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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저비용고효율 삼성, "더 이상의 돈성은 없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 15.

올 시즌 연봉 협상을 가장 먼저 끝낸 구단이 바로 LG와 삼성입니다. 그 중 LG의 선수단 페이롤은 지난번 포스팅(LG 트윈스 2010년 선수단 연봉은 100억원!!)을 통해 이미 살펴봤는데요. 그 결과 올 시즌 LG가 선수단 전체에 지급해야 하는 연봉(FA 및 신인 계약금 포함)이 총 1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LG와 재계 라이벌이며 ‘돈성’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부자 구단이자 돈 잘 쓰기로 유명한 삼성의 올 시즌 페이롤은 어느 정도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적어도 올 시즌의 삼성은 ‘돈성’이라 불렸던 예전의 모습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계약 대상인 23명의 투수들 가운데 연봉이 삭감된 선수는 단 3명. 삼성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승환과 장원삼 등 올 시즌 주력 멤버로 기대되는 선수들은 사기진작 차원에서 연봉을 동결시켜주었다는 점을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제몫을 하지 못한 배영수, 안지만, 구자운 등이 다소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다승왕 윤성환을 비롯해 정현욱-권혁-차우찬 등 시즌 내내 고생한 불펜요원들에 대한 대우는 나름 확실하게 해줬습니다. 어쨌든 오승환이 제자리걸음 하면서 ‘연차별 최고 연봉 깨기’의 최종 승자는 앞으로 류현진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졌네요.


FA 계약 당시 3년 계약을 맺었던 진갑용은 지난해를 끝으로 그 계약이 종료되었고, 그 결과 무려 1억5000만원이나 연봉이 삭감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그 동안의 부진 속에서도 계속해서 5억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미 3년 계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를 대신해 올 시즌 고생한 현재윤은 마침내 연봉 1억을 돌파했습니다.

트레이드 이후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상병의 연봉이 동결되고, 지난해 1군에서 고작 2경기만 뛴(그것도 지명타자로만) 심광호는 겨우 500만원만 삭감에 그쳤고, 군에서 제대한 이정식의 연봉을 소폭 올려준 것은 조금 놀라운 부분입니다. ‘삼성답다’라고나 할까요? 이번 삼성의 선수단 연봉계약에서는 초고액을 받는 삭감대상자들의 연봉을 확실하게 깎은 반면, 그 외의 선수들에게는 대체적으로 인정을 베풀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2009시즌을 부상과 삽질로 점철한 박진만은 재작년에 맺은 FA 다년 계약 덕분에 올해도 여전히 6억원의 연봉을 받습니다. 삼성의 1~3루를 지키고 있는 채태인-신명철-박석민은 나란히 올 시즌 억대 연봉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당연한 결과겠죠. 엄청난 생산력을 보여준 내야 3인방의 연봉합계가 4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 삼성 최대의 장점입니다. 기대의 신인 김상수를 비롯해 삼성의 내야진은 단 한 명의 삭감자도 없이 모두 연봉이 상승했습니다.

FA 다년 계약이 진행 중인 박진만과 달리, 작년을 끝으로 다년 계약이 종료된 양준혁은 올 시즌 큰 폭의 삭감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무려 2억5천만원이 깎였는데요. 지난해 그의 활약상을 감안한다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올해를 끝으로 또 한 번의 FA 자격을 얻게 되는 그가 또 한 번의 ‘FA 대박’을 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지요.

강봉규가 10년 만에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했고, 최형우도 공로를 인정받아 비교적 큰 폭으로 연봉이 올랐습니다. FA로 잡은 박한이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하도록 하죠. 외야수들 가운데서도 연봉이 줄어든 선수는 양준혁 한 명 뿐입니다.


삼성은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9명의 신인을 뽑았고, 그들에게 총 7억6000만원의 계약금과 2억16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하게 됩니다. 그리고 두 외국인 선수 브랜든 나이트(계약금 5만$, 연봉 30만$)와 크루세타(계약금 3만$, 연봉 30만$)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총 68만 달러(약 7억6000만원)입니다.

