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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pe의 야구 속으로

이정훈 사태로 되돌아 보게된 가슴 따스한 팬心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2. 2.

 

인터넷은 우리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인터넷은 과거 정보수집, 홈쇼핑 등의 서비스 업체에서 제공해주는 콘텐츠의 일방 적인 사용에 한계를 넘어서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 배포하기 단계로 진화 하였다. Ucc(Users Create Contents)라고 불리는 사용자 참여 중심을 놓고 웹2.0시대라고 표현 한다.


사용자의 의한 문화의 진화가 다만 인터넷 문화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최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다양한 시민 단체 등에서 본인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하여 사회 활동, 시민 활동에 참여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참여의 문화가 스포츠에도 점점 옮겨오고 있다.


스포츠는 대중의 참여가 가장 활발하고 쌍방향적인 성격이 강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소한 현재까지만 본다면 그런 의견에 강한 물음표를 혹은 부정을 하고 싶다. 우리나라에 프로 스포츠가 도입 된지 근 30여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구단, 협회에 의해 제공된 콘텐츠를 보고 즐기는 것이 전부였다.


팬들의 참여라고 한다면 시즌 종료 후 구단에서 마련하는 팬들과 선수들의 만남 혹은 팬 사인회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프로 스포츠 팬들의 현장참여(?)를 하는 등 진정한 의미의  팬 심(心)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는 롯데 이정훈의 연봉 협상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정훈은 구단과 2010시즌 연봉 협상에 실패하고 전지훈련 참가에서 배제되면서 까지 KBO에 연봉 조정 신청을 했다.


프로야구 출범 이래 총 18번의 연봉조정 신청 사례 중 선수가 구단에게 승리한 것은 2002년의 류지현(현 LG 코치)이 유일무이한 것을 비춰볼 때 이정훈의 외로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 됐지만 그의 등 뒤에는 팬 이라는 이름의 든든한 지원자들이 있었다.


롯데를 비롯해 많은 팬들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원하는 이정훈을 지지하는 한편 연봉 협상과 연봉조정 위원회의 심판 과정에서 롯데가 보여준 얄팍한 꼼수를 비난하기 이르렀다.

팬들의 움직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연봉 조정위원회 결과 예상대로(?) 구단 측 의견(7200만원)이 받아지자 이정훈의 희망연봉(8000만원)에 대한 차액을 팬들이 채워 주겠다는 생각으로 모금운동 까지 벌이기도 하였다. 


물론 모금운동의 결과와 관계없이 당사자인 이정훈은 팬들의 그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에게 돈 800만원은 더 이상 중요치 않았다. 연봉 협상 과정에서 구단 측의 태도로 실망한 그의 가슴에는 돈 800만원으로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팬들의 사랑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이정훈의 경우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팬들의 참여도 있었다. 가을 잔치가 한창이었던 2009년 10월 중순 히어로즈는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중의 한 명인 전준호(현 SK 코치)를 자유계약 선수로 공시 하였다.


구단이 밝힌 입장은 전준호를 위한 결정이었다곤 하지만 사실상의 방출 이었다. 선수 생활의 연장을 꿈꾸던 그는 타 팀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의 영입을 원하는 구단은 없었고 은퇴식도 없이 그렇게 쓸쓸하게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팬들은 한국 야구의 전설이 그렇게 쓸쓸하게 떠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 소속 팀 이었던 히어로즈의 팬들과 전 소속 구단인 롯데 팬들 그리고 그를 사랑한 많은 야구팬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촐한(?) 은퇴식을 준비 하였다.


한 시대를 풍미한 야구 선수 치곤 작은 규모, 그리고 그라운드가 아닌 곳에서 은퇴식이 거행 된 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았을 사람들이 있었지는 모르겠지만 팬들의 손에 의해 준비된 은퇴식의 주인공인 전준호 에게는 선수생활 동안의 수많은 영광보다 더 큰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화려한 조명과 경기장을 가득채운 팬들의 함성 떠나는 그를 보내기 싫어 흘리는 수많은 팬들의 눈물은 없었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것을 받아들고 그 누구 보다 화려하게 팬들의 곁을 떠났고 그 중심에는 팬들이 있었다.


팬들의 현장 참여 및 현장을 향한 바른 목소리는 야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2009년 8월 피스 코리아 4강전이 끝난 후 심판과 협회에 대해 다소 격한 단어로 인터뷰를 한 FC 서울의 세뇰 귀네슈 감독에게 축구 협회는 벌금 1000만원 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 후 귀네슈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언론 인터뷰 에서도 태업 아닌 태업을 하였다. 본인의 솔직한 심정을 피력 한 것이 생각지 못한 철퇴로 돌아온 것에 대한 분노였을까 앞으로는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FC 서울 팬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뒷짐 지고 지켜보지 않았다.  그가 협회로부터 부과 받은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는 생각 하에 그의 얼굴이 새겨진 T셔츠를 제작하여 판매 하였다. 그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은 통하였고 T셔츠는 불티나게 팔려 나가 그들의 소기의 목적은 달성 되었고 10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은 귀네슈 감독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단단하게 얼어있던 귀네슈 감독의 마음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 내렸다. 자신 감독 경력의 최고의 순간인 2002년 한,일 월드컵 3위를 달성한 순간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표현한 만큼 그의 마음을 되돌 것은 FC 서울 구단도 함께 동거동락한 선수들도 아닌 항상 뒤에서 그를 응원 했던 FC 서울의 팬 이었다.


시즌 종료 후 FC 서울 팬들의 바램과는 달리 귀네슈 감독은 서울을 떠나 그의 고향인 터키로 돌아갔다. 하지만 팬들과 그의 이별은 한국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억 중 하나로 남을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프로 스포츠는 탄생 초창기 지나치게 거친 경기 관람 문화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지만 과거에 비해 많이 성숙 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그 성숙된 관전 문화와 선수 한명, 한명을 선수가 아닌 나 이외의 한 개인으로 인정 하고 존중 하였고 거기에 우리사회 특유의 정이 결합 되면서 가슴 뭉클한 장면을 연출 하고 있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의 활성화로 인터넷 환경이 웹 2.0시대를 열어간 만큼 프로 스포츠에도 팬 심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 관람문화 2.0은 이렇게 탄생, 발전되기를 바라며 올해는 또 어떤 일들로 팬들과 선수들이 또 다른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 줄지 기대해 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