 이전과 같이 빠른 공을 뿌릴 수 없게 되자 타자들은 서서히 임태훈의 빠른 공을 갖다 맞추기 시작했다. 빠른 공이 맞아나가기 시작하자 임태훈은 변화구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었고, 컨트롤이 좋거나 변화구의 각이 아주 뛰어난 투수가 아니었던 임태훈은 전반기의 ‘불펜에이스‘에서 후반기 평균이하의 불펜자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4일 경기에 등판한 임태훈은 조금은 예전의 구위를 찾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중의 압권은 단연 김상현과의 맞대결 장면이었다.

8회말 2사 1,2루 위기 상황에 올라온 임태훈은 최희섭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만루상황에서 김상현과 맞딱드리게 되었다. 4일 경기 전까지 김상현은 만루상황에서 .474의 타율에 4홈런 27타점을 기록 중에 있었다. 하지만 가운데로 몰린 임태훈의 빠른 공을 받아친 김상현의 타구는 2루수 플라이에 그쳤고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 되었다. 임태훈이 김상현을 상대로 던진 공의 구속은 146으로 올 시즌 한창 좋지 못할 때 보다 상당히 나아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공들이 140 후반대를 형성하였다.

실제로 이 날 경기 뒤 인터뷰에서 김상현은 임태훈의 빠른 공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타구는 임태훈의 구위에 눌려 내야를 벗어나는데에 만족해야만 했다. 알고도 치지 못하는 임태훈의 구위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선발 김선우의 호투와 ‘불펜에이스’ 임태훈의 부활, 이것만으로도 1승 이상의 의미를 갖게 한 4일 경기였다.

[사진=두산베어스]

// 버닝곰(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