이렇게 모든 선수단(신인, 외국인 선수 포함)에게 올 시즌 지불해야 하는 임금을 계산해 보면 약 68억원 가량이 됩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여기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 두 가지 더 있거든요.

하나는 FA 계약 당시에 맺은 계약금입니다. 박진만과 박한이가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박진만은 2008년 계약 당시 3년 계약을 맺고 6억원의 계약금을 받기로 했습니다. 계약금도 엄연히 ‘임금’에 포함된다고 보면 1년에 연봉보다 2억원씩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셈이죠. 즉, 실질적인 박진만의 연봉은 6억원이 아닌 8억원입니다. 이번에 2년 계약을 맺으면서 3억원의 계약금을 받은 박한이에게도 1억5000만원을 추가로 더해야 할 겁니다. 4억5000만원인 셈이죠.

그리고 또 한 명. 바로 장원삼인데요. 삼성은 장원삼을 데려오기 위해 두 명의 선수와 더불어 20억원의 현금을 넘겨줬습니다. 장원삼이 FA가 되기까지 5년이 남았고, 그 기간 동안 장원삼을 기용할 권리를 얻기 위해 지불한 이적료 또한 구단의 입장에서는 엄연한 ‘비용’이죠. 그렇다면 삼성이 장원삼에게 투자한 금액은 1억7000만원이 아니라 5억7000만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총 7억5000만원(박진만 2억, 박한이 1억5천, 장원삼 4억)의 추가 비용을 선수단 전체 페이롤에 추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올 시즌 삼성이 선수단 전체에게 연봉 및 계약금조로 지불해야하는 ‘투자금액’은 75억5천만원 정도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지요.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바로 앞에서 살펴본 LG가 이택근에게 들어간 비용을 포함해 선수단에게만 100억원의 돈을 투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많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물론 삼성도 코칭스태프에게 투자한 금액까지 모두 합치면 100억원에 육박하겠지만, 그러한 사정은 LG도 마찬가지지요)

또한, 지금까지 살펴본 올 시즌 삼성 선수단의 연봉을 보다보면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신인급 선수들의 연봉이 최저연봉인 2400만원보다 대게 100~200만원 정도, 많게는 300~400만원 정도 더 많다는 점입니다. 돈이 많은 구단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돈이 있다고 해서 모든 구단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참 좋게 느껴지더군요.

야구에 필요한 장비는 대부분이 개인장비이며, 최저수준의 연봉으로는 장비구입비조차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그런 면에서 삼성은 어린 선수들의 그런 고충을 최대한 줄여주고 있는 나름 훌륭한(?) 구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의 ‘돈성’ 이미지는 엄청난 돈을 들여 FA 시장을 싹쓸이했기 때문인데요, 그 이면에는 이런 점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신인을 제외한 51명의 선수단 가운데 연봉이 삭감된 선수가 단 6명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동결도 겨우 8명, 나머지 37명의 선수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연봉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트레이드 되어온 장원삼을 제외한 재계약 대상자만 놓고 봤을 때, 삼성 선수단의 전체 페이롤은 지난해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살신성인(?)을 몸소 실천하신 '양신' 양준혁


양준혁과 진갑용, 배영수 등 고액 연봉자들의 연봉을 삭감한 대신, 그것을 다른 모든 선수들에게 골고루 나눠졌다고 보면 되는데요, 삼성 프런트가 상당히 지혜롭게 처리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액연봉자들에게는 마땅한 책임을 지웠다고 할 수 있겠으며,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젊은 선수들에게는 사기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올 테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삼성의 올 시즌 선수단 연봉 구성이 매우 잘 짜여 졌다고 생각합니다. 박진만을 제외하면 실력에 비해 큰돈을 받는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니까요. 앞서 살펴본 LG편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더욱 명확히 드러납니다.

제가 이 포스팅의 제목에서 삼성을 더 이상 ‘돈성’이라 부르지 말라고 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신구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효과적인 연봉체계, 이것은 올 시즌 삼성의 또 다른 힘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드네요. 조금 이른 시점이지만, 감히 2010년 삼성의 4강 진출을 예상해 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삼성 라이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