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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선수 3명 팔아서 60명의 연봉을 주는 ‘흑자구단’ 히어로즈

by 카이져 김홍석 2010. 2. 1.

사실상의 스토브리그가 이제 끝이 났습니다. 이제 8개 구단은 모두가 전지훈련에 돌입했고, 새로운 트레이드나 선수 보강을 시도하기 보단 현재까지 꾸려진 전력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의 구상에 들어가야 하는 시기가 되었죠.

지난겨울이 가장 추웠던 구단은 김태균과 이범호를 떠나보낸 한화 이글스였을 겁니다. 구단과 팬이 모두 시리도록 추운 겨울을 이겨내야만 했죠. 하지만 반대로 팬들의 가슴은 얼어붙게 만들었지만, 구단은 따뜻한 시기를 보낸 구단이 있습니다. 바로 3명의 선수를 막대한 현금을 받고 팔아버린 히어로즈인데요. 세 건의 트레이드는 히어로즈의 자금난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정도로 나름 짭짤했습니다.

이현승=금민철(투수)+현금 10억원
장원삼=박성훈(투수)+김상수(투수)+현금 20억원
이택근=박영복(포수)+강병우(외야수)+현금 25억원


히어로즈는 올스타급 선수 3명을 내보내고 금민철을 비롯한 5명의 선수와 총 55억원의 현금을 받아왔습니다. 팬들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지만, 이장석 사장을 비롯한 구단 프런트의 입장에서는 올 시즌 운영비를 톡톡히 뽑아낸 셈이지요.

LG-삼성-KIA에 이은 2010년 페이롤 시리즈 4탄은 히어로즈입니다. LG가 100억, 삼성이 75억, KIA가 67억원 정도를 올 시즌 선수단 페이(FA 계약금 분할, 신인 계약금 포함, 코칭 스태프 연봉 미포함)로 사용할 전망인데요. 선수를 팔아 연명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구단’ 히어로즈의 실질 페이롤은 얼마나 될까요?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8개 구단 가운데 억대 연봉을 받는 투수가 3명뿐인 구단은 히어로즈가 유일합니다. 최고액 투수 김수경은 지난해의 부진을 책임지며 무려 1억5000만원이 삭감되었고, 마일영, 박준수 등도 비교적 큰 폭의 하락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활약이 대단했던 이보근의 연봉이 5000만원 이하로 책정된 것과 겨우(?) 3300만원에 불과한 이대환의 연봉을 300만원 삭감한데서 히어로즈의 남다른 비장함(??)이 엿보입니다. 전천후로 활약하며 좋은 성적을 보여준 황두성의 인상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역시나 그 폭은 다른 구단에 비하면 실망스런 수준입니다.

자, 그럼 여기서 퀴즈 하나. 작년에 58경기에 등판해 75.2이닝을 소화하며 3승 3패 6홀드 4세이브의 성적을 냈지만, 가장 중요한 평균자책점은 5.23으로 나빴던 송신영의 연봉이 상승한 이유는 뭘까요? 다른 투수들과의 형평성을 놓고 보면 굉장히 불합리 보이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의 이유를 한 번 맞춰보시기 바랍니다. 그 답은 이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김동수가 은퇴한 히어로즈의 빈약한 포수진용은 절로 눈물이 나는군요. 현대 시절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화려한 포수진용을 갖추고 있던 팀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포수들 전체의 연봉이 타 구단의 A급 포수 연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군요.


지난해 히어로즈의 타격을 이끌었던 강정호와 황재균은 나란히 1억원의 벽을 돌파했습니다. 은근히 연봉을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던 두 선수였는데, 강정호에게는 인상액에서, 황재균에게는 인상율에서 각각 최고를 기록하게 하면서 균형을 맞춰주었습니다. 나름 지혜로운 협상이었다고 보이네요.

