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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롯데의 연승은 강민호가 빠졌기 때문?

by 카이져 김홍석 2009. 9. 14.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 즉 데이터라는 것은 매우 냉정합니다. 사실적인 것만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때로는 팬들의 원하지 않는 것까지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롯데가 주말 2연전에서 삼성을 연거푸 제압하고 4위 자리를 재탈환 했습니다. 승차 없이 승률에서 간신히 앞선 상태입니다. 롯데가 6경기, 삼성은 8경기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딱히 롯데가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 시점에서는 롯데가 앞서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올 시즌은 ‘무승부=패’로 계산되기 때문에, 무승부가 승률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없습니다. 즉, 시즌 종료시에 승차가 없다는 말은 두 팀의 승률까지도 같아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양 팀이 모두 남은 경기를 반타작 하게 되면, 두 팀은 똑같은 승률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상대전적에서 11승 8패로 앞서 있는 롯데가 4위로 확정되게 됩니다. 즉, 현재 상황은 롯데가 1.0경기 차로 앞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러한 롯데의 승리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더군요. 그리고 그 중에 가장 가슴 아픈 내용이 바로 강민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거 봐라! 강민호가 빠지니까 이기잖아!”라는 말을 무시할 수 없게 되어버린 탓이겠지요.

2006년부터 2008년까지의 3년 동안 강민호는 거의 홀로 롯데의 안방을 책임졌습니다. 그만큼 공헌도가 높았다는 뜻이고, 많은 고생을 했다는 뜻이지만, 한편으로는 그와 비교될 수 있는 라이벌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도 됩니다. 강민호의 수비에 대한 약점이 수도 없이 지적되어 왔지만, 실질적인 비교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강민호의 부진과 부상으로 인해 최기문의 기용이 잦아졌고, 후반기로 들어오면서는 신인 장성우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포수마스크를 썼을 때의 차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죠.

현재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진 전체 방어율은 4.86으로 SK(3.76)-KIA(4.00)-두산(4.56)에 이은 4위입니다. 문제는 강민호가 포수 마스크를 쓸 때는 그것이 5.40으로 치솟는다는 점이지요. 최기문(4.68)과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떠오르는 태양’이랄 수 있는 장성우가 안방을 지켰을 때의 수치인 3.51과는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올 시즌 롯데의 선발 투수들은 6번의 완봉승을 기록했습니다. 그 중 장원준의 완봉은 강민호와 호흡을 맞춘 결과였죠. 하지만 송승준의 3연속 완봉은 최기문과의 합작품이었고, 조정훈의 완봉승 2번은 ‘신인’ 장성우의 작품이었습니다.

롯데는 장성우가 주전으로 출장한 20경기에서 13승 7패, 최기문이 주전이었던 32경기에서는 19승 13패를 기록했습니다. 합쳐서 32승 20패로 무려 6할이 넘는 고승률(.615)입니다. 하지만 강민호가 주전으로 출장한 75경기에서는 30승 45패(.400)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롯데가 작년만 못한 것은 강민호의 투수 리드(혹은 수비)가 나빠서이다”라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는 이유죠. 그의 방망이가 마이크 피아자 급이 아닌 이상, 저 정도의 방어율 차이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가 그대로 승률 차이로 드러난 것이구요.

개인적으로는 강민호의 투수리드가 나쁘지 않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의 공격적인 리드는 나름대로 커다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거든요. 블로킹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랜 노력을 통해 수준급 도루저지 능력을 갖춘 강민호는 분명 평균 이상의 포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막상 이런 식으로 데이터가 나와 버리면 뭐라 할 말이 없어지는 것도 사실이죠. 야구는 승-패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스포츠이고, 그렇게 나온 결과가 현재와 같다면 강민호를 위해 그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가 의문이네요.

아마 강민호 개인으로서도 매우 힘든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그도 이러한 데이터들을 들어서 알고 있을 테고, 그로 인한 맘고생은 타격부진에서 느끼는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테니까요. 그가 자신의 포지션으로 출장한다는 것이 팀의 패배를 의미한다는 댓글을 보는 그의 심정이 어떠할까요.

물론 프로는 모든 것을 실력과 결과로 말해야 합니다. 당장은 그 어떤 변명도 할 수 없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결과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강민호는 포수라는 포지션 자체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느껴야 할런지도 모릅니다. 2년 전 홍성흔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팀의 4강 진출을 놓고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수술과 재활을 앞두고 있는 강민호에게는 내년 시즌에 대한 생각도 중요할 겁니다. 과연 내년의 강민호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대호와 더불어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지만, 그 이면에 잠재되어 있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강민호는 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바로 가슴이 시릴 정도로 냉정하고 냉혹한 ‘프로’의 세계라는 것이겠지요...

[사진=롯데 자이언츠]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