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의 적지 않은 나이에 미국행을 택한 최향남의 선택은 분명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는 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꿈’때문이 아닐까.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그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의 무모함에 고개를 가로 젔는다. 물론 그는 아직까지 메이저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의 도전은 유효하다. 그리고 이 선수를 생각해 본다면 그 역시 충분히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
커리어를 접어야 할 나이에 그의 커리어는 시작되었다
2006년, 30대 중반의 일본인 투수 사이토 다카시는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다. 당시 일본의 현지 반응을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지금 우리가 최향남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시선이 아니었을까. ‘그의 도전정신은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역시 무리일 것이다.’ 부상 이후 기량저하를 보이고 있는 30대 중반을 넘어선 투수가 들어서기에 빅리그의 문턱은 너무나 높아 보였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마침 팔꿈치 신경 제거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한 다저스의 마무리 가니에의 부상과 맞물려 빅리그로 승격된 사이토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해 성적 2.07의 평균자책점에 24세이브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적으로 데뷔시즌을 마쳤다. 36세 루키의 커리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불꽃과도 같았던 3년
부상 후유증으로 그의 구속은 90마일에 머물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전광판에 찍힌 그의 구속은 90마일 중반을 상회했다. 그리고 다저스와 함께한 3년 동안 189⅔이닝 81세이브1.95의 평균자책점으로 짧은 기간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부담스러워만 지는 그의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의 공백기 동안 마무리 자리를 책임졌던 100마일의 사나이 브록스턴이란 대안마저 나타나며 그의 재계약은 불투명해져 갔다. 결국 서비스 타임을 체워 연봉조정대상자가 되는 그에게 다저스는 실망스런 계약서를 내밀었고 사이토는 이를 수용하지 않은 체 FA로 보스턴으로 향하게 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번에야 말로 정말 끝나는 줄로만 알았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다, 지난 시즌 팔꿈치 인대부상으로 적잖게 고생했던 바 있는 그였기에. 하지만 그는 보스턴의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평균자책점 역시 꾸준히 무 자책 행진을 이어오더니 어느새 2점대 중반(2.59)을 기록 중에 있다. 다저스에서의 성공적인 데뷔시즌 이후, 다저스와의 재계약 불발. 그리고 그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제는 정말 끝이겠지?’ 하지만 그의 커리어는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은 채 진행 중이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렇다. 그의 커리어는 아직 끝날 때가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진행 중에 있다. 이제 자신의 야구 인생의 9회 말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가 멋지게 세이브를 기록한 뒤 박수갈채를 받으며 물러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사진=보스턴 레드삭스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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