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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나지완과 로페즈, 진정한 한국시리즈 MVP는 누구?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0. 25.

우선 KIA 타이거즈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정말로 멋지고 수준 높은 명승부였습니다. 1-5로 뒤지던 상황을 후반부에 뒤집는 저력은 2009년 한 해의 챔피언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최고의 명승부를 바랐던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경기였습니다. 특히 이종범의 눈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찜찜한 일이 하나 있어서 말이지요. 아무래도 이것 하나만큼은 집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잔치집에 초를 치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니 괜한 오해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최고의 영광인 한국시리즈 MVP는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날린 나지완이 수상했습니다. 사실 7차전에서 보여준 나지완의 활약은 정말로 대단했지요. 1-5로 지고 있던 6회말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투런 홈런을 비롯해 홈런 2방으로 3타점을 기록했습니다. 나지완이 ‘7차전의 MVP’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지완이 한국시리즈 전체의 MVP를 수상할 만큼 활약상이 뛰어났던가요? 나지완은 시리즈 내내 20타수 5안타(.250) 2홈런 4타점 2득점을 기록했습니다. 그 중 2홈런 3타점 2득점이 모두 7차전에서의 기록이지요. 즉, 6차전까지 나지완의 활약은 16타수 3안타(.188) 1타점으로 별 볼일 없었습니다. KIA가 시리즈를 힘들게 치러야 했던 것도 나지완과 장성호의 타순에서 번번이 맥이 끊겼기 때문이지요.

이번 시리즈에서는 각 경기마다 ‘Man of the Match’를 선정해 시상을 하고 있으며, 그 상금도 300만원이나 됩니다. 1차전부터 이종범, 윤석민, 박정권, 박재홍, 로페즈, 송은범이 그 주인공이 되어 300만원씩의 상금을 수상했습니다. 나지완은 그 300만원의 상금과 더불어 시리즈 MVP에게 주어지는 부상인 KIA 자동차 ‘소울’을 받았습니다. 과연 ‘소울’ 자동차까지 나지완의 몫이어야 했을까요? 7차전의 ‘Man of the Match’로 충분했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반면, 이번 시리즈에서 보여준 로페즈의 활약을 한 번 살펴볼까요? 1차전에서는 8이닝을 6피안타 2볼넷 7탈삼진 3실점으로 막는 빼어난 투구를 선보이며 승리투수가 됐었죠. 로페즈의 빼어난 투구 덕분에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기분 좋게 시리즈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5차전에서는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의 환상적인 완봉쇼를 펼쳤습니다. 마지막 7차전에서도 8회말 1사 2루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2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불씨를 껐습니다.

로페즈는 이번 한국시리즈에 총 3번 등판해 17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과 평균자책 1.53을 기록했습니다. 1차전은 이종범과 더불어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5차전은 거의 홀로 1승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완봉승 후 이틀 만에 등판한 7차전에서도 제 몫을 충분히 해줬습니다. 대체 로페즈가 나지완에 비해 뭐가 부족했기에 시리즈 MVP가 되지 못한 걸까요?

61명의 기자단은 나지완에게 41표, 로페즈에게 18표를 던졌습니다. 단 한 경기를 잘한 나지완이 2승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로페즈를 누르고 7차전의 MVP가 아닌 ‘한국 시리즈 전체의 MVP’를 수상한 것이죠. 오죽하면 나지완 스스로가 수상 인터뷰를 하면서 “로페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겠습니까?

로페즈가 외국인 선수가 아니었더라도 과연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까요? 로페즈가 아니라 윤석민이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 결과는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그만큼 나지완의 홈런이 극적이었다는 뜻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로페즈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도무지 투표를 한 기자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5차전 후에도 완봉승을 거둔 로페즈 대신 이용규를 먼저 인터뷰해서 섭섭하게 만들더니, 기어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군요. 끝내 인터뷰를 거부하고 돌아갔던 로페즈가 내심 괘씸했던 걸까요?

이 글을 보시는 야구팬 여러분들의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로페즈의 2승과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 이 중 어디에 한 표를 던지고 싶으신가요? 되도록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싶으니, 그냥 가지 마시고 꼭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저는 로페즈에게 한 표 던지겠습니다.

[사진=KIA 타이거즈]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