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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배영수와 박명환의 부활, 그럼 손민한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0. 4. 9.

류현진(23,한화)윤석민(24,KIA), 그리고 김광현(22,SK).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한 이들 삼인방은 2008년부터 본격적인 전성기를 구가하며 트로이카 체제를 열었습니다. 소위 에이스 삼국지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8일 경기에서는 조금 늦긴 했지만 김광현이 무사히 복귀했고, 그 경기에서 운 좋게 승리까지 따내며 올 시즌에도 만만치 않은 경쟁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에이스 삼인방이라 하면 다른 3명의 이름이 거론되었었죠. 8개 구단의 모든 이들이 인정한다는 뜻으로 소위 전국구 에이스라 불리던 3명의 투수들, 바로 배영수(29,삼성)박명환(33,당시 두산), 그리고 손민한(35,롯데)이 바로 그 세 명의 주인공이었습니다.

 

하지만 위의 () 에이스 삼인방이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 에이스 삼인방은 와해되고 말았습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동안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선수들이 하나씩 이탈했기 때문이지요.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어깨를 맞바꾼 배영수는 결국 수술로 2007년을 통째로 날렸고, 돌아온 2008년부터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하더니 작년에는 1 12패 평균자책 7.26이라는 정말 그답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며 팬들을 울렸습니다. 그가 왜 이렇게 됐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삼성팬들이기에 그의 끝없는 패전 소식에도 감히 비난할 수가 없었지요.

 

박명환은 2006시즌이 끝난 후 FA가 되어 LG로 소속을 바꾸면서 악몽이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첫해였던 2007년에는 그런대로 제 몫을 했지만, 결국 슬라이더라는 양날의 검을 이겨내지 못한 어깨가 탈이 났고, 2008년부터 작년까지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지요. 두산에 남아 있었더라면 동정이라도 얻었을 테지만, 라이벌 팀으로 간 그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것은 LG 팬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죠.

 

그나마 3명 가운데 가장 꾸준한 기량을 유지한 선수는 손민한이었습니다. ‘꼴찌팀의 에이스로서 온갖 설움을 당하기도 했지만, 2005년에는 다승(18)과 평균자책점(2.89) 부문의 타이틀을 따내면서 시즌 MVP를 수상하기도 했지요. 배영수와 박명환이 무너지던 2007년과 2008년에도 손민한은 여전히 강력한 에이스로서의 위용을 자랑하며 자신의 이름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손민한은 2008년이 끝난 후 FA가 되어 팀과 재계약에 성공하면서부터 이상한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먹튀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예년보다 훨씬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고, 또한 WBC를 대비해 일찍 컨디션을 끌어 올렸습니다. 2008년 말에 만났던 강민호는 손민한 선배님 진짜 운동 안합니다라고 말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석 달 후 이대호는 인터뷰를 통해 민한이 형이 저렇게까지 운동 열심히 하는 것 처음 봤습니다라고 하더군요.

 

헌데 그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었을까요? 손민한은 정작 WBC에서는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더니 정규시즌에서도 2달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런 오버워크가 몸에 이상을 가져온 것이죠. 결국 손민한은 지난해 막판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6 5 5.19의 성적을 남기고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들려오는 바로는 신체적으로는 큰 무리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라서 일까요. 한 번 밸런스가 무너지다 보니 전체적인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더군요. 몸은 정상인데, 아무리 던져도 공의 스피드가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 그의 복귀 시기를 두고 코칭 스태프나 관계자들의 말이 다 달랐던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몸은 정상이니 스피드만 올라오면 바로 복귀시킬 수 있겠지만, 그 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으니까요.

 

올 시즌 배영수와 박명환은 다시금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배영수는 지난 두 번의 등판을 각각 5이닝 1실점과 7이닝 무실점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며 1승을 따냈습니다. 강속구에 연연해 하지 않고 컨트롤과 변화구 중심의 투구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던 배영수, 그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그의 재능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삼성의 에이스가 다시금 높이 날아 오른다면 그것은 우승을 향한 더할 나위 없는 큰 힘이 되겠지요.

 

박명환도 올 시즌 첫 등판이었던 8일 롯데전에서 5⅔이닝을 2실점으로 비교적 훌륭히 막아내며 972일만의 승리를 따냈습니다. 공교롭게도 3년 전 그에게 마지막 승리의 재물이었던 롯데가 또 한 번 눈물을 흘려야만 했죠. 2군 경기에서는 138km에 그쳤다던 직구 구속이 이날은 143km까지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제구와 로케이션이 좋았습니다. 아직 확신할 단계는 아니지만, 두 선수 모두 올 시즌을 희망적인 분위기 속에 출발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요.

 

헌데 손민한은 아직 기약이 없네요. 롯데가 개막 5연패를 당했던 것도 바로 강력한 에이스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4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으로 10승 이상을 거두는 3명의 투수가 있다면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에이스가 없다면 우승은 요원한 일입니다.

 

롯데에도 분명 그런 에이스가 있습니다. 아니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팬들은 그의 복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요. 배영수의 부활과 박명환의 복귀를 지켜보면서 손민한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한 시즌을 풍미하던 투수들이 부상으로 사라지는 것은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올 시즌은 신 에이스 삼인방과 견주어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 구 에이스 삼인방의 화려한 부활과 비상을 기대해 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