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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4번 내준 김동주, 'Pride'만은 지켜내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10.

2010시즌 두산의 타순에는 조금의 변동이 있을 듯싶습니다. 이종욱, 임재철, 고영민이 '3인 테이블세터진'을 형성하고 김현수, 김동주가 중심타선에 배치되는, 전승우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베이징 올림픽 당시의 라인업을 떠올리게 만드는  타순입니다.

테이블세터진에는 다소 변화가 보이는 듯 하지만 얼핏 보면 중심타선에는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 듯 보입니다. 변한 게 있다면 타순이 한 칸씩 밀려났다는 정도겠지요.

이미 김경문 감독이 수차례 언급한대로 2010시즌 두산의 4번 타자는 김현수로 굳어가는 모양세 입니다. 대신 오랜 기간 두산의 4번 타자로 활약해왔던 김동주 선수는 5번으로 타순이 조정되었습니다.

오히려 두산에게는 이러한 3인 테이블세터진이 더욱 잘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종욱이 부상당하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임재철이 지난 시즌만큼의 성적을 올려주고, 고영민이 이전과 같이 2할 중후반대의 타율에 30도루 정도만 해준다면 말이죠.

이렇듯 앞선 타순에서 밥상을 제대로만 차려준다면 김현수를 4번으로 기용한 것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뒤를 받치는 선수가 다른 누구도 아닌 김동주라는 사실은 김현수에게 더 큰 힘을 실어줄 것입니다.

이런 타순의 변화는 분명 두산의 타선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입니다. 능력 있는 테이블세터진에 뒤이어 등장하는 강력한 중심타선, 그리고 그럼으로 인해 손시헌과 같은 타격에 충분한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하위타선에 배치되면서 어디하나 피해갈 곳이 없는 강력한 타선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도(3인 테이블세터진), 그리고 새로운 4번 타자의 등장 등, 두산의 타선에는 새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그로인해 나타나는 상승효과 역시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왜일까요?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평가받는 타이론 우즈가 있을 때에도 4번을 쳤던, 국가대표에서도 줄곧 4번을 쳐왔던, 김동주는 그런 선수입니다. 그를 표현할 때 빠지지 않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부동의 4번 타자'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가 국가대표 4번 자리를 반납한데 이어 두산의 4번 타자 자리 역시 내려놓아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한 팀의 4번 타자로 나선다는 것은 상대방에게는 위압감을, 선수 본인에게는 자부심을 갖게 합니다. 그런 자리를 10년 이상 지켜온 김동주 입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5번 타자로 밀려나게 된 것입니다.

김동주는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선수입니다. 그런 그에게 4번 자리를 내놓으라는 것은 분명 그의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었을 것 입니다.

올 시즌 김동주는 풀히터로의 회귀를 선언했습니다. 이전의 고타율에 밀어치기에도 능한 타자에서 예전에 우리가 알던 거포 김동주로의 회귀를 선언한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올 시즌 그에게는 20홈런 이상을 기록해 거포로써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4번은 내줬을지라도 여전히 그는 팀을 대표하는 타자이자 팀의 간판과도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팬들에게 각인 시켜 주는 것. 그런 것이 요구되는 시즌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Pride of Bears'

두산의 홈경기 때 잠실에 큼지막하게 걸려있는 현수막에 쓰여져 있는 김동주의 응원문구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게 아닐까요.

그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것.

// 버닝곰(MLBspecial.net)
[사진=두산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