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가 선수 노동조합(이하 선수노조) 설립을 선언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사실 선수협의 선수노조 설립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시즌 초반 선수노조 창설을 추진하였지만 시즌 중이었고 같이 하기로 하였던 각 팀 선수단이 여러 가지 이유로 세력에서 이탈 하면서 흐지부지 되었다.
시즌이 종료 된 후 야구 선수들의 비활동 기간(12월~1월) 동안의 합동훈련이 야구규약에 위반되었음을 알리며 목소리를 내던 선수협은 시즌 중 약속(?)한 것처럼 시즌이 종료된 현시점에서 선수노조 설립을 재추진 하고 있다.
사용자 측에 가까운 KBO의 입장은 단호하다. 선수협에서 추진 중인 노동조합은 근로자에만 해당되는 것이지 사업소득자인 선수들은 법적으로도 노동조합 설립이 불가능하고 KBO는 선수 노조를 정식으로 인정 하지 않는 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구단들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 놓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 정서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반길 사용자가 아마 극히 소수일 뿐일 것이다. 단적인 예로 삼성그룹의 경우 무노조 경영을 원친으로 하고 있으며 시즌 초 선수 노조 추친 할 때 모 구단에서는 선수 노조가 설립되면 야구단 운영을 중지하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하였다.
하지만 선수협 측의 당면과제는 사용자 측과의 협상이 아니다. 이미 시즌 초 그들과 뜻을 함께 하기로 했던 선수들의 지지 철회로 한차례 시련을 겪은 그들에게는 새 규합이 우선 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선수협은 지난 2일 개최된 제10차 정기 총회에서 선수노조 설립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 하였다. KBO등록인원 530여명 총회 참가인원 273명 찬성 188명 반대 17명 기권 68명으로 91.7%의 압도적인 결과를 보였다. 정족수를 채웠기 때문에 투표 자체는 성립이 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씁쓸하다.
다른 안건에는 모두 참여한 삼성 선수들이 선수노조 창립 찬반 투표가 시작 전에 회의장을 떠났고 모든 구단이 참여하지 않는 다면 이에 참여 할 수 없다는 이유로 LG 선수단 역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야구팬 및 야구 전문가 등 KBO, 구단과 연관이 적은 사람들은 선수노조가 이제는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인다. 하지만 지금처럼 선수들 간의 의견 조율 없이 여기저기 잡음이 나오며 매끄럽지 못한 운영을 볼 때는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어떤 집단이든지 노동조합을 설립 하려면 이해 당사자들 간의 의견 조율 및 의견 일치가 가장 우선순위로 꼽힌다. 그러지 못하고서는 막대한 권력인 사용자 집단에 정면으로 맞서서 이겨 내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선수들이 실제 모습에서 내부 결속마저 이루지 못하는 것일까?
선수협 측에서는 구단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선수들 개개인의 생각은 선수노조 설립에 찬성 하지만 구단의 압박이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단적인 예로 시즌 초 노조설립 추진 당시에도 노조 설립 지지철회 의견이 선수 개개인의 입장이 아닌 각 구단 단위로 이루어 진 것을 보면 이 주장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10여 년 전 선수 협의회가 처음 창단 할 때 절대 불가를 피력하던 구단, KBO와 그에 반하는 선수들은 첨예하게 대립 하였다. 선수들은 언론과 팬들에게 본인들의 주장을 알리고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그들에게 돌아 온 현실적인 결과물은 없었다.
오히려 구단들은 선수노조 설립에 적극 참여 했다는 이유로 묻지마 트레이드를 단행 하였다. 선수들 간에는 비바람이 불었다라고 표현될 정도로 괘씸죄로 찍힌 선수들은 팀의 주축 선수도 가차 없었다.
선수 본인들에게 직, 간접적인 혜택이 돌아 갈 수 있는 선수노조 설립에 당사자인 선수들의 참여가 지지 부진한 이유는 과거와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피해에 대한 선수협의 대안은 과연 있을까? 선수협 측은 선수노조 설립에 대한 찬성 및 추후 노조활동에 대해 선수 개인이 받는 피해는 최소화 하도록 노력한다는 원론적인 대안 말고는 특별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구단의 눈 밖에 날 정도로 선수노조에 관련 된다면 선수노조가 설립된다 하여도 개인이 받는 피해는 무시 못 할 정도로 가혹할지 모른다는 의식이 팽배되어 있다.
그들의 불안 요소를 시원 하게 해소 해 주지 못한다면 선수협 활동 참여도는 지금 보다 더 낮아 질수 있다는 점을 선수협측은 간과 하여서는 안 된다. 물론 선수협 입장에서 그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만약 선수노조가 설립 된다 하더라도 구단의 일방적인 선수 트레이드나 방출을 당장 저지 하기는 힘들다. 반대로 말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 하는데 있어 신생 노조가 큰 역활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있어서 어딘가 모르게 든든하고 전처럼 쉽게 당하지는 않는다 거나 만약 내가 희생되더라도 내 후배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야구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준다면 선수협회의 힘과 단결력은 더 나아질 것이다.
과거 선수협 창설 과정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였지만 그 희생에 대해 후회하는 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결과론 적으로 선수들의 단결력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협의 기구가 생겨난
전례가 있는 만큼 그때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미약하기 나마 희망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뭉치면 산다.." 이말을 그냥 옛말 정도로 생각 하지 말고 당장 그들이 처한 현실에서 어떤것이 필요 한지를 생각 해야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