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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인심 좋은 ‘의리 구단’ KIA, 2010년 총연봉은 67억!!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 28.

앞서 두 번에 걸쳐 LG와 삼성의 올 시즌 실질적인 선수단 전체 페이롤을 살펴봤습니다. FA 계약금과 이적료 등을 모두 감안하면 LG는 100억원, 삼성은 75억원 정도 되는 막대한 돈을 선수단의 임금으로 지불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렇다면 지난해 우승팀인 KIA 타이거즈의 경우는 어떨까요? LG는 낭비가 매우 심한 ‘고비용저효율’의 대표주자였고, 삼성은 알토란같은 젊은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저비용고효율’의 대표격이었습니다. 지난해 우승 직후 선수들과의 재계약 과정에서 심한 몸살을 앓았던 KIA의 경우는 어느쪽에 해당하는지를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KIA의 특이한 점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선수의 숫자에 있습니다. LG와 삼성의 재계약 대상자가 60명 이하였던 것에 비해 KIA는 무려 거의 80명에 이릅니다. 얼마 전에 KIA가 올 시즌에 3군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겠지요. 어쩌면 취업률 10%미만의 프로야구 세계에서 가장 문턱이 넓은 직장이 KIA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재계약 대상인 26명의 투수들 가운데 올 시즌 연봉이 삭감된 선수는 단 3명. 재작년에 복귀하면서 5억원을 받았던 서재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연봉이 큰 폭으로 깎이는 아픔을 겪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우승 프리미엄이 없었더라면 그 삭감폭은 훨씬 더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상으로 적지 않은 경기에 결장한 윤석민의 연봉이 4000만원이나 인상되고,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했던 한기주와 이대진조차 연봉이 소폭 인상되었습니다. 유동훈과 양현종의 대박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한기주와 이대진은 정말 의외지요. 바로 우승 프리미엄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재활 때문에 올 시즌 내 복귀가 불투명한 한기주의 연봉까지 올려줄 줄은 정말 몰랐네요. 26명의 투수들 전체 연봉은 18억150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1%가량 상승했습니다.


타이거즈 우승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이었던 김상훈은 FA를 통해 계약금 8억, 연봉 2억2500만원에 ‘3+1’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4년간 최소 23억원이 보장된 계약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실제로 김상훈이 받게 되는 ‘실질 연봉’은 거의 6억원에 달한다고 할 수 있는데, 지난해 타율 꼴찌인 김상훈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포수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나마 지난해의 성적(12홈런 65타점 .230)이 김상훈의 프로 인생 가운데 커리어 하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계약은 KIA가 훗날 후회하게 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어쩌면 ‘FA로이드’와 ‘우승 프리미엄’을 동시에 누린 김상훈이야말로 2009년 최고의 행운아인지도 모르겠네요. 포수들의 전체 연봉은 3억7800만원, 하지만 실제로는 7억5000만원에 이른다고 봐야할 겁니다.


구단과 줄다리기를 하던 최희섭은 끝내 여론을 등에 업고 구단과의 승부에서 승리하며 4억원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고, 자신의 입지는 생각지도 않고 ‘무모하게’ FA를 신청했던 장성호는 처절한 패배를 맛보며 지난 FA 당시와는 사뭇 다른 엄청난 연봉 삭감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2009년 최고의 신데렐라였던 김상현도 단 한 시즌의 활약으로 바로 고액연봉자 대열에 합류했지요. 5000만원이상을 받는 선수의 연봉 증가율이 360%가 넘는다는 건 FA 계약을 제외하면 사상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2008년에 부진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연봉이 2000만원 삭감됐던 이현곤은 2009년에는 더 나쁜 성적을 기록하고도 우승했다는 이유로 3000만원 올랐고, 인기스타로 급부상한 안치홍은 ‘아기호랑이’다운 대접을 받았습니다. 내야수들의 연봉 총액은 15억9300만원이며, 이것은 장성호의 트레이드 여부에 따라 크게 줄어들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외야수들의 경우에는 불혹의 나이에 연봉 인상이라는 결과를 얻은 이종범이 단연 눈에 띕니다. 김원섭과 나지완도 억대연봉자로 등극했고, 부상으로 신음했던 이용규도 구단에서 선처해줬음을 알 수 있습니다. KIA는 지난해 이들 4명이 번갈아가며 외야를 지켰고, 그것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각각의 개성과 재능이 넘치는 4명의 외야수를 보유했다는 것은 조범현 감독에겐 더 없는 행운입니다.

지난해 시범경기 때 당한 무릎 부상으로 2009년을 통째로 날린 채종범은 연봉이 소폭 삭감되고 말았네요. 그나저나 고작(?) 3300만원 받던 김경언의 연봉이 300만원 깎인건 조금 가슴이 아프군요. 외야수들의 연봉은 총 8억7900만원이며 전년도에 비해 약 32%가량 상승했습니다.


KIA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선수들 중 8명과 계약을 했습니다. 광주제일고 출신의 투수 신동섭이 1억8000만원의 계약금을 받는 등 8명 전체의 계약금이 6억3000만원, 총 연봉은 1억9200만원입니다.

그 외에 아퀼리노 로페즈와 계약금 7만5000, 연봉 30만 달러에 재계약했고, 구톰슨을 대신해 새로 뽑은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는 계약금 5만, 연봉 20만 달러에 잡았습니다. 두 명의 외국인 선수에게 투자한 금액이 총 62만5000달러(약 7억2000만원)입니다. 또 KIA에는 올 시즌 경찰청에서 제대한 신용운과 최훈락이 팀에 합류합니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관례대로 입대 전 연봉을 그대로 받게 된다면 신용운은 7000만원, 최훈락은 최저연봉인 2400만원을 받게 되겠네요.

이렇게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전체 페이롤(계약금+연봉)을 합산해보면 대략 67억원 정도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금 트레이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비용을 지출하게 되었고, 그것은 우승으로 인한 연봉상승폭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1억원이상의 연봉을 받는 고액 연봉자는 총 16명이며, 겉으로 드러나는 최고 연봉자는 최희섭이지만, 실제로는 김상훈이 KIA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습니다.


이만하면 전체적인 연봉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는 상당히 효율적인 구단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부로부터의 대형 FA 영입이나 현금 트레이드 등이 없음에도 여전히 우승권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지요. 단 하나의 과제인 ‘장성호 트레이드’만 무난하게 이뤄진다면, 조범현 체제를 강화한 올해도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KIA의 선수단 구성에 있어 특이한 점은 신인을 제외한 80여명의 재계약 대상자 가운데 최저연봉 수준인 3000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무려 27명으로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구단에서는 방출 등으로 내칠 수도 있는 선수를 어지간하면 그대로 데리고 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이런 점에서 타이거즈에는 호남 특유의 ‘의리’를 조금은 느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의 KIA를 우승권의 팀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몇몇 불안요소(특히 김상현) 때문인데요. 그렇다하더라도 윤석민과 최희섭이라는 투타의 두 기둥만 건재하다면 4강 정도는 문제없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해 우승을 차지하고도 가장 효율적인 연봉체계를 보여주고 있는 KIA 타이거즈, 그들이 올 시즌에도 모두의 예상을 깨고 ‘미러클 팀’으로 달려갈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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