하지만, 여기서 또 문제 하나. 올해 히어로즈에서 연봉이 3000만원 이상 오른 선수는 내야진의 억대 연봉자 3명이 유일합니다. 강정호와 황재균은 당연한 결과라 치겠지만, 이숭용(4홈런 52타점 .296)까지 연봉이 큰 폭으로 오른 이유가 뭘까요? 마찬가지로 정답은 좀 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준호가 은퇴하고 이택근이 사라진 히어로즈의 외야진은 그야말로 휑~ 하기 그지없습니다. 두 자리는 클락과 송지만이 지킨다 치고, 나머지 한 자리는 설마 정수성? 주축이 될 두 명이 부상이라도 당하는 날엔, ‘2군급 외야진’의 진용을 목동구장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나저나 히어로즈의 계산 착오가 바로 여기 외야진에서 나타나는데요. 바로 송지만의 엄청난(?) 연봉입니다. 히어로즈는 재작년에 팀의 재창단을을 이유로 기존의 계약을 백지화하고, 2007년에 15홈런 64타점 타율 .281을 기록한 송지만의 연봉을 6억원에서 2억2000만원으로 대폭 삭감시켰습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작년 연봉협상 때는 2008년에 13홈런 62타점 타율 .280으로 전년도보다 더 못한 송지만의 연봉을 4억원으로 올려주었죠.

그 이유는 2009시즌이 종료된 후 송지만이 FA 자격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FA 보상금을 염두에 둔 연봉인상이었죠. 헌데 이게 웬일? 지난해 22홈런 67타점 .289로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송지만이 FA를 신청하지 않은 겁니다. ‘꼼수’를 부렸던 구단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겠죠. 성적이 좋아졌으니 연봉을 삭감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3명의 선수들처럼 거액을 받고 트레이드시킬 수도 없는 고령의 선수. 결국 히어로즈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저 많은 연봉을 다시 한 번 줄 수박에 없게 된 것이죠.

그럼 앞선 퀴즈에 대한 정답이 대충 짐작 가시겠죠? 네, 맞습니다. 송신영과 이숭용은 올해를 끝으로 FA 자격을 획득하게 됩니다. 일종의 복권을 구입한다는 생각으로 연봉을 인상시켜준 것이죠. 지난해에 구입한 복권은 대실패로 끝났는데, 올해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하여튼 짱돌 사장의 얍삽한 잔머리 굴리기에는 치가 떨립니다.


주축 선수들을 팔 예정이었기에 신인들은 포기할 수 없었던 걸까요? 히어로즈는 작년 드래프트에서 뽑은 선수들 가운데 9명과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김정훈-김대유 등을 잡는데 들어간 총 비용은 계약금 6억원, 연봉 2억1600만원입니다.

그 외에 외국인 선수인 덕 클락을 총액 33만 달러(계약금 3만, 연봉 30만)로 붙잡는데 성공했고, 새로 영입한 투수 에드리언 번사이드에게는 30만 달러(3만+27만), 총 63만 달러(약 7억4000만)를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상무에서 제대하는 유한준을 비롯한 신고선수(2명) 등의 연봉도 고려해야겠죠.

그렇게 계산해본 올 시즌 히어로즈의 총 선수단 페이롤(신인 계약금 포함)은 약 45~46억원 정도임일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3구단에 비하면 매우 적은 금액이며, 3명을 팔아 얻은 현금 55억원으로 모두 충당하고도 남죠.

LG와 삼성의 실질 페이롤을 계산하면서 이적료도 포함시켰던 것을 기억하신다면, 히어로즈의 올 시즌 실질 페이롤은 비용없이 그 자체로 흑자 10억원에 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코칭스태프의 연봉도 커버가 될 것 같네요.

역대 연봉자도 고작 7명에 불과합니다. 다른 구단의 절반 수준이죠. 지난해 억대 연봉을 받았던 전준호(1억6000만)와 김동수(1억3000만)가 은퇴하고 역대 연봉이 확실한 3명은 트레이드시켰으니 당연한 결과이겠죠.


뭣도 모르는 사람들이 히어로즈의 구단 운영을 두고 ‘머니볼’이니 뭐니 하지만, 그건 ‘머니볼’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헛소리일 뿐이죠. 머니볼은 ‘돈’과는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머니볼 이론은 세이버매트릭스에 기반을 둔 것으로, 투수의 피칭은 ‘운칠기삼’일 뿐이며, 타자들의 출루율과 홈런이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의 야구철학입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머니볼을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팀은 ‘세이버매트릭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빌 제임스를 구단 고문으로 들어앉힌 부자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이지요.

선수를 팔아서 구단을 운영하는 것과 ‘머니볼 이론’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단지 오클랜드가 가난한 구단이기에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을 뿐, 빌리 빈 단장 역시 부자 구단이었다면 결코 그런 운영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히어로즈의 특수성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다른 기업에 하루 빨리 인수가 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팬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히어로즈 소속의 선수들을 위해서도 말이지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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