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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었던 저력의 SK야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0. 26.

2009 마구마구 프로야구의 최종 승자는 KIA 타이거즈였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KIA가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투타 모두 전력누수가 심했음에도 KIA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SK야 말로 이번 시리즈의 진정한 주인공이 아니었을까 싶다.

리그 2연패의 강호, 하지만 암울했던 현실

07,08시즌 연달아 리그 우승을 거머쥔 SK. 그들이 강팀이란 사실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들 앞에 붙은 명함에 비해 내실은 그리 탄탄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과 올해를 거치며 리그 최정상급 좌완으로 거듭난 에이스 김광현, 역시 SK로 옮겨와 기량을 만개한 전병두. 올 시즌 SK의 마운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줬던 선수들이지만 정작 SK가 절실히 그들을 필요로 했을 때 그들은 마운드에 올라서지 못했다.

공백은 마운드뿐만이 아니었다. 08시즌 이호준의 부상으로 공석이 되었던 1루 자리와 본업인 우익수 자리를 번갈아 맡으며 맹활약한 이진영의 자유계약으로의 LG 이적, SK 전력의 반이라던 박경완의 부상 등. 사실상 SK의 전력은 결코 2위를 수성할 수 있을 만한 성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기적과도 같은 19연승의 드라마를 연출해 내더니 한국시리즈에서는 빈틈을 찾기가 힘들다는 KIA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기를 펼치며 그동안 쌓아온 강팀으로써의 면모는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실력으로 보여주었다.


징크스 앞에 무릎꿇은 SK, 그러나 저력을 보여줬다

지난 8월 말, 2000년대 들어 2연패 이상 하는 팀이 없다는 것에 대해 글을 작성한 적이 있다. 그리고 과연 SK가 그 징크스를 깨버릴 수 있을 지, 아님 역사의 흐름에 따르게 될 지 꽤나 흥미롭게 지켜보았던 바 있다. 하지만 SK 역시 시대의 흐름을 역행 할 순 없었던 듯 싶다. 그리고 이제 KIA가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그리고 2연패를 넘어 징크스마저 깨버릴 수 있을지 역시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듯 싶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결과야 어찌되었건 SK의 싸움은 약간의 과장을 더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전력누수가 심했던 SK에 비해 KIA는 페넌트레이스에서의 막강한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한 뒤 한국시리즈에 나섰고, 그런 그들의 전력은 달리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강력했다. 그나마 흠을 잡을 수 있을만한 부분이 불펜의 좌완 정도였지만 그마저도 양현종을 불펜으로 돌리며 상쇄되고 말았다. 약간의 과장을 더한다고 표현했는데, 굳이 과장을 더할 필요도 없이 그들은 골리앗이었고, SK는 다윗에 가까웠다.

하지만 다윗은 우리의 생각보다 강했고, 그런 다윗은 골리앗을 거세게 몰아부쳤다. 물론 최후에 웃은 것은 역시 골리앗 이었지만 자신보다 크고, 자신보다 강력한 무기를 지닌 골리앗을 다윗은 그로기 상태까지 몰고갔다. 이것을 단순히 '잘했다'로 치부할 순 없을 것이다. 이건 지난 2년간 축적되어온, 겉으로 드러난 그들의 전력만으로 평가 할 수 없는 그들만의 '저력'이었다.

[사진=SK 와이번스]

//버닝곰 